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秋分禮讚(추분예찬) 
                                        叙光 張喜久

        추분절 돌아오니 곶간 안이 가득하고
        귀뚜라미 온 집안에 쓸쓸히 우는구나
        물가에 기러기 내려 산등성엔 적요하고.
        秋分名節每年還   五穀郊收滿庫間
        추분명절매년환   오곡교수만고간
        蟋蟀鳴庭蕭瑟屋   雁鴻渚下寂寥山
        실솔명정소슬옥   안홍저하적요산

‘추분 가절 돌아오니 오곡 곶간 가득하네, 
쓸쓸하게 우는 실솔 기러기는 적요하네’

 

‘추분’은 ‘백로’와 ‘한로’ 사이에 들며 양력 9월 23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180도의 위치에 있을 때다. 누렇게 익은 곡식을 수확하는 계절이라는 뜻이다. 이 날이 되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추분점은 태양이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으로 지구의 경도(적경과 향경)가 180도이고, 위도(적위와 황위)는 0도의 점으로 현재의 사자자리와 처녀자리의 중간지점에 위치한다. 추분의 가절이 매년 같은 시기에 돌아오는데, 들어서 오곡을 거두니 곶간 안이 가득 찬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기러기 물가에 내려오니 산이 적요하기만 하네(秋分禮讚)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추분 가절이 매년 같은 시기에 돌아오니 / 들어서 오곡을 거두니 곶간안이 가득 찬다네 // 귀뚜라미가 뜰에서 우니 온 집안이 쓸쓸하고 / 기러기 물가에 내려오니 산이 적요하기만 하네.]라는 시상이다.이어진 오른쪽 평설에서 시상의 범상함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추분을 예찬하며]로 의역된다. 추분에는 시절식으로 버섯 요리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호박고지․박고지․깻잎․호박순․고구마순도 이맘 때 거두어야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산채를 말려서 묵은 나물을 준비한다. 밤낮의 길이가 같다가 점점 낮의 길이가 짧아지는 정점이다.
 흔히 추분은 가절이라고 했다. 이렇듯 시인은 일년의 수확을 거둔 좋은 시절을 예찬하는 시상이 물씬 거렸음을 안다. 추분 가절이 매년 같은 시기에 돌아오는데 들어서는 오곡을 거두면 곶간이 가득 찬다 했다. 곶간이 가득차면 폐장閉藏으로 들어간 겨울철엔 든든한 계절임을 알게 한다.
 화자는 전경후정을 바꾸어 놓은 시적인 분위를 도닥거리며 후경後景의 문을 살며시 열게 된다. 귀뚜라미가 뜰에서 우니 집안이 쓸쓸하고, 기러기가 물가로 엉덩이를 밀고 내려오니 산이 적요하기만 하다고 했다. 짙어가는 가을과 겨울은 기러기 계절이었음을 알게 한다.
 추분을 5일씩 나누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초후에는 뇌성이 비로소 소리를 거두고, 중후에는 칩충이 틈바구니를 막고 안식처를 구하게 되며, 말후에는 대지에 물이 비로소 점점 마르기 시작하는 계절이라고 했다. 추분 삼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秋分의 三候에는 初候雷始收聲하고 中侯蟄蟲坯戶하며 末候水始涸니라] 했다.

【한자와 어구】
秋分: 추분. 名節: 명절> 每年還: 매년 돌아오다. 郊收: 들에서 수확하다. 滿庫間: 곳간에 가득차다. // 蟋蟀: 귀뚜라미. 鳴庭: 정원에서 울다. 蕭瑟屋: 집안이 쓸쓸하다.  雁鴻: 기러기. 渚下: 몰가에 내리다. 寂寥山: 산이 적요하다. / 雷(뇌): 우레. 蟄(칩): 숨다. 坯(배): 언덕. 涸(학): 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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