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광양북초등학교에서는 특별한 이벤트를 실시했다. 빼빼로 대신 나눠받은 가래떡을 들며 포즈를 취하는 북초등학교 1학년생들.

지난 11일 광양북초등학교에서는 특별한 이벤트를 실시했다. 빼빼로 대신 나눠받은 가래떡을 들며 포즈를 취하는 북초등학교 1학년생들.

삐삐삐삐~~

스마트폰 알람이 울린다. 졸린 눈을 비비며 시간을 확인한다.

10월 31일 오전 5시. 오늘따라 유난히 핸드폰 액정속의 글자들이 밝게 느껴져 눈이 부신다.

거실로 나와 전등 스위치를 켠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신다. 간밤에 건조해진 목줄기를 따라 차가운 물이 흘러내고 있음을 느낀다. 샤워를 하고 젖은 머리를 말린 후 화장을 한다. 시계는 6시 5분을 가리키고 있다.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된장국과 두부조림, 김을 식탁에 올려놓고 남편과 아들을 깨운다.

아침 생각은 없었지만 음식 냄새에 허기를 느끼고 반공기를 먹는다. 나는 고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이자 초등학교에서 영양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어제보다 더 추워짐을 느끼고 차 시동을 건다.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등교하는 아이들이 많아진다. 자세히 보니 아이들 손에 무언가가 하나씩 쥐어있음을 본다.

‘오늘이 무슨 날이라도 되나’ 싶은 마음에 날짜를 확인하지만 오늘은 그저 10월의 마지막 날임을 확인한다.

주차를 하고 사무실로 들어가 오늘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들을 확인한다.

그 후 조리장으로 가서 재료들을 눈으로 확인한 뒤 교무실로 향한다.

선생님들이 오늘이 ‘에이스 데이’라는 말을 한다.

에이스 데이가 무엇인가 해서 스마트폰 인터넷을 통해 알아본다. 강원도 어느 한 학교에서 학생들로부터 말일이 토요일과 겹치는 날을 에이스 데이로 정한 것이 시작이 되었는데 지금은 10월의 마지막 날이 그날로 정착됐단다.

‘아이들이 과자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나눈다는 의미겠구나’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된다. 아이들이 평소보다 점심을 많이 먹지 않는다.

‘오늘 음식맛이 별로인가’하고 생각하는 찰나 오늘이 에이스 데이임이 떠올랐다.

‘필시 과자 탓이리라’라고 핑계를 대는데 아이들 표정이 밝지 않음을 확인한다.

교무실로 갔더니 선생님들이 에이스 데이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말들을 한다.

어떤 아이는 인기가 많아 에이스를 많이 받고 어떤 아이는 하나도 못받았다는 말을 한다.

가슴이 먹먹하다. 순진하고 여린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한다. 내 아이도 저랬을까? 하나도 받지 못했을 아이를 생각하니 한 아이의 엄마로서.

문득 다음달 있을 빼빼로 데이를 생각한다.

작년 11월 10일 토요일에 홈플러스에서 빼빼로를 사겠다는 사람들의 북새통을 이루던 장면을 생각하니 고개가 저어진다.

11일이 다가올 수록 선생님들도 걱정이 커진다.

회의를 한다.

아이들이 상처입지 않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본다.

책상 오른쪽 벽면에 붙어 있는 달력에서 숫자 11옆에 ‘농업인의 날’이라고 적힌 글을 본다.

불현듯 스치는 생각.

‘아이들에게 빼빼로 대신 가래떡을 나눠주자’

내 얘기에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이 좋은 반응을 보인다.

11월 6일. 학교에서 11일을 학교내 ‘가래떡 데이’로 지정해 아이들에게 빼빼로를 가져오지 말아달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낸다.

같은 날 학생들에게 농업인의 날의 의미를 되살리고 우리 농산물을 사랑하자는 뜻의 추첨 행사의 홍보방송을 한다.

퀴즈를 맞춘 아이들에게는 학용품을 준다고 했더니 점심시간까지 많은 아이들이 응모를 하는 모습이다.

11월 8일. 다음주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문득 지난번 좌도농악팀을 취재한 기자가 생각난다.

‘전화해서 취재를 부탁할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고민 끝에 학교에서 실시할 가래떡 데이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기자가 취재를 오겠다고 한다.

11일 당일 미리 주문한 가래떡을 확인하고 종이컵에 10cm크기로 2개씩 가래떡을 담는다.

10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중간놀이 시간에 추첨행사를 실시하고 50분부터 아이들에게 가래떡을 나눠주기 위해선 조금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교시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강당으로 모인다.

1, 2, 3학년은 교장선생님이, 4, 5, 6학년은 교감선생님이 추첨을 한다.

이름이 호명돼 단상에 선 20명의 학생들의 손엔 연습장이 쥐어있다.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보이며 기자의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다.

단상 아래에 있는 아이들속에서 추첨되지 않아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마음같아선 모든 아이들에게 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조금은 아쉽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이들은 각자의 교실로 향한다.

선생님의 지시로 2명씩 남아 같은반 친구들에게 줄 가래떡을 가지러 급식실로 온다.

종이컵에 담긴 가래떡이 행여 떨어질까 뚜겅을 덮는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가래떡을 전부 나눠준 뒤 텅빈 상자를 본다.

이재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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