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문학박사・필명 여명 장강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雲(운) 
                                          문정 정가신

        한 조각 엷은 구름 마음대로 생겨나서
        큰 비 되어 마른 나무 소생시켜 말하니
        중천의 해와 달 다퉈 밝음만을 가리네.
        一片纔從泥上生    東西南北已縱橫
        일편재종니상생    동서남북이종횡
        謂爲霖雨蘇群槁    空掩中天日月明
        위위림우소군고    공엄중천일월명

 

 

구름에 붙여놓은 이름과 종류는 많다. 뭉게구름 새털구름 먹구름 등 그 모양에 따라서 많은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구름이 비를 몰고 온다는 사실이다. 엷은 구름이 두터운 구름을 불러오고, 두터운 구름은 물이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필수품을 순환적으로 공급해 주는 원리에서 찾는다. 그래서 구름을 고맙게 여기면서 인류는 물을 풍부히 사용해 왔다. 구름이 해를 가리고, 또 달을 가림에 따라 서로 밝음을 다투고 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큰 비가 내려 마른 나무를 소생시키네(雲)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문정(文靖) 정가신(鄭可臣:?~1298)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한 조각 엷고 검은 것이 진흙 위로부터 점차 생기더니 / 동서남북을 이미 제 마음대로 하는구나 // 큰 비가 되어 많은 마른 나무들을 소생시킨다고 말하면서 / 헛되이 중천의 해와 달의 밝음만을 살며시 가린다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한 조각 구름이]로 번역된다. 한 조각 구름도 예사로 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디에서 생겨나고 어디로 향하는 지도 알 수 없는 구름의 생성원리를 굳이 알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연의 품에서 자라 자연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구름은 한 신묘한 과정과 같이 이해한 것으로 보여졌을 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이런데 착안하여 구름이 가는 모양과 생멸(生滅)의 원리까지 알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한 조각 엷고 검은 것들이 진흙 위로부터 우연히 생겼다는 시상을 일으킨다. 이렇게 생긴 구름이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이미 정해놓은 길을 가듯이 마음대로 간다는 것으로 생각했겠다. 구름은 바람이 부는 대로, 발길이 머문 대로 가고 또 어느 시점이 되면 다시 돌아 올 것이라는 사상이 그것이다.
 화자는 구름이 떠다니다가 지구의 온갖 생물체를 소생시키는 원동력이 구름이 된다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근원적인 원리를 은근하게 밝히고 있다. 큰 비 되어 마른 나무들을 많이 소생시킨다고 말했고, 헛되이 중천의 해와 달 밝음을 가린다고도 했다. 시어의 구성이 적절한 시적인 감흥으로 허리를 감아 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진흙부터 생긴 조각 동서남북 마음대로, 마른 나무 소생없고 중천 일월 밝음만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문정(文靖) 정가신(鄭可臣:?~1298)으로 고려 후기의 문신이다. 주로 문한관을 역임하며 문장을 떨쳤으며 외교관으로도 활약하였다. 감찰대부, 첨의중찬 등을 지냈으며 전고에 밝고 문장에 능하여 많은 사명(辭命)을 지었다. 저서에 <천추금경록>이 있다. 시호는 문정(文靖)이다.

【한자와 어구】
一片: 한 조각. 纔從: 겨우. 마음대로. 泥上生: ~이 진흙 위에 생기다. 東西南北: 동서남북. 곧 사방을 뜻함. 已縱橫: 이미 종횡을 이루다. // 謂爲: ~한다고 말하다. 霖雨: 소낙비. 장맛비. 蘇群槁: 많은 마른 나무를 소생시키다. 空掩: 헛되게 가리다. 中天; 중천. 日月明: 해와 달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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