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東宮新帖子(동궁신첩자)

                             뇌천 김부식

새벽빛이 모서리를 환하게 밝히고

봄바람은 버들가지 싹트며 끝에서

계인이 종쳐 알리니 집 문안을 드리네.

曙色明樓角 春風着柳梢

서색명루각 춘풍착류초

鷄人初報曉 已向寢門朝

계인초보효 이향침문조

요즈음 야행성 문화가 만연하고 있는 것을 본다. 결코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겠지만 하루의 시작은 아 무렴해도 이른 새벽이 제일인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서 하는 공부 가 잘 되고 새벽에 일어나 하루의 일과를 생각하는 문화가 우리 선현 들의 관습적인 행동이었다.

국가의 표상이 되는 궁중의 하루는 동궁이 부왕을 배알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순라꾼이 알리는 새벽에 나라 를 이끌어 갈 동궁이 부왕께 문안 인사 드리는 상황을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계인(순라꾼)이 새벽을 처음 알 리는 종을 치니(東宮新帖子)로 제 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뇌천(雷 川 ) 김 부 식 (金 富軾:1075∼1151)이다.

이 한시 원 문을 의역하면 [새벽빛이 다락 모 서리를 환하게 밝히고 / 봄바람은 버들가지 끝에 눈을 틔우네 // 계인 (순라꾼)이 새벽을 처음 알리는 종 을 치니 / (동궁은) 이미 침문에서 (부왕 전하께) 문안을 드리려 향하 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동궁에 써 붙인 봄의 글]로 번역된다. 동궁의 부산한 이 른 새벽을 그리고 있다. 하루의 시 작은 동궁이 부왕을 배알하는 것으 로 일과가 시작되었다. 장차 임금 이 될 동궁이 부왕께 아침 문안을 드리며 임금될 제목으로 키우고자 하는 책 없는 교과서가 이 아침이 었다.

어제 공부했던 내용도 묻고, 오늘 공부며 생활 전반도 물으면서 어전 수업을 조용 하게 수행한 데서 시적인 배경이 시 작된다. 시의 내용으로 보아 시인은 동궁 의 직접 가르치는 스승의 위치에 있 었던 것이 아닌가 본다. 시인은 이 런 점에 착안하여 동궁의 아침을 그린다.

순라꾼이 처음 새벽을 알리기가 바쁘게 부왕 께 문안 인사를 드리려 향했다는 내용은 국가의 안위와 장차 보위를 이어갈 한 인재를 키우는 사실을 설명한다. 화자는 새벽을 알리는 순라꾼이 종을 치는 여명의 종소리 같은 시 기임을 짐작하는 시상을 떠 올린다.

그러면서 동궁의 아침과 어전 의 아침 모습을 훤히 떠오를 수 있 도록 하고 있다. 시를 읽는 사람들 은 긴장감을 더하게 된다. 더 이상 은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시내 용의 유추를 통한 밑그림 한 폭을 크게 그려놓았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 은, ‘새벽빛 다락 모서리 버들가지 틔우고, 순라꾼 새벽 알리니 동궁 은 문안드리고’라는 시인의 상상력 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뇌천(雷川) 김부식(金富軾:1075∼1151)으로 고려 중기의 유학자, 역사가, 정치가이다.

신라 왕실의 후예로 그의 증조부가 태조 에게 귀의하여 경주의 호장이 되었 으며, 아버지 때부터 중앙정계에 진출하기 시작하여 공을 세웠다. 김위영의 증손자로 알려지며, 시호 는 문열(文烈)이다.

【한자와 어구】曙色: 새벽빛. 明: 밝다. 樓角: 누 각 모서리 혹은 다락 어귀. 春風: 봄바람. 着: 붙다. 곧 봄바람이 버 들 가지에 붙다는 뜻임. 柳梢: 버들 가지 나무 끝. // 鷄人: 순라꾼. 새 벽을 알리는 사람. 初: 처음으로. 報曉: 새벽을 알리다. 已: 이미. 向: 향하다. 寢門: 침문. 임금이 기거하 는 방. 朝: 조정. 곧 어전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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