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自寬(자관) 
                                         현보 이장용

        만사는 한번 웃고 그만 둠이 마땅하니
        하늘에 구하는 바 어찌 용납 하겠는가
        나의 길 어떠한가를 기댈 필요 없다네.
        萬事唯宜一笑休    蒼蒼在上豈容求
        만사유의일소휴    창창재상기용구
        但知吾道何如耳    不用斜陽獨依樓
        단지오도하여이    불용사양독의루

사람이 살다보면 어려운 일, 고달픈 일이 많다. ‘만사(萬事)가 그러려니’ 해 버린다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애타게 마음을 쓰고, 과거에만 집착하는 건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수평적으로, 긍정적으로, 발전 지향적으로 생각해 버리면 간단한 것을 우리는 늘 그렇지 못한 경험이 많이 하면서 산다. 그저 그렇게 한바탕 스쳐지나가는 일이려니, 하늘의 준엄한 뜻이려니 생각해버리면서 지는 해에 자기의 모든 것을 기대지 않겠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나의 길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아야 할 뿐이네(自寬)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현보(顯甫) 이장용(李藏用:1201~1272)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만사는 한번 웃고 그만두는 것이 오직 마땅하리니 / 창창한 하늘에 구하는 바를 어찌 다 용납하겠는가 // 다만 나의 길이 어떠한지를 알아야 할 뿐이니 / 지는 해에 홀로 누각에 기댈 필요는 없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자신의 너그러움]으로 번역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많은 풍상을 겪는다. 즐거운 일보다는 괴로운 일, 어두운 일, 힘든 일도 겹친다. 이를 웃음으로 넘기는 지혜는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작자는 그렇게 하도록 노력한다. 하늘에 의탁하여 구하려고 하지 않고 스스로의 일은 스스로가 해쳐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다짐한 데서 시적 배경을 찾고자 했다.
 시인은 만사는 한번 웃어넘기면서 사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을 어찌 창창한 하늘에 구하는 바가 되어야 하겠느냐고 한다. 그런 나약한 인간들은 어려움을 하늘의 뜻으로, 뜬구름 잡듯이 먼 곳에서 찾으려 한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시인은 단호한 의지를 갖는다. 자신에게서 구하지 하늘에는 의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잘못이 있지만 스스로 용서하며 산다. 다시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이나 하듯이 자기를 뒤돌아본다. 자기의 길이 어떠한지를 알아야 할 뿐이라고 한다. 화자는 우두커니 지는 해를 쳐다보면서 나약하게 의지할 필요는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만사는 마땅하니 하늘 구함 용납하리, 나의 길 알 뿐이니 누각에 기댈 필요쯤은’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현보(顯甫) 이장용(李藏用:1201~1272)으로 고려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경사에 밝고 음양·의약·율력에 통달했고, 문장에 능하고 불서도 깊이 연구하였다. 몽고와 외교에 공을 세웠고, 일찍이 개경천도를 주장하기도 했다. 시호는 문진(文眞)이다. 저서에 <선가종파도> 등이 있다.

【한자와 어구】
萬事: 만사. 모든 일. 唯宜: 오직 마땅하다. 一笑休: 한 번 웃고 그만두다. 蒼蒼: 푸른 하늘. 在上: 하늘에 있다. 豈容求: 어찌 구함을 용납하겠는가. // 但知: 다만 알다. 吾道: 나의 길. 何如: 어떠하다. 耳: ~일 뿐. 不用: ~할 필요는 없다. 斜陽: 기는 해. 獨依樓: 홀로 누각에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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