▲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處暑禮讚(처서예찬) 
                                         叙光 張喜久

        시원한 바람 한 줌 서창에 들어오고
        가을을 맞이하니 만방에 기쁨 넘춰
        날 저문 강변에서는 해오리가 나는데.
        凉風朝夕入西窓   退暑迎秋喜萬邦
        량풍조석입서창   퇴서영추희만방
        草盛郊原牛臥獨   江邊日暮鷺飛雙
        초성교원우와독   강변일모로비쌍

‘조석 바람 서창 들고 가을 맞아 기쁨 가득, 
교원 소는 홀로 눕고 저문 강변 해오리만’

 

‘처서’은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들며 양력 8월 23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150도의 위치에 있을 때다. 처서는 여름이 지나가고 더위도 가시면서 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처서가 되면 따가운 햇볕이 다소 누그러진다. 이 날이 지나고 나면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이란 산소에 풀을 깎고 벌초를 한다.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햇볕에 말렸던 포쇄(晡曬)도 했다고 한다.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은 서창에 들어오고,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을 맞으니 만방이 기쁘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날 저문 강변에는 해오리 쌍쌍이 날아오르네(處暑禮讚)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은 서창에 들어오고 / 더위 물러가고 가을을 맞으니 만방이 기쁘네 // 풀이 무성한 교원에는 소가 홀로 누어 잠자고 / 날이 저문 강변에는 해오리 쌍쌍이 날아오르네]라는 시상이다. 오른쪽 면 감상적 평설문을 통해서 시인의 시상을 요약해 본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처서를 예찬하며]로 의역된다. 처서 무렵이 되면 아침과 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낀다. ‘처서가 지나면 바야흐로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처럼 여름 내내 기승을 부렸던 파리와 모기의 성화도 사라진다. 가을걷이를 준비하는 농촌의 바쁜 일손의 후두둑하는 소리들이 들리는 듯하다.
 시인은 계절의 진미를 맛보면서 가만히 서창을 열면서 시상 주머니를 매만졌을 것으로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은 서창에 들어오고,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을 맞으니 만방萬邦이 기쁘다고 했다. 아무렴해도 가을을 가장 인심이 풍부했다는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화자는 처서가 되면 사람도 마음이 한가지는 것처럼 노른 들판이나 강변의 한가함을 소묘하는 시상을 떠올리고 있다. 풀 이 무성한 교원郊原에는 소가 홀로 누어 잠자고, 날이 저문 강변에는 해오리 쌍쌍이 날아 오른다 했다. 초가을 가을 풍경의 그림을 잘 그리고 있다.
 처서를 5일씩 나누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초후에는 매가 이내 새를 잡아 자기 조상께 제사를 올리고, 중후에는 천지가 비로소 숙연하고 차분해 지며, 말후에는 벼이삭이 이에 올라오는 계절이라고 했다. 처서 삼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處暑의 三候에는 初候鷹乃祭鳥하고 中侯天地始肅하며 末候禾乃登이라] 했다.

【한자와 어구】
凉風: 서늘한 바람. 西窓: 서쪽 창. 退暑: 더위가 물러가다. 迎秋: 가을을 맞다. 喜萬邦: 만방이 기쁘다. // 草盛: 풀이 성하다. 郊原: 들판. 牛臥獨: 소가 홀로 누워있다. 日暮: 날이 저물다. 鷺飛雙: 해오라기가 쌍쌍이 날다. / 鷹(응): 매. 肅(숙): 숙연하다. 禾乃登(화내등): 벼이삭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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