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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1-06)언제나 거문고로 한 가락이야 탈 수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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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28  09: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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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樂道吟(락도음) 

                                               식암 이자현

        살고 있는 내 집은 푸른 산 산 봉우리
        보배로운 거문고는 이전부터 있었는데
        거문고 탈 수 있지만 아는 사람 드무네.
        家住碧山岑    從來有寶琴
        가주벽산잠    종래유보금

        不妨彈一曲    祗是少知音
        불방탄일곡    지시소지음

 

백아절현(伯牙絶絃)이란 말이 있다. 종자기는 하찮은 나무꾼이었지만, 백아의 음악을 잘 이해하며 그가 연주하는 음악의 숨은 뜻까지 알아들었다. 백아가 ‘임우지곡’을 연주하자 종자기는 “장맛비가 구슬프구나”라고 했고, 백아가 ‘붕산지곡’을 연주하자 종자기는 {산이 무너지는 듯하구나}라고 했다. 이렇게 절친하게 지냈는데, 갑자기 종자기가 죽고 말았다. 이 말을 전해들은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데서 나온 고사를 의식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언제나 거문고로 한 가락이야 탈 수는 있지만(樂道吟)으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식암(息庵) 이자현(李資玄:1061~1125)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내가 살고 있는 집은 푸른 산봉우리 근처인데 / 보배로운 거문고 하나가 이전부터 있었다네 // 언제나 거문고로 한 가락을 탈 수야 있겠지만 / 이 소리의 깊은 뜻을 알아주는 사람이 드물 뿐이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도를 즐기며 읊음]으로 번역된다. 깊은 숲 속에 살지 않더라도 자연은 바람과 함께 소리를 낸다.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 물건이 나뒹구는 소리가 난다. 사람에 따라서, 느낌에 따라서 기분 좋은 소리, 경쾌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이 작품은 바람이 불면 나무에서 여러 소리를 난다는 데 착안한 데서 시적인 배경이 있다.
 시인이 살고 있는 푸른 산 봉우리 근처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공기 맑은 산자락에 잡아 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날마다 크고 작은 바람이 불면 보배로운 거문고가 있다고 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겐 말할 수 없는 궁금증만이 더해진다. 무슨 거문고란 말인가 하면서… 
 그렇지만 화자는 시의 절정에서 반전을 시도한다. 바람이 불면 언제나 한 가락을 탈 수는 있지만, 그 소리를 알아주거나 전할 수 없다는 시상을 떠올렸다. 말 할 것도 없이 나무들이 여러 가지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시인은 화자의 입을 빌어 ‘나무’라는 말을 한 마디도 쓰지 않고 독자가 읽고 느낄 수 있도록 만 했다. 이것이 시적 표현의 묘미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집근처 산봉우리 거문고 하나 있네, 거문고 가락 타지만 음악 아는 이 없으니’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식암(息庵) 이자현(李資玄:1061~1125)으로 고려 중기의 학자다. 다른 호 청평거사, 희이자이다. 1089년(선종 6) 과거에 급제하여 대악서승이 되었으나 관직을 버리고 춘천의 청평산에 들어가 보현원을 문수원이라 고치고 평생을 수도생활로 일관했다. 시호는 진락(眞樂)이다.

【한자와 어구】
家: 집. 住: 살다. 碧山岑: 푸른 산 봉우리. 從來: 이전부터 有: 있다. 寶琴: 보배로운 거문고. // 不妨; 방해부리지 않다. 彈一曲: 한 곡조를 타다. 祗: 다만. 是: 이것(지시대명사). 少: 적다. 知音: 소리를 앎. 곧 나를 잘 알아주는 친한 벗.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에서 인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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