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양보건대(위)와 한려대(아래)의 야간 캠퍼스 전경.

우리나라 국민들의 교육열은 정말 대단하다. 특히 수도권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열의는 세계적으로도 그 예를 찾기 힘들 정도다.

단편적인 예로 광양시의 교육환경개선사업의 성과를 자랑하는 보도자료에도 서울대 합격자 수와 서울 유수의 대학 진학률, 의ㆍ치대 진학률을 선전 한다.

우리나라 모든 학부모와 학생들은 해마다 입시철이면 기를 쓰고 이른바 ‘인 서울(in Seoul)’ 대학에 진학하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지방대학, 특히 지방 사립대학의 설 자리를 좁게 만들어 왔다.

설상가상 현 정부는 대학자율화라는 구호아래, 대학구조조정과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방 사립대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더욱이 저 출산의 여파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2018년부터는 상당수의 지방대학이 학생 정원조차 제대로 채우기 힘들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지방 사립대학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단순히 학교의 퇴출이나, 그 학교의 교수나 학생들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데 있다.

우리나라 인재양성의 중요한 한 축으로 역할을 해 왔던 지방 사립대학의 쇠락은 지방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잠재적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현 정부는 지방대학 입학 자원 감소로 인해 지역의 피폐화와 같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지방대학 육성에 관한 법률’을 지난해 제정해 공포했다.

지난 2014년 <조선일보> QS아시아 대학 평가를 보면 100위권 내 국내대학 31곳 중 지방대 11곳이 선정되었다.

이는 지방대학의 가능성과 뛰어난 인재가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지역인재의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종합적 대책 및 지역인재 육성의 법률적 토대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방대학 및 지역인재의 육성, 발전을 위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 지원이다.

이를 위해 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교원의 참여확대, 공공기관 등의 지역인재 채용확대, 지역인재의 대학, 대학원의 입학기회 확대, 특성화 지방대학 선정, 지역균형인재 교용영향평가 실시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지방대학 육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해 오고 있다.

위기의 1차적 원인은 대학 내부문제

 

지역대학이 위기에 빠지게 된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일차원적인 원인은 대학 그 자체에 있다.

대학이 대학의 기본임무인 사회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여 배출하는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의 대학교육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 교육체제로 이행하면서 대학이 더 이상 ‘지식의 상아탑’에 안주하고만 있지 않다.

산학협력이나 기타 연계 관계를 통해 수요자가 원하는 인재를 공급할 때 비로소 대학이 계속 조직으로 존립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산업체나 사회현장에 곧바로 활용되기에 부족하여 재교육을 받아야만 하는 실정이다.

대학 졸업자는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기업체에서는 전문화된 산업현장의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는 인력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사립대학과 전문대학에서 기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기업이 요구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례는 지방 사립대학들이 눈여겨 볼만하다.

영진전문대의 맞춤형 인재양성 실험

대구에 위치한 영진전문대는 2004년 SK하이닉스와 인력양성 협약을 체결하고, 전자정보통신계열에 40명 정원의 하이닉스반을 개설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기업이 요구한 반도체공학, 플라스마공학 등 11개 전공과목을 2학년 1학기까지 교육시킨다.

과정을 마친 학생은 2학년 2학기 하이닉스에서 인턴으로 한 학기를 보낸다.

인턴십에 참가한 학생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채용된다.

현재 영진전문대는 327개 국내기업과 주문식교육 협약을 체결했으며, 해외기업 107곳과도 국제연계주문식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는 전체 교원의 77%를 산업체 출신자로 선발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영진대는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취업률 통계조사에서 ‘가’그룹 대학(전문대학 졸업자 2000명 이상)에서 취업률 78.2%로 전국 1위에 올랐다.

▲ 한려대학교 사회봉사단 학생과 지도교수 사단법인 사람사랑회원 등 30여명은 기초 수급자 및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집안청소와 정리 등 봉사활동을 펼쳤다.

지역기업과 연계한 현장실습 강화 필요

졸업생 취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 기업들과 연계한 현장실습을 강화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대학들은 기존 계절제 현장실습 뿐만 아니라 학기제 현장실습 운영을 활성화하고, 졸업 필수교과목으로 반영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계절제 현장실습을 정규과목으로 정착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이 학교는 계절제 현장실습을 전 학과 3·4학년 대상 정규교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년 약 6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으며 인문사회계열 학생 참여도 늘고 있다.

지자체와 지역대학의 협력 중요

지방자치단체가 대학과 손을 잡고 지역 특화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계약학과를 개설한 사례도 있다.

전북 고창군은 복분자 등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북대와 계약학과를 설치했다.

자치단체는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역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이에 따라 전북대는 고창캠퍼스를 설치하고 모집정원 30명 규모의 농생명과학과를 개설했다.

고졸 사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기업과 지역 대학이 손을 잡은 사례도 있다.

경북 경산의 아진금속은 현장 우수 전문가 양성을 위해 자체 공고생 육성 로드맵을 마련했다.

회사는 특성화고 졸업생을 채용한 후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계명문화대학과 손을 잡고 30명 정원의 아진금형디자인과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광양지역 대학의 활로 모색 노력

우리 지역대학인 보건대와 한려대도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다.

보건대는 기존의 3개학과를 폐지하고 지역산업연계와 관련 제철금속학과, 항만물류학과를 신설했다.

보건대 관계자는 “내년도에 지역산업과 연계한 학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제철금속학과와 항만물류학과의 정원을 25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한려대의 경우 지자체와 포스코, 여수국가산단 등 지역사회의 필요성과 의견을 반영해 건설방재공학과, 전기전자공학과, 생체의공학과, 실내건축디자인학과, 언어치료ㆍ예술치료학과를 신설했다.

이렇듯 지역의 산업 혹은 강점과 연계된 대학의 특성화가 요구된다.

대학의 특성화는 대학이 표방하는 건학이념과 창학정신을 바탕으로 추진하되, 지역산업과의 연계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지방 사립대학은 생존을 위해 철저한 지방대학이 되어야만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대학이 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지역의 대학, 연구 기관, 기업, 지자체 -산학연관(産學硏官)- 등이 지역 전체의 혁신을 목적으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지역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성공적 사례가 적지 않다. 

스탠포드 대학의 성공 모델

지금은 세계적인 명문대학인 스탠포드 대학교도 지금부터 120년 전 설립 당시에는 자그마한 지방 사립대학에 불과했다.

그러나 50여 년 전 동부보다 상대적으로 침체된 서부지역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해 ‘작지만 강한 지방대학(강소대학)’이 됨으로써 결국에는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이것이 지역 발전을 주도하게 함으로써 지방 대학의 발전은 물론, 지역 균형 발전의 토대를 갖출 수 있는 것이다.

강도높은 자구노력 없으면 도태

현재 지방 대학은 큰 위기를 맞이했다. 지역의 광양보건대와 한려대는 앞서 언급한 외부적인 요소 뿐 아니라 설립자인 이홍하씨의 교비횡령 사건으로 인해 2014년부터 2년 연속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돼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의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육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교육과 연구 환경을 개선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생존법임을 누구나 다 안다.

학생들과 학부모도 우수 교원이 많고 교육 수준도 높은 대학을 선호한다.

산업체도 마찬가지다. 결국 사회적 요구, 학생과 학부모의 필요를 반영해 우수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하며 그것을 최대한 특화하는 방법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작금의 대학 구조개혁은 ‘부실한 지방 대학들을 한국사회에서 제거하면, 한국 고등교육의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온힘을 쏟고 있다.

한려대는 대학 통폐합이나 신설, 학제 전환 등을 이유로 편제가 완성되지 않았거나 완성 후 2년이 되지 않은 대학으로 분류돼 이번 평가에선 제외됐다.

보건대학의 경우 제외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구조개혁위원회의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대학으로 분류되고 재정지원사업 수주에 실패하면 결국 열악한 교육프로그램과 부실한 학습 환경은 교수들과 학생들의 몫이다.

지역 대학이 운영자금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면 도태되고 뼈아픈 미래를 맞이해야 할지 모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지역과 밀착해 지역의 특성에 적합한 교육에 특화함으로써 차별화와 전문화를 꾀하여야 한다.

자구 노력은 하지 않고 부실, 비리대학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것은 어느 누구도 동의하기 힘들다.

보다 더 강도 높은 자발적인 구조조정과 수익사업 확대, 산학협력 등을 통한 재정확충에 더욱 매진하여야 한다.

조경훈·김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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