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의회 의원들이 지역내 전통사찰인 화엄사 측으로부터 100만원 상당의 고급양주와 다기세트 등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져 의원들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구례 참여자치시민연대와 광주전남행의정감시회 등 시민단체들이 의원들의 사과와 화엄사 주지의 사퇴 등을 촉구하고 나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구례군의회 의원 7명은 추경안 심사를 앞둔 지난 7월, 구례군의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가 끝난 후 화엄사 측으로부터 100만원 상당의 발렌타인 30년산 1병씩과 고급 다기세트 등을 선물 명목으로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례군의회는 지난 해 12월 열린 정례회에서 2007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화엄사 유물 전시관 설립 예산 중 군비 부담금을 대폭 삭감한데 이어 지난 7월 열린 추경안 심의에서도 삭감된 예산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화엄사 측이 의원들에게 고가의 선물을 한 것으로 드러나 업무와 관련된 사실상의 뇌물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 15일, 구례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군민의 대표이자 대변자로서의 자질과 양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모든 사실을 즉각 구례군민에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구례 참여연대는 “화엄사 스님들은 정신적 지주로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종교 지도자들이 예산 확보차원에서 뇌물 제공을 하였다는 것은 우리사회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사찰입장료문제로 첨예한 대치관계인 입장에서 이런 몰지각한 처사에 구례군민들은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번 문제의 모든 책임을 지고 화엄사 주지 해임과 뇌물을 받은 의원들은 구례군민들에게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참여연대의 이러한 성명서가 발표되자 구례군의회는 지난 17일자로 의원일동의 명의로 ‘군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의원들은 “우리 의원 모두는 군민여러분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다”며, “모두가 우리 의원들의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 원인이었기 때문에 먼저 이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원들은 “지금까지 우리 의원 모두는 이 일에 대하여 자숙하며 반성의 시간을 가졌으나 일부 사실과 다른 추측들이 증폭되어 와전되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일부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 알려드리는 글을 올리게 되었다”고 밝혀 사과성명이 아니라 변명성명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의원들은 “의회는 투명하지 못한 사찰 관련 사업비의 민간자본이전, 템플스테이 운영비 지원,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 화엄사의 이승만 대통령 기념식수 훼손, 화엄사 진입로의 대리석 교체, 지역경제 활성화에 반하는 화엄사의 지리산 프라자 호텔 리모델링 반대 등에 대하여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며 이의 시정을 촉구하는 의정활동을 펼쳐 왔다”며, “군비부담이 과중한 화엄사 유물 전시관 사업비를 2차례에 걸쳐 삭감하기도 하였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선물에 대가성이 있었다면 과연 이런 일련의 활동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었겠느냐?”며, 자신들이 화엄사 측으로부터 수수한 선물의 대가성을 부인했다.


의원들은 “의회의 활동 내용들을 감안할 때 우리 의원들이 화엄사로부터 선물을 받은 행위는 평상시 지역사회에서 같이 생활하며 맺은 인연에 얽매여 선물을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 처사였지 결코 업무와 관련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변명과 사과를 내용으로 하는 구례군의회의 입장표명이 발표되자 20일에는 행·의정감시연대가 나섰다.


이들은 20일 발표한 “심각한 도덕성 결여를 보인 구례군의회와 화엄사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고가의 선물로 주민들의 비난이 일고 있는데도 의원들은 선물 반납 의사는 밝히지 않은 채, 업무와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의원들 스스로 투명성 확보를 위해 부결시킨 예산을 놓고 관련 당사자인 화엄사 측으로부터 수 백 만원에 이르는 선물을 받은 구례군 의원들의 윤리의식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행의정감시연대는 “누가 보아도 대가성이 다분한 고가의 선물을 받은 의원들에게 앞으로 감시와 견제라는 의회 본래의 책무의 올바른 이행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종교적인 영향력을 지닌 화엄사측의 이번 태도는 어떠한 이유로도 쉽사리 용납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 백 만원에 달하는 물품을 의원들에게 민감한 시기에 선물로 보낸 것은 종교적 차원을 떠나 일반인의 도덕개념으로도 지탄받을 수밖에 없다”며 화엄사 측의 행태를 비난하고, “화엄사 측은 의원들에게 고가의 양주 등 선물을 보낸 경위를 낱낱이 밝히고, 군민에게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화엄사와 구례군의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구례군 의회는 의회의 본래 책무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화엄사측은 종교계의 윤리와 양심에 비춰 각자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구례군의회는 논란이 확산되자 화엄사 측으로부터 받은 양주 등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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