珍島碧波亭(진도벽파정) 계곡 장유 하늘가 햇살이 창해를 내리 쏘아 구름 끝 아득히 섬 부름을 가르고 저녁에 흰 물꽃 파랑 철썩이는 벽파정. 天邊日脚射滄溟 雲際遙分島嶼靑 천변일각사창명 운제요분도서청 閶闔風聲晩來急 浪花飜倒碧波亭 창합풍성만래급 랑화번도벽파정성웅의 지혜에 의해 대승을 거둔 벽파정의 승리를 두고 요즈음 말로는 전승지(戰勝地)라고 한다. 진도 벽파정은 지형적인 밀물과 썰물의 원리를 잘 이용하여 대승을 거두었기에 이곳을 찾는 이들은 장군을 떠올리게 된다. 그 때의 일을 기억하면 가슴 뭉클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라를 지켜야한다는
4·10 총선은 끝났다. 현대판 전쟁에 비유할 수 있는 것으로 몇 가지(각종 스포츠를 포함해서)가 있는데, 선거도 그 중의 하나일 것 같다. 전쟁은 합법적으로 살인을 허용하니 비인간적이고 무도하다. 전쟁에 지면 하나뿐인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 이기기 위해 얼마나 절박하고 살벌하겠는가. 그래서 흔히 치열한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곤 한다. 혹자는 “삶이 전쟁과 같다”는 말도 한다. 그런데 지구촌 여기저기서 아직도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서 많은 사상자(死傷者)들이 발생하고 있다. 귀중한 목숨을 잃기도 하고 삶터도 송두리째 파괴되니 그 좌절
夢作(몽작) 소암 임숙영 흰 이슬이 먼 하늘을 씻기어 내리고 은하수는 은빛으로 하늘에 걸치어서 신선들 옥피리 소리 뜬 달에게 희롱하네. 白露洗遙空 明河掛銀闕 백로세요공 명하괘은궐 仙人綠玉蕭 夜弄天門月 선인록옥소 야롱천문월꿈은 현실의 연장이라고 말한다.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꿈을 통해 달성하는 묘한 인연도 몽후(夢後)의 상황이다. 고려 말 조선초기 몽류록 계통의 소설과 가전체가 함께 한 때 유행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이러한 흔적을 많이 찾는다. 꿈속의 일을 현실의 일처럼 작품의 배경을 옮겨 놓은 경우가 있어 문학의 특수성
세월은 다시 흘러 열 번째 봄을 맞이한다. 봄이 오면 생각나는 것 중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나의 봄에서 가장 큰 사건으로 기억된 것이 바로 세월호 참사다. 지난 1일 노란 배지를 시민들의 가슴에 달아 주다가, 갑자기 통한의 바다 팽목항으로 출발했다. 혼자가 아닌 소중한 형들과 함께 출발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웠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두 시간 반의 시간을 달려 팽목항에 도착하니, 빛바랜 깃발에 새겨진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가 힘차게 펄럭이며 반갑게 우리를 반겼다. 10년의 세월이 보여주듯 빛바랜 깃
付書瀋陽(부서심양) 북저 김류 큰 오동 잎 떨어지고 비까지 내리는데 국경 길은 수만 갈래 꿈속에서 헤매어 편지를 쓰려하여도 설음에서 울먹이네. 高梧葉落雨凄凄 塞路三千夢亦迷 고오엽낙우처처 새로삼천몽역미 欲向征人寄消息 一行書又萬行啼 욕향정인기소식 일행서우만행제멀리 떠나 있는 사람에게,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여간한 정성이 없다면 보내기 어렵다.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시인에게는 소중한 사람이 동복 삼성인 심양에 가있었던 모양이다. 요즈음 같이 우편제도가 잘 발달한 시대가 아니었음을 상기할 때 인편을 통한다는 것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삶은 우여곡절을 겪기 마련이다. 당연히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동반하기 일쑤다. 기쁜 일만 있는 삶이 어디 있으며 동시에 슬픔과 고난의 삶만 연속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고난과 역경이 많은 삶이 없는 건 아니다. 모두(冒頭)에 이런 넋두리를 하는 건 개인의 삶을 얘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현대사의 비극이자 지역사회의 아픔을 개인의 삶의 역정에 비유하는 것이 정합성을 갖는 건 아닐지라도 ‘여순 10・19’의 역사적 성격과 진실 규명과 관련해서 드는 생각이다. 지역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한
題宋明府幽居(제송명부유거) 동악 이안눌 서까래의 띳집이 솔뿌리에 의지하고 흰 머리의 노인이 베개 베고 누워서 손으로 책을 펼치어 손자에게 가르치네. 數椽茅屋倚松根 逕入脩篁盡掩門 수연모옥의송근 경입수황진엄문 皤髮老翁欹枕臥 手披黃卷敎兒孫 파발로옹의침와 수피황권교아손다른 사람의 시에 보인 운자를 따서, 시인의 새로운 생각과 시적인 구성으로 달리 시를 짓는 일을 [차운(次韻)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문에 글제를 달아서 짓는 행위를 제(題)한다고도 한다. 즉 다른 사람의 글제와 같이 놓든지 글의 내용과 흐름을 보아 같은 선상에 놓은 일을
포스코그룹 장인화 신임 회장의 취임을 광양시민, 그리고 기업인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포스코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철강분야 최고의 전문가로서 존경받으며, 이차전지 소재 및 수소산업 등 신산업 육성에도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주시는 장인화 회장의 취임은 대내외적으로 포스코그룹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강한 신뢰와 확신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광양시는 포스코와 상생의 공동운명체로서 기쁨과 감회가 남다릅니다. 그동안 시민 모두가 상생과 소통의 마음으로 기업을 응원하며 기업하기 좋은
思故鄕(사고향) 반아당 박죽서 마음은 어둡고 깊은 밤 눈 내리고 하늘 끝 먼 하늘에 기러기 사라져 눈에서 눈물 어리려 고향집이 다가오네. 獨倚欄干恨更長 北風吹雪夜昏黃 독의란간한갱장 북풍취설야혼황 數聲鴻雁遠雲外 東望故園天一方 수성홍안원운외 동망고원천일방여인의 심약함은 말이나 글에서 읽는다. 어디 그것이 여인에만 한정할 수 있었겠는가 만은 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시를 쓰는 조선 여인의 대체적인 특징은 기녀나 소실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행여 임이 오시지 않나 규방에서 기다려지는 심회가 글 속에서 물
사불급설(駟不及舌)이란 말이 있다. 4마리의 빠른 말(馬)이 달리는 속도보다 말이 더 빠르다는 얘기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간다”는 우리 속담도 생각나게 한다. 소통의 중요 수단으로 말과 글이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글은 말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조금 정제되기 마련이다. 반면 말은 한번 뱉으면 거둬들이기가 쉽지 않고 전달 속도도 빠르기 마련이다. 말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실언으로 곤경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말의 이러한 속성과도 무관할 수 없다. 선인(先人)들은 수양의 한 단계로 말
제23회 광양 매화축제가 차별화된 축제콘텐츠와 차 없는 거리로 안전하고 쾌적한 축제장 조성으로, 개최 최초 입장료를 도입하되 전액 축제 상품권을 제공해 지역민과 관광객이 모두 만족하고 상생하는 축제로 발전시키면서 매화축제 개화 시기부터 누적 방문객 85만 명을 기록하고, 낙화 시기까지는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며 아무런 사고 없이 피날레를 장식했다.또한, 축제는 끝났지만 올해는 개화 기간이 길고 낙화율이 낮아 광양 매화마을을 찾는 상춘객이 계속될 것에 대비해 시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불편을 최소화하고 유종의 미를
堂前叢竹出籬外(당전총죽출리외) 동계 정온 친구여 어찌하여 금령을 두려워 않고 울타리 벗어나서 숲속 친구 어울렸나 주인이 더위 먹을까 주는 거야 그늘을. 此君何不畏天禁 冒出籬閑作一林 차군하불외천금 모출리한작일림 應恐主人傷暍死 擁生中外供淸陰 응공주인상갈사 옹생중외공청음자기 합리화도 여러 가지다. 울타리 안에 심었던 나무가 울 밖이나 울담을 넘어 남의 집으로 뻗었다면 큰 실례일 수 있다. 옆집 주인이 이를 두고 어찌할지 몰라 서성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시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도 주인의 그늘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울안과
僑居賦事(교거부사) 교산 허균 바닷가 먹을거리 서리게 남아 있고 아욱은 텃밭에서 이슬에 젖어 있어 우리네 먹고 사는 것 처자식이 아니지. 海味餘霜蟹 園蔬只露葵 해미여상해 원소지로규 吾生本爲口 非是利妻兒 오생본위구 비시이처아바닷가에는 많은 물고기가 있고, 텃밭에는 각가지 종류의 채소들이 있다. 먹음직스런 것부터, 잘 자란 것부터 잡아먹고, 뜯어 먹으면 고기의 씨가 마르거나 자라는 채소가 없어진다. 한정된 공간에서 자랄 수 있는 일정량이 적자생존을 보전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바다에는 서릿게만 남아 있고, 텃밭에는 아욱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햇볕정책을 이끈 사상가 등으로 김대중이란 이름 뒤에 당연하게 따라붙는 굵직굵직한 타이틀만 보아도 삶의 역정(歷程)과 발자취를 짐작케 한다. 특히 그가 재임하는 동안 남북관계는 비교적 대치상태가 완화되고 평화의 공존이 가능했던 시기였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의 정치 인생 역정과 삶을 보면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본란의 짧은 지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열거할 계제는 아니고 또 적절하지도 않다. 다
宮柳詩(궁류시) 석주 권필 궁의 버들 푸르며 꽃잎은 어지러운데 조정 대신 치하하며 신하는 아양 떨고 누군가 진실한 말을 그 누구가 할 수 있나. 宮柳靑靑花亂飛 滿城冠蓋媚春暉 궁류청청화란비 만성관개미춘휘 朝家共賀升平樂 誰遣危言出布衣 조가공하승평락 수견위언출포의임금이 나약하면 간신들이 득실거리고 임금이 부정하면 외척들이 활개를 쳤다. 과감한 개혁과 자기 혁신이 있어야되었음에도 그렇지 못한 조정에서는 득실거리는 냄새, 몸살나는 땀냄새까지 진동을 했다. 광해군 때 광해의 처남이 그런 행세를 하며 전횡을 휘두르자 이를 보다 못한 시인이 궁류
漫題(만제) 수은 강항 반생의 흙 한 줌인데 십층 금전 웬 말이며 총알 동나 남의 손에 쥐어지는 그 날 되면 일본은 나라 뒤집혀져 내닫는 것 문제없지. 半生經營土一杯 十層金殿謾崔嵬 반생경영토일배 십층금전만최외 彈丸亦落他人手 何事靑丘捲土來 탄환역락타인수 하사청구권토래일본이 우리를 침범한 횟수만도 헤아릴 수 없다. 인진왜란과 정유재란에서 수많은 목숨이 나라를 위해 바쳐졌다. 어떤 이는 맨손으로 싸우고 어떤 이는 적진에 들어가 나라의 긍지를 심으면서 적정(賊情)을 탐지하여 본국에 알리는 염탐도 마다하지 않았다. 적장이 넘어져서 휘황찬란하
올해 들어 2편의 정치 다큐멘터리가 연달아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 초에 개봉해서 한 달 만에 , 2월 초 개봉해 열흘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을 말한다. 두 작품은 민감한 정치 소재로 조심스럽게 언급되는 가운데 다큐멘터리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으로 화제이다. 요즈음 정치의 계절(?)인 점도 한 몫 했을 터, 다큐멘터리 영화는 대체로 5억 미만의 저예산으로 정치인을 다큐로 제작한 경우가 없었던 건 아니다. 비교적 근래에 제작된 경우로는 등
건강보험공단에서는 가입자간 형평성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22.9월부터 소득 정산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소득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보험료를 조정하면 다음 해 11월에 조정한 연도의 국세청 확정소득으로 조정한 연도의 보험료를 정산해 그 차액을 부과 또는 환급해 주는 것이다. 다른 소득이 있음에도 공단이 현재의 소득을 알 수 없는 점을 이용해 퇴직(해촉)증명서를 제출하여 보험료를 회피하거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는 등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재정누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도입한 제도이며 공단은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로 단
銀河(은하) 최낭 은하수 바라보며 없는 다리 한스러워 꾀꼬리가 울어 대니 꽃잎은 떨어지고 수심에 타는 가슴에 애간장이 끓는구나. 相望隔河漢 欲濟恨無梁 상망격하한 욕제한무량 鶯啼花又落 知是割愁膓 앵제화우락 지시할수장기성세대들은 음력 7월 7석이면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경우성과 직녀성이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다는 전설 같은 말을 가슴에 품고 자랐다. 이와 같은 전설 속에 숨긴 이야기는 우리 후진들도 그런 말을 듣고 자랄 것이다. 시인은 이런 점에 착안하여 여느 시인이 생각하지 못한 시상을 한 움큼을 떠올린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내 마음엔 조금씩/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꽃을 피우고 싶어/온 몸이 가벼운 매화 가지에도/아침부터 우리 집 뜰 안을 서성이는/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봄이 움직이고 있구나//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내 마음의 바위 틈에/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일어서는 봄과 함께//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내가 사는 세상과/내가 보는 사람들이/모두 새롭고 소중하여/고마움과 꽃망울이 터지는 봄/봄은 겨울에도 숨어서/나를 키우고 있었구나//(이해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