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사업 준공시 냉연·도금강판도 생산 가능…열악한 인프라 등 난제 산적

 

▲ 동남아시아 최초의 길관제철소인 크라카타우 포스코의 민경준 사장은 "인도네이사는 자원부국이라고 하지만, 열악한 인프라로 그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제철소 건설을 성공리에 마치고 정상궤도에 올린 민사장은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의 맹주로 동남아시장의 교두보 확보를 위해서 반드시 공략해야 할 나라"라고 강조했다.

동남아 최초 일관제철소인 크라카타우포스코 건설에는 3조원의 사업비가 투자됐다. 투자비 중 포스코의 합작사인 크라카타우스틸이 1조원을, 포스코가 2조원을 투자했는데, 1단계 건설사업이 준공된 현재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연산 3백만톤 규모의 고로설비를 갖추고, 각종 철강재의 원자재가 되는 슬라브와 후판을 생산해 내고 있다. 크라카타우포스코의 민경준 사장은 “2단계 사업으로 3백만톤 규모의 고로를 추가로 건설하게 되면 냉연과 도금강판까지 생산하게 되는데, 현지 합작기업인 크라카타우 스틸의 경영상태가 불안정해 2단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 나라입니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국내 철강산업의 동남아 진출 교두보 확보를 위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는 일본 기업들의 텃밭이었는데도, 일본인들은 일관제철소를 건설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외국에 일관제철소를 지어 성공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 찔레곤에서 만난 민경준 크라카타우 포스코 사장은 “포스코의 첫 해외 일관제철소인 크라카타우포스코가 동남아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지에 부임하면서 간도, 쓸개도 빼놓고 오자고 생각했는데, 놀랄 일이 날마다 생깁니다. 우선, 문화가 다르고, 산업인프라가 없습니다. 가는 데마다 딴지를 걸기도 하고요. 특히, 인력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잠시만 방심해도 대형사고로 연결되고...이런 것들을 극복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생산은 잘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정상가동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기록했다고 소개한 민 사장은 “연초부터 러시아 철강사들의 덤핑수출로 가격이 떨어져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구의 경재제재로 달러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동남아 시장에 덤핑수출을 하고 있어 철강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

2억5천만명의 인구와 1만8 천개의 섬, 300여개의 인종이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종교적으로는 인구의 89%가 무슬림인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이다.

이러한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다양함 속의 하나를 표방하고 있는데, 그 비결은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존중해 주면서 하나를 추구하는 소통의 정신에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국민소득은 3500불 정도 되는데 이 중 전체인구의 3%에 불과한 화교가 국가 소득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빈부의 격차가 큰 나라이다.

크라카타우 포스코가 위치한 찔레곤 주변의 주민소득은 200불 정도에 불과하고, 찔레곤시는 70 년대 광양읍을 떠올리면 된다.

민경준 사장은 제철소가 소재한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의 특징으로 “목표를 정해 이를 달성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문화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건설공사 당시의 일화인데,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말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느냐?’는 말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공사를 위해 온 관계자들 중 한사람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없었는데, 현지인들 중에는 한사람도 계획대로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관료들의 부정부패가 심하고, 경찰들을 다루기 힘든데 요즘은 많이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나 역시 초기에는 환경파괴범 취급을 받다가 요즘에는 덕망 있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웃음)”

민 사장은 “현지에 사람은 많은데 인재는 없다”며, “교육이 따라주지 못하다 보니 인구는 많아도 인력은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의 낮은 교육수준은 오랫동안 군부독재를 유지해 오면서 독재정부의 우민화정책의 산물이기도 하다. 나쁜 정치가 얼마나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인지를 인도네시아의 오늘이 말해주는 것이다.

“공고 나온 인력도 수준이 낮아 재교육이 필요하고, 대학 졸업자들의 수준도 낮아 재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정작 일을 시켜보면 머리는 좋습니다. 다만, 악착같이 하려고 하는 의지가 없는데, 이는 게으름과는 다른 종류의 느긋함이라고 봅니다.”

민 사장은 포스코가 인도네시아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하자 현지에 진출한 일본 기업인들의 반응은 “포스코놈들, 용감하네” 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한다. 자신들이 못한 일관제철소 건설에 대한 질투와 함께 ‘그래, 잘되나 보자’ 하는 심리의 표현이었다는 것.

그러나, 포스코는 한국인 특유의 추진력으로 이를 성사시켰고, 동남아 철강시장의 교두보 확보에 성공한 셈이다.

포스코는 동남아를 자신들의 안방처럼 여기는 일본 기업들이 시도하지 못한 일관제철소 건설에 성공했다.

▲ 인도네시아 바다의 낮은 수심도 제철소 건설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크라카타우 포스코의 원료수송선박 접안 시설은 육상에서 1.1 km 떨어진 지점에서 필요수심을 확보해 건설했다. 부두 전경

그렇지만, 제철소 건설이 마냥 순조롭게 이뤄진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열악한 인프라가 문제였다. 민 사장은 “바다가 깊다는 것이 자원이라는 생각을 인도네시아에 와서 절감을 했다”고 말한다.

1만8천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의 바다는 철광석을 실은 큰 배가 마음대로 접안할 수 있는 수심이 안된다. 그러다보니 크라카타우포스코는 20만톤 이상의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육지에서 1.1㎞나 떨어진 곳에서 22m의 수심을 확보해 이곳에 접안시설을 만들고,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육상의 원료 야드로 수송해 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영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이 소재한 찔레곤의 경우 그나마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산업도로는 인도도 없는 2차선 도로이고, 찔레곤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자카르타까지 이어지는 100㎞가 고작이다.

국토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비행기로 5시간이 걸리는 거대한 나라이지만 인도네시아의 고속도로는 찔레곤과 자카르타를 연결하는 100㎞와 자카르타와 반둥을 연결하는 200㎞,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대건설이 건설해 유명한 자카르타와 서부자바의 도시인 Bogor와 Ciawai까지 연결되는 50㎞가 고작이라고 한다. 현대건설이 지은 고속도로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고속도로이기도 하다.

이러한 열악한 교통사정으로 인해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부산에 해당하는 항구도시까지 890㎞를 수송하는데 트럭으로 밤낮없이 쉬지않고 달려도 3일 반이 소요된다고 한다.

인도네시아는 누구나 인정하는 자원부국이지만, 그러한 자원의 효율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민경준 사장의 분석이다.

깔리만톤 섬에서 철광석이 생산되지만, 20만톤급 배가 들어오는 곳까지는 육상에서 20㎞이상을 가야 한다는 것.

또, 자원은 풍부하지만 질이 안좋아 철광석의 경우 30%만 사용이 가능하고, 석탄은 열량이 낮아 발전용으로는 가능하지만, 제철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민 사장의 설명이다.

그나마, 이러한 자원들은 대부분 밀림 지역에 분포하고 있어 열악한 도로 인프라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동남아의 교두보를 확보해야 하고,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의 맹주인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 민 사장의 분석이다.

악전고투 속에 제철소 건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정상가동에 성공한 민 사장은 해외근무로 인한 스크레스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 더운 나라에서 내가 뭐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돌아가자니 사명감 때문에 못 가겠고, 안 가자니 내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인도네시아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시장입니다. 인도네시아의 1인당 연간 철강소비량은 50Kg 수준입니다. 우리가 1200Kg이고, 선진국 평균 700Kg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잠재력이 있지요. 인도네시아의 매년 인당 철강소비량은 15%정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1단계 300만톤에 이어 2단계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파트너사인 크로카타우 스틸의 사정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있습니다.”

포스코는 2단계 사업을 통해 현재 후판만 생산하는 생산품을 냉연강판 및 도금강판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건설 당시 1천명의 한국인 인력이 상주했던 크라카타우 포스코에는 현재 주재원 60명을 포함한 수퍼 바이저 등 230 명의 한국인이 상주하고 있다.

제철소의 가동을 위한 협력업체들도 진출해 있는데, 전기 부문은 포스코ICT가 담당하고 있고, 기계정비 분야는 PMS를 주축으로 한 협력업체들이 팀을 이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현지에 진출해 있는 협력업체는 20개사 정도라는 것이 민 사장의 설명이다.

크로카타우 포스코에는 직영 인력으로 현지인 23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협력사에 2100명 정도의 현지인이 고용되어 있는데 이들 중 70% 정도는 찔레곤 출신이다.

민 사장은 민간기업의 현지책임자이지만, 찔레곤시에서는 한국인과 관련된 모든 영사업무도 담당하는 민간외교관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작은 지역이다 보니 한국인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현지 경찰서장 등이 민 사장을 먼저 찾는다는 것.

이국 땅에서 기업은 물론 국가의 이익을 위해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하는 민사장의 모습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포스코인과 한국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황망기 기자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