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미정 / 삽화 유현병

소매 끝이 반지레한 아이들

찌그러진 깡통 하나 내려놓고

가위 바위 보 술래 정 하느라

들썩들썩한 타작마당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고래고래 외쳐대는 술래 소리에

꼬리치며 달려드는 누렁이

정지문 뒤에 숨은 삼영이도

감나무 뒤에 달라붙은 구영이도

누렁이에게 들킬세라

간이 콩알만 하다

우당탕탕 텅텅

누군가에게 걷어차인

깡통 구르는 소리

술래를 부르느라

씩씩거리며

온 동네를 또 한바탕 뒤흔들고---

 

 

무라야마 지준이 지은 『조선의 향토오락』에, '통차기'란 제목의 놀이 소개에는 알루미늄 깡통 이전의 놀이에서 소재가 두레박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할 당시 통조림이 대용식량으로 사용되면서, 빈 두레박이 깡통으로 바뀌게 되었어요. 이는 기존의 두레박이 서너 번 차면 깨진다는 문제를 알루미늄 깡통이 해결해 주기 때문에 당연히 깡통을 선호하게 되었지요. 이후에는 더 이상 두레박은 사용되지 않았고, 깡통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후대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이 놀이의 기본적인 원리는 숨고 찾는 숨바꼭질이기 때문에 원시시대부터 행해진 것이지만 놀이의 소재가 두레박에서 깡통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형태의 놀이가 되었다는 점에서 전통을 계승한 우리 놀이로 파악해야 할 수 있답니다.

글 김미정 / 삽화 유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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