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寒露禮讚(한로예찬) 
                                        叙光 張喜久

        전원에 과일 익고 하늘이 높은 계절
        오곡을 거둬들여 흥이 절로 일어나고
        산 집의 새벽 굴뚝엔 파란 연기 솟구나.
        田園熟果節高天   五穀郊收自興然
        전원숙과절고천   오곡교수자흥연
        野草玲瓏含玉露   山家早曉突靑煙
        야초영롱함옥로   산가조효돌청연

‘전원 과일 높은 계절 들엔 오곡 흥이 나네, 
풀은 영롱 옥로 젖어 이른 새벽 파란 연기’

 

‘한로’는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들며 양력 10월 9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195도의 위치에 있을 때다. 한로 때에는 찬 이슬이 맺힐 시기여서 기운이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모두 끝내야 하므로 농촌에서는 타작이 시작된다. 한로에는 세시명절인 중양절(중구, 重陽節)과 비슷한 때이다. 이 때를 전후하여 국화전菊花煎을 만들어 먹었고 국화술을 담가두었으며 온갖 모임이나 놀이가 성행했다. 전원에는 과일이 익어가는 하늘이 높은 계절에, 들에서 모두가 오곡을 거두니 스스로 흥이 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산 집에 이른 새벽 굴뚝에서는 파란 연기 솟네(寒露禮讚)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전원에는 과일이 익고 하늘이 높은 계절에 / 들에서 오곡을 거두니 스스로 흥이 난다네 // 들에는 풀이 영롱한 옥로를 머금고 있고 / 산 집에 이른 새벽 굴뚝에서 파란 연기 솟네]라는 시상이다. 감상적 평설을 통해 시인과 대화하듯이 시상의 요약을 간추린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한로를 예찬하며]로 의역된다. 한로 무렵에는 머리에 수유茱萸를 꽂거나 높은데 올라가 고향을 보았다는 내용이 전한다.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으면 잡귀를 쫓는다고 믿었는데, 붉은 색은 벽사력辟邪力을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본다. 아미 무당들이 푸닥거리를 할 때 붉은 색을 쓰는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다.
 시인은 일년 농사를 수확하는 좋은 계절에 일어나는 마음의 흥을 다 주체하지 못했던 시상을 보인다. 전원에는 과일이 풍성하게 익고 하늘이 높은 계절에, 들에서는 오곡을 거두고 있으니 스스로 흥이 난다고 했다. 흥과 멋이 가득한 농촌의 풍류를 느낄 수 있다.
 화자는 누런 들의 풍경과 한가하면서 손길이 바쁜 농촌의 풍경을 읊고 있다. 들에는 풀이 영롱한 옥로를 머금고 있고, 산가에 이른 새벽 굴뚝에서는 파란 연기 솟는다고 했다. 꾸밀 수 있는 가을의 소묘를 가감없이 노충하고 있어 풍요롭게 보인다.
 한로를 5일씩 나누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초후에는 기러기가 손님이 되어 돌아오고, 중후에는 참새가 바다에 들어가 비로소 조개로 화하며, 말후에는 황국이라 했듯이 국화가 누렇게 피는 계절이라고 했다. 한로는 삼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寒露의 三候에는 初候鴻雁來賓하고 中侯雀入大水爲蛤하며 末候菊有黃花라] 했다.

【한자와 어구】
田園: 전원. 熟果: 과일이 익다. 節高天: 하늘이 높은 절기다. 五穀: 오곡> 郊收: 들에거 걷다. 自興然: 스스로 흥이 나다. // 野草: 들풀. 玲瓏: 열롱하다. 含玉露: 옥구슬 머금다. 山家: 산 집. 早曉: 이른 새벽. 突靑煙: 굴뚝에서 파란 연기 솟다. / 鴻雁(홍안) : 기러기. 蛤(합): 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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