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冬至讚詩(동지찬시) 
                                        叙光 張喜久

        동지가 박두하니 양기가 생겨나고
        문 앞에 팥죽 뿌려 마귀를 쫓아내며
        기둥 벽 부적을 붙여 악귀 쫓아 막아내.
        節序循環若矢行   迫頭冬至自陽生
        절서순환약시행   박두동지자양생
        門前灑粥驅魔力   柱壁添符逐鬼誠
        문전쇄죽구마력   주벽첨부축귀성

‘동지절서 화살같이 양기 가득 생겼구나,
 팥죽 끓여 마귀 쫓고 부적 붙여 악귀 쫓네’

 

‘동지’는 ‘대설’과 ‘소한’ 사이에 들며 양력 12월 22일경이다. 태양의 황경이 270도의 위치에 있을 때다. 동지는 비로소 겨울에 도달하였음을 나타나는 뜻의 절기다. 이 때가 되면 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이날은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열어 태양신께 제사를 올렸다. 주역의 복괘復卦를 자월子月로 해서 동짓달 동지와 부활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절서가 순환함은 화살같이 행하고, 동지가 박두하고 있으니 자연히 양기가 생긴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기둥과 벽에 부적을 붙여 악귀를 쫓는데 정성 다하네(冬至禮讚)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절서가 순환함은 화살같이 행하고 / 동지가 박두하니 자연히 양기가 생기구나 // 문 앞에 팥죽을 뿌려 마귀를 쫓는데 힘을 다하고 / 기둥과 벽에 부적을 붙여 악귀 쫓는데 정성 다하네]라는 시상이다. 시상에 몰입하는 것이 평설이다. 시인의 상상력을 정리해 본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동지를 예찬하며]로 의역된다. 동짓날은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작은 설’이라고 했는데, 설날로 연결되는 [분리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동지팥죽 먹어야 진짜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있다. 동짓날에는 팥을 고아 죽을 만들어 먹었고, 찹쌀로 단자團子를 만들어 먹었던 풍습이 있다.
 시인은 한 해를 보내는 엄숙함 앞에서 화살 같은 시간 속에 넘치는 양기를 생각한 시낭詩囊을 흔들어 댄다. 절서가 순환하는 모습이 화살같이 행하니, 동지가 박두하니 자연히 양기가 생긴다고 했다. 낮이 점점 길어지면서 양의 기운이 생동해감을 뜻하는 역의 괘를 만지고 있다.
 화자는 팥죽을 붉은 음식을 싫어하는 악귀惡鬼를 쫓은 신비스러움을 시심덩이리라. 문 앞에 팥죽을 뿌려 마귀를 쫓는데 힘을 다하고, 가둥의 벽에 부적符籍을 붙여 악귀를 쫓는데 정성 다한다고 했다. 팥은 색이 붉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동지를 5일씩 나누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초후에는 지렁이가 자식 생산을 위해 결합하고, 중후에는 큰 사슴 뿔이 다음 해를 위해 빠지며, 말후에는 동지 섣달 야밤에 물이 진동하는 계절이라고 했다. 동지 삼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冬至의 三候에는 初候蚯蚓結하고 中侯麋角解하며 末候水泉動이라] 했다.

【한자와 어구】
節序: 절서. 循環: 순환. 若矢行: 화살이 행하는 것과 같다. 迫頭: 박두하다. 自陽生: 자연이 양기가 생가다. // 門前: 문앞. 灑粥L 팥죽을 끓이다. 驅魔力: 마귀룰 쫒다. 柱壁: 기둥과 벽. 添符: 부적을 붙이다. 逐鬼誠: 귀신 쫒는데 정성다하다. / 蚯蚓(구인): 지렁이. 麋(미): 사슴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