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聽蟬(청선) 
                                          금수각서씨

        주렴을 걷었는데 매미 소리 들리고
        물소리 맑은 소리 근처에 나는 구나
        비 온 뒤 가을바람에 사람에게 기대보네.
        捲簾高閣聽鳴蟬    鳴在淸溪綠樹邊
        권렴고각청명선    명재청계록수변
        雨後一聲山色碧    西風人倚夕陽天
        우후일성산색벽    서풍인의석양천

그림자를 보고 시상이 떠오르고, 물이 흐르는 소리만 들어도 시심이 우러나왔던 모양이다. 시인은 비 온 뒤에 깨끗한 자연에 취하면서 자연을 시적 화자로 대치시키는 시상을 본다. 이 시를 읽고 있노라면 시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억지로 쓰려고 머리를 동여 멘다고 시기 되지 않는 것이란 시적 구성을 찾게 되면서 부터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 뒤에 하찮은 매미소리를 듣고 시상을 떠올리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비 온 뒤 매미의 한 울음소리에 산색은 푸르고(聽蟬)로 제목을 붙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금수각서씨(今壽閣徐氏)로만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주렴을 걷으니 높은 누각에서 매미우는 소리가 들리니 / 소리 맑은 개울 푸른 숲 근처에서 그 소리 나는구나 // 비 온 뒤 한 울음소리에 산색이 푸르러지고 / 사람은 가을바람에 해지는 하늘에 기댄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로 번역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하며 시상을 떠 올리고 있다. 작가는 매미가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가 싶더니만, 가을도 재촉하게 된다. 유충생활 7년이란 인고의 긴 잠에서 기지개 켜며 10일을 세상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해 울어대는 것으로 그의 일생을 마감한다. 이를 아쉬워하는 듯 시상을 떠올린다.
 시인은 주렴을 살며시 걷어본다. 굳이 주렴을 걷지 않더라도 매미소리야 들었겠지만, 귀를 쟁쟁하게 울렸을 것이다. 그 매미 소리를 듣고, 개울물이 즐겁게 흐르고 있는 듯 시상을 떠올린다. 울음소리라는 곤충의 하소연에 물소리라는 자연의 아쉬움은 상호호응이 잘 맞아 떨어지는 지고 있음도 시상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그래서 화자는 비온 뒤 매미의 한 울음소리에 산색이 푸르러 진다는 시상을 떠올렸던 것이다. 가을은 뭐니뭐니 해도 수확의 계절, 사색의 계절이었음도 화자는 빼놓지 않았다. 봄철 다음으로 가을을 염두에 두고 읊었던 시가 유독 많았던 것 같다.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푸른색을 덧칠하는 산색까지도 호응시키려는 기발한 착상까지도 발견하게도 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주렴 걷어 매미 보고 맑은 개울 푸른 숲에, 산색은 푸르고 해지는 바람 기대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금수각서씨(今壽閣徐氏:?∼?)로 여류시인이다. 생몰연대와 그 자세한 행적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한자와 어구】
捲簾: 주렴을 걷다. 高閣: 높은 누각. 聽鳴蟬: 매미 울음소리 들리다. 鳴在: 소리가 있다. 소리를 내다. 淸溪: 맑은 계곡. 綠樹邊: 푸른 소나무 근처. // 雨後: 비온 뒤에. 一聲: 한 소리. 여기선 울음 소리. 山色碧: 산 색이 푸르다. 西風: 서풍. 가을 바람. 人倚: 사람이 기댄다. 夕陽天: 석양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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