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옥룡사의 동백꽃을 보러 갔다가 아직 이른 감을 느꼈다. 햇빛이 많이 드는 곳에서 만개한 동백꽃을 조금 구경했을 뿐이다. 그래도 옥룡사 나들이는 봄 내음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섬진강 변 다압의 매화꽃은 만발해서 매화축제를 앞두고 있다. 지리산 자락의 산수유는 노란 물감으로 산하를 물들인 듯한 느낌을 준다. 산동의 산수유 꽃은 봄의 전령사로서 역할을 충분히 다한 셈이다. 
필자가 모두(冒頭)에 이렇게 꽃타령을 늘어놓는 건 꽃 감상도 좋지만 계절의 순환에서 느끼는 자연의 오묘함이 더 크기 때문이다. 자연의 순리를 느끼고 체득해 가며 사는 감성과 지혜가 새삼 요구되는 건 아닐까 싶어서다. 
소리없이 오는 봄 기운과 달리 우리네 삶과 세상은 요동치고 있다. 아니 매스컴이나 각종 매체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 내고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 거리’를 연일 쏟아낸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의 최고수 이세돌의 바둑 대국도 흥미롭고 신선하다. 컴퓨터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습할 뿐 아니라 상대에 따라 다르게 대응하는 것도 흥미를 자아내고, 결국 감성이 빠진 인간의 지능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의 기능과 역할이 장차 우리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기대반 두려움이 교차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때 우리의 상상력을 자꾸 발동시키면 좋을 것 같다. 결국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과 능력을 가늠하는 또 다른 시험대에 선 느낌이다.   
또 한 다른 쪽에서는 4· 13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 및 후보자들간의 공천을 둘러싼 샅바싸움도 치열하다.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모처럼 주권자인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이때 국민의 주권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기성세대들은 투표의 참여율이 비교적 높은 편인데, 젊은 층에서도 소중한 주권 행사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싶다. 
이런 점에서 일부대학의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 청년 공동행동 네트워크 기자회견’을 통해 젊은 층의 생각을 표명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일부 내용을 들여다 보니, 고지서 상의 반값 등록금 실현, 공공임대주택의 청년 배당의 할당, 최저 임금 1만원을 보장할 것 등을 통해 투표혁명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점은 고무적이다. 
다소 현실적인 항목을 통해 청년층의 고층을 헤아려지지만 부모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충정도 느껴진다. 지역 사회는 여건을 조금 달리할지라도 세대별로 지역민들의 요구와 바람을 잘 담아내는 공약을 계발하고, 또 이것을 실천할 수 있는 의지와 책임감을 갖춘 후보를 선택해서 지역사회의 발전을 앞당기고, 또 지역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으면  싶다. 
서론이 다소 길어졌다. 이렇게 다소 번잡한 세상에서 묵묵히 자신이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삶이 오롯이 담긴 책을 한 권 소개하고 싶다. 바로 전영애의 『인생을 배우다』(청람출판, 2014)이다. 
이 책의 저자는 독문학을 전공한 교수로서 정년을 2년여 앞둔 노학자다. 그는 독일의 ‘괴테’를 연구한 학자로서 독일의 학자들보다 괴테를 심층적으로 연구해서 그 공로를 인정받아 괴테학회로부터 ‘괴테금메달’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은 에세이다. 괴테와 관련된 희귀 자료를 소장한 독일인으로부터 귀국해서 소포로 건네받은 사연, 외국 생활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극복해 간 과정, 독일 서민들의 근면함과 우의, 세상물정 모르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온 삶에서 느끼는 기품과 배려의 태도 등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요컨대,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삶의 여러 측면을 담담하고도 차분하게 풀어놓은 점이 주목을 끌고도 남는다. 저자의 강의를 한 학기 수강하는 젊은 학생들은 ‘걸어온 길, 걸어갈 길들’이라는 소제목으로 각자의 ‘자서전’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학점을 받는다. 이런 과정을 20여년 동안 지속했다고 한다. 
잔잔한 일상이 감동을 주기는 쉽지 않은 세상이다. 조금은 이색적이어야 하고, 때로는 과장하지 않으면 주목받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정년을 앞둔 노학자가 자신의 삶을 관조하면서 그동안 신세를 졌던 사람들, 기억하고픈 일상, 또 지식만으로 알 수 없는 인생의 오묘함을 잔잔하게 풀어놓은 점도 인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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