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閑中自慶(한중자경) 
                                             복암 충지

        날마다 산 보아도 보는 것 모자라고
        물소리 듣는 것도 싫증은 안 나는데
        귀와 눈 맑고 상쾌해 편안함을 기르네.
        日日看山看不足    時時聽水聽無厭 
        일일간산간부족    시시청수청무염
        自然耳目皆淸快    聲色中間好養恬 
        자연이목개청쾌    성색중간호양념

 

 

자연은 자연 그대로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것 같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을 즐기면서 사는 것이 인간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나 이제나 사람들은 산을 찾아 산을 즐기면서 살았는지도 모른다. 나무를 보면 나무에 취하고, 들을 보면 들에서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살았던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만고의 진리다. 고려의 스님도, 조선의 스님도, 현대의 스님도 숲속 사찰에서 도량을 길렀고, 수양하면서 은은히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귀와 눈이 저절로 다 맑고도 상쾌하네(閑中自慶)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복암(宓庵) 충지(冲止:1226∼1292)로 고려의 승려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날마다 산을 보아도 보는 것이 모자라고 / 때때로 물소리를 들어도 듣는 것이 싫증나지를 않네 // 귀와 눈이 저절로 다 맑고도 상쾌해지는데 / 소리와 색깔 그 속에서도 편안함을 기른다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한가한 가운데 스스로 경하함]으로 번역된다. 여름은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이다. 녹음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은 산이다. 멋진 산수가 있는 곳에 이르면 사람은 누구나 평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옛부터 산수화를 좋아했던 것 같다. 집안에서 산과 물을 감상할 수 있는 한적함이 시적인 배경이 되어있다.
 시인은 19세에 장원급제한 이후에 승려가 되었기 때문에 시는 물론이거니와 소(疏)나 표(表) 등 여러 문체를 자유롭게 구사하였다. 그는 국사가 되어 몽고 침입 때도 원나라 세조에게 글을 보내 세조를 감동시켜 빼앗겼던 사찰의 토지를 돌려받고, 세조의 청으로 연경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하여 ‘한중자경(閑中自慶)’이라 제목을 붙였을 지도 모른다.
 시적 화자는 산은 아무리 보아도 싫지가 않고 들려오는 물소리는 반복해서 들어도 싫지 않았던 모양이다. 산을 보니 눈이 맑아지고 물소리를 들으면 귀가 시원해진고 했다. 화자 자신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산수 속에서 상쾌해지고 그 속에서 편안해져서 이 시를 지었다고만 밝힐 정도다. 도피와도 같은 상황이었지만 여유로워 보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산 보아도 모자라고 물소리는 싫증없네, 귀와 눈 상쾌하니 소리와 색깔 편안하고’‘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복암(宓庵) 충지(冲止:1226∼1292)로 고려 후기의 승려이다. 첫 법명은 법환(法桓), 뒤의 법명은 충지(冲止)이다. 전라남도 장흥 출신으로 아버지는 호부원외랑 호소이며, 어머니는 이부원외랑 송자옥의 딸이다. 9세에 경서와 자사를 외웠으며, 17세에 사원시를 마쳤다.

【한자와 어구】
日日: 날마다. 看山: 산을 보다. 看不足: 보는 것이 부족하다. 혹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적다. 時時: 때때로. 聽水: 물소리를 듣다. 聽無厭: 듣는 것이 싫지 않다. // 自然: 저절로. 耳目: 귀와 눈. 皆淸快: 다 맑고 상쾌하다. 聲色: 소리와 색깔. 中間: 가운데. 好養恬: 편안함을 좋아하며 기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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