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立冬禮讚(입동예찬) 
                                     叙光 張喜久

        눈 같은 갈대꽃이 초당에 날아들고
        단풍은 해를 향해 색깔 곱게 머금네
        황국은 바람을 맞아 교태 향기 토하면서.
        立冬至節雁聲長   似雪蘆花入草堂
        입동지절안성장   사설로화입초당
        向日丹楓含美色   迎風黃菊吐嬌香
        향일단풍함미색   영풍황국토교향

‘기러기의 울음소리 초당으로 들어오고.
단풍 색깔 아름답고 황국 바람 향기 토해’

 

‘입동’은 ‘상강’과 ‘소설’ 사이에 들며 양력 11월 8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225도의 위치에 있을 때다. 입동은 가을이 지나가고 서서히 겨울로 들어서 있음을 뜻한 절기다. 입동은 우리의 겨울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겨우살이를 위해 김장은 입동 전 혹은 입동 직후에 해야만 제 맛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추운 겨울이 오기 전인 입동을 전후하여 주로 감장을 많이 하는 풍습이다. 입동 절기에 이르니 기러기 울음소리가 길어지고,  눈과 같은 갈대꽃이 초당으로 날아 들어온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황국은 바람을 맞아 교태와 향기를 토하네(立冬禮讚)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입동 절기 이르니 기러기의 울음소리는 길고 / 눈과 같은 갈대꽃은 초당으로 날아서 들어오네 // 단풍은 해를 향해서 아름다운 색깔을 머금고 / 황국은 바람을 맞아서 교태와 향기를 토하는구나]라는 시상이다. 평설과 감상은 다르다. 시인의 품속에 들어가서 시상을 살펴본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입동을 예찬하며]로 의역된다. 입동이 지난 지가 오래된 후에 김장을 하면 김장 재료가 얼어붙고 싱싱한 재료가 없으며 김장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입동을 전후하여 천신과 지신께 고사를 지냈고, 그 해의 새 곡식으로 시루떡을 만들어 토광․터주단지 등에 가져다 놓았다가 먹었다. 소에게도 주고 이웃들과 나누어 먹었다.
 시인은 계절의 진미 속에 떠나려는 기러기 울음과 갈대꽃이 하는 일을 시상으로 일구었다. 입동 절기에 이르니 기러기 울음소리 길어지고, 눈 같은 갈대꽃은 초당으로 날아 들어온다고 했다. 기러기가 추운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겠다는 신호리라.
 화자는 입동의 절게에 단풍의 색깔과 황국의 색딸을 대비하는 시낭詩囊을 다독거리는 모습을 본다. 단풍은 해를 향해 아름다운 색깔을 머금고, 황국은 바람을 맞아 교태와 향기를 토한다고 했다. 시인의 시상은 한시의 생명과 같은 대구법을 잘 구사함을 엿보인다.
 입동을 5일씩 나누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초후에는 물이 비로소 얼어서 얼음이 되고, 중후에는 땅이 비로소 꽁꽁 얼게 되며, 말후에는 꿩이 바다로 들어가서 대합조개로 변하는 계절이라고 했다. 입동 삼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立冬의 三候에는 初候水始氷하고 中侯地始凍하며 末候雉入大水爲蜃이라] 했다.

【한자와 어구】
立冬: 동지. 至節: 절서에 이르다. 雁聲長: 기러기 소리 길다. 似雪: 눈 같은 蘆花: 갈대꽃. 入草堂: 초당으로 들다. // 向日: 해를 향하다. 丹楓: 단풍. 含美色: 색깔을 머금다. 迎風: 바람을 맞다. 黃菊: 황국. 吐嬌香: 교태와 향기를 토하다. / 凍(동) 얼다. 雉入(치입): 꿩이 들다. 蜃(신): 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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