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東都懷古(동도회고) 
                                            이지 장일

        장군과 재상의 정자 열고 자랑했건만
        번화함 화려함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들에서 살구꽃 복사꽃 이슬방울 울리네.
        四百年前將相家    競開臺榭幾雄誇
        사백년전장상가    경개대사기웅과
        只今繁麗憑誰問    野杏山桃泣露華
        지금번려빙수문    야행산도읍로화

신라의 옛터를 찾고, 백제의 옛터도 찾는다. 중국의 동북삼성지역을 가면 화려했던 고구려의 역사를 생각하게 한다. 맥없이 무너졌던 역사의 뒤안길에서 우리는 그 원인이 무엇이었던가를 떠올린다. 중국 하남성인 낙양은 조선의 동경이자 금성이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여지도에도 그렇게 나타난다. 성주풀이에서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구름은]이란 말도 생각해 본다. 중국 낙양에 비로소 가서 우리의 수도를 생각했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비로소 정자를 열고 그 웅장함을 자랑했는데(東都懷古)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이지(弛之) 장일(張鎰:1207~1276)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사백년 전의 장군과 재상의 집안은 / 다투어 정자를 열고 얼마나 그 웅장함을 자랑했는가 // 지금은 그 번화 화려했음을 누구에게 의지해 물을 것인가 / 들의 살구꽃과 산의 복사꽃이 이슬을 울린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중국 낙양(경주)을 회고함]으로 번역된다. 백제가 중원을 다스렸고, 고구려가 만주를 떡 주무르듯이 누비어 다스렸던 기록은 우리의 역사보다는 중국의 역사 더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 [중국25사]가 그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뻔뻔스럽게 동복공정을 통해서 숨기려 한다.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작자는 삼국중흥의 역사를 떠올리고 있음이 시적 배경이 되고 있다.
 시인은 경주라고 불렀던 낙양성에서 옛날 역사를 회고한다. 번성했던 시절에 온갖 영화를 다 누렸던 장군과 재상들의 좋은 시절을 떠올리고 있다. 그들은 천년만년 영화를 누릴 것이라 믿고 정자를 열었던 것이 눈에 보이듯이 훤히 보인다. 그 웅장함도 만천하에 자랑했을 것은 분명하겠다.
 그렇지만 화자는 중원을 차지했던 그 때의 화려했던 역사를 누구에게 물어 알 수 있을 것인가 되묻는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없어진 왕조와 인걸은 그 흔적 모두를 찾을 수가 없다. 화자가 부르짖는 착상은 오직 자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자기 합리화로 선을 긋는다. 산야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살구꽃과 복사꽃만이 이슬을 울리고 있다 하면서…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장군과 재상 집엔 웅장함을 자랑하네, 화려했음 물을 길 없어 이슬 울린 복사꽃’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이지(弛之) 장일(張鎰:1207~1276)로 고려 중기의 문신이다. 최씨 무신정권기에 한사로서 등용되어 고종∼충렬왕 대까지 주로 문한과 대간 직을 두루 맡아보았다. 몽골 황제에게 올리는 표문을 작성하고 사신으로 파견되는 등 대몽외교에도 간여하였다. 시호는 장간(章簡)이다.

【한자와 어구】
四百年前: 사백년 전. 將相家: 장군과 재상의 집안. 競開: 다투어 열다. 臺榭: 누대와 정자. 幾: 얼마나. 雄誇: 웅장함을 자랑하다. // 只今: 다만 지금. 繁麗: 번화하고 화려하다. 憑誰: 누구에게 의지하다. 問: 묻다. 野杏: 들의 살구꽃. 山桃: 산의 복숭아. 泣露華: 이슬의 화려함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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