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독자기고
고전의 향기 - 광양선비 황병중(2)어치계곡의 비경 ‘오로대’ 명명하고, ‘오로대기’ 고암집에 남겨
광양만뉴스  |  webmaster@gymnews.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2.03.31  09:33:5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진상면 어치계곡의 구시폭포와 오로대. 오로대라는 명칭은 황병중 선생이 명명하고, 글씨를 새겨두었으며, 고암집에 ‘오로대기’를 남겼다.

광양시 진상면 어치계곡에 위치하고 있는 신이 숨겨놓은 마지막 비경은 ‘오로대(午露坮)다. 
어치계곡을 따라 흐르는 수어천을 거슬러 올라가 최상류인 내회마을(안왼데미)에서 조금 올라가면 넓은 암반이 비스듬히 깔려있다. 이것이 오로대다. 암반사이에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뒤덮인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여름 한낮에도 서늘하여 찾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주변의 빼어난 경관 때문에 옛 선인들이 단오와 한로에는 이곳을 찾아와 시를 읊고 노래하였다. 

황병중은 이곳을 한낮에도 이슬이 내린다 하여 오로대라고 이름 짓고 이곳 암반의 중앙좌측에 ‘오로대, 황고암평명, 문위제필술, 갑자중하’라는 글귀를 새기고 오로대기를 썼다. 
여기서 황고암은 진상면 비촌 황병중(1871-1935)의 호이며, 문위제는 옥곡면 문현모를, 갑자중하는 1924년 한여름(황병중이 54세 되던 해)을 말한다.
황병중은 1908년 호남창의대장기를 백운산에 세우고 의병활동을 한 황병학(1876-1931)의 장형이자 유학자로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고암집초를 남겨 놓았는데 고암집초 하권 24쪽에 오로대기가 실려 있다.
이를 광양시 진상면 금이리에 사는  정용은 선생이 우리말로 번역했다. 

오로대기(午露坮記)

고암 황병중


백운산하 수어천 계곡의 최상류에 용소가 둘이 있다. 그 중 하나 지살고지가 위쪽에 있고 그 밑으로 십리 내려가면 천살고지가 있다. 백성들이 큰 가뭄을 당하여 이곳에 와서 빌면 하느님께서 비를 내려 주셨다 한다. 지리상으로 본다면 마땅히 천살고지가 위쪽에 있어야 할 것이나 이를 거꾸로 칭하였음은 용이 술을 부려 변화무쌍하게 구름을 일으켜 비를 만들어 주셨기 때문이다. 이들 고지로부터 조금 더 올라가면 평평한 반석이 나타나고 절구통 같은 돌에는 물이 고여 있으며 험한 비탈과 기암괴석은 마치 산을 조각해 놓은 것 같으니 그 경관은 가히 무어라 형언하기 어렵다 하겠다. 그 중에서도 오로대가 가장 으뜸이로다. 
 

오로대 위쪽에는 온갖 나무숲이 무성하고 일천 뫼뿌리가 에워싸였으니 범, 표범, 곰 등 맹수가 살기 좋은 곳이요. 매, 황새, 학 등도 능히 살 수 있는 곳이더라. 산삼, 창출, 지초, 작약 등의 영함과 금, 은, 동, 납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그 영함이 또한 다른 산에 비하여 훨씬 더 하더라. 오로대로부터 수십 보 아래 지살고지가 있다. 비스듬히 누어있는 폭포가 수십 보에 이르고 이 폭포에서 나오는 요란한 소리는 뇌성벽력과도 같고 이로 말미암아 산과 골짜기가 마치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로다. 폭포 아래 깊은 소에는 푸른 물이 고여 땅이 보이지 않으매 그 늠름함이 마치 신용의 굴 같아 눈이 어지러워 오래도록 바라볼 수가 없더라.
오로대 위쪽에는 하얀 바위가 편편하게 펼쳐져 티끌하나 없이 깨끗하다. 능히 수십 인이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이 산의 기이한 절경이로다. 지난날을 더듬어 보면 이렇게 훌륭한 경치를 찾아 즐긴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하늘이 혹시 우리 선량한 백성들을 위하여 숨겨 두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매년 단옷날이면 녹음이 짙어지고 나무는 서로 어우러진다. 이때 이곳을 찾아 술을 얼음 같은 물에 담가 놓고 나물 캐어 돌솥에 쪄서 먹으면서 산 사슴 우는 소리와 꾀꼬리 우는 소리를 감상하는 것 또한 일품이다. 
 
가을이 오면 맑고 기가 엄숙해져서 찬이슬이 내릴 때 이곳을 찾아 풍월을 읊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오래된 보물을 캐고 옛 스승을 생각하게 되도다. 대개 사시절의 경치가 이와 비슷하고 또한 기온이 적당하니 나이든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도다. 그런고로 이십여 년 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춘추 두 절기에 이곳을 찾아 놀다가 오로대라 이름 지어 새겼도다. 부질없이 산중고사를 가지고 홀로 시름하였으니 어찌 한 낮에 이슬이 맺힌다고 하겠는가. 
고암 황병중이 오로대라 이름 짓고 글씨는 위제 문현모가 썼다. 
갑자 9월 한로 고암기


광양만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획특집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길
전남 광양시 사동로 2  |  대표전화 : 061-791-0911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전남 다 00181호  |  발행인 : 황망기  |  편집인 : 황망기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망기
Copyright © 2013 광양만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