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갈림길 동서로 떠도는 신세

途中作(도중작)

                         고운 최치원

이리 저리 갈림 길 떠도는 신세여라

채찍에 파리한 말 고생이 몇 해인가

가는 것 좋은 줄 알아 가난하기 때문에.

東飄西轉路岐塵 督策羸駸幾苦辛

동표서전로기진 독책리침기고신

不是不知歸去好 只烟歸去又家貧

불시불지귀거호 지연귀거우가빈

방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갈림 길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딱 한 처지가 되는 수가 많다. 흔히 갈 팡질팡한다고 말한다. 특별하게 일 이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는 수도 더러 있다. 곧 방랑자의 신세가 되 는 경우다. 떠돌이 경험이 교훈이 되어 큰 디딤돌이 되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헤쳐 나오지 못해 운명을 뒤바꾸어놓은 경우도 있다. 당나라 에서 큰 공부를 했던 시인도 그런 체험을 했던지 가난에 지쳐서 돌아 갈 수 없는 신세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이리저리 갈림길 동서로 떠도는 신세(途中作)로 제목을 붙여본 칠 언절구다. 작가는 고운(孤雲) 최치 원(崔致遠:857∼?)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이리저리 갈림 길 동서로 떠도는 신세 / 나는 채찍 맞은 파리한 말, 고생한지 몇 년이 던가 // (집으로 또는 고향으로) 돌 아가는 것이 좋은 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 돌아가도 또한 가난하 기 때문이라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길을 걷다가 짓다]로 번역된다. 한번 설정한 인생의 방 향 길도 잘못되어 수정하는 수도 있고, 아주 먼 길을 걸어왔다면 후 회하는 경우도 있다. 되돌아보면 상당히 멀리 와버린 길을 후회한들 소용이 없는 경험도 하게 된다. 후 회라는 한 짐을 걸머지고 다시 걸 을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 시는 이러한 후회라는 길 목에서 자기를 되 돌아보는 시점이 시적인 배경이 되 어 있다. 시인은 이리저 리 갈림길에 동쪽 의 길도 택했다가 다시 서쪽의 길도 택했다. 그것이 수평의 동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남북은 물론 종횡 무진의 시행착오 를 겪었을 것은 뻔하다. 그러면서 시인을 늘 채찍만 맞고 파리한 말 임을 자인하게 된다. 너무 많은 사 람들에게 시달림을 받았거나 고생 을 많이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화자는 지금까지 걸어왔 던 길이 잘못되어 돌아가는 것이 좋을 줄은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돌아가도 나이만 먹을 뿐 헛수고란 판단을 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예나 이제나 수중에 돈이 없으면 처신하는데 있어서나 세상을 살아 가는데 있어서 어려움과 지장이 있 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 은, ‘동서로 떠도는 신세 고생한 지 몇 년이던가, 고향감이 좋기는 하 지만 가난함 때문에 못간다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 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857∼?)으로 통일신라 말기의 학자, 문장가이다. 868년 12세의 어린 나이로 중국 당 나라로 유학 을 떠나, 874년 예부시랑 배찬이 주관한 빈공과에 합격하였다. 그러 나 2년 동안이나 관직에 오르지 못 하고 낙양 등지를 떠돌면서 오직 시작에만 몰두하였다. 【한자와 어구】東飄: 동쪽으로 다니다. 西轉: 서 쪽으로 떠돌다. 路岐: 갈림길. 塵: 티끌, 속세. 督策: 채찍을 받다. 羸駸: 여윈 말이 빨리 달리다. 苦辛: 고생하다. // 不是不: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歸去好: 돌아가는 것 이 좋다. 只: 다만. 烟歸去: 돌아가 서 밥을 하다, 연기 피우다. 家貧: 집이 가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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