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실예술촌의 수탁운영자로 도예가 조주현씨가 최종 선정됐다. 조 씨는 사라실 출신으로 예술촌으로 변신한 사곡초등학교 졸업생이기도 하다.
도예가 조주현 씨, 사라실예술촌 수탁자로 최종 선정…지역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 개발 주목

 세계적인 명소가 되고 있는 오르세 미술관의 경우도 버려진 역사를 활용해 건립된 것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북경과 상해의 예술촌은 버려진 공장건물을 활용해 조성되었다는 것도 살펴본 바 있으며,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예술촌이나 박물관들이 상당수 폐교를 재활용해 조성되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양시가 조성한 사라실예술촌도 폐교를 리모델링해 조성됐으며, 조만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광양시는 지난 20일, 사라실예술촌에 대한 민간위수탁자선정심사위원회를 열어 도예가인 조주현(사진) 씨를 민간 수탁자로 최종 선정했다.

사라실 예술촌의 첫 수탁자로 선정된 조주현씨는 오랫동안 옥룡면 도선국사마을에서 도예체험교실을 운영해 오고 있는 도예가이자, 문화기획자이면서 사라실예술촌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그 자신이 사라실예술촌이 조성된 옛 사곡초등학교 졸업생이기 때문이다.

사라실예술촌은 지방도시에 조성된 예술촌 중 입지여건 면에서 매우 뛰어난 입지를 갖추고 있다. 광양의 주도심인 광양읍이나 중마동에서 10분내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에 주도로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에는 한 때 광양경제의 주축이었던 광양금광이 소재해 있고, 역사유적으로는 마로산성이 위치하고 있다.

인근에는 최근 광양 경관농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줄 대단위 라벤더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지리적, 인문적 특성은 공공자본을 투자해 조성한 예술촌이 본연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문수 광양시 문화예술과장은 사라실예술촌 운영의 과제와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사라실예술촌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기능해야 합니다. 창작활동의 공간이면서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공간이 되어야 하고요. 이와 함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도입 등을 통해 사람이 찾아오는 예술촌, 이를 통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김 과장은 “활성화가 쉽지 않겠지만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해 가는 예술촌의 모델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라실예술촌의 운영자로 선정된 도예가 조주현 씨는 예술촌 운영방향에 대해 “힐링과 치유, 상생과 소통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한다.

사라실예술촌을 통해 옛 금광의 역사를 알도록 하고, 지역민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이자 시민예술가를 양성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

또, 일선학교와 연계한 진로진학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도시민을 위한 농사체험 프로그램도 인근 지역민과 함께 만들어 간다는 구상이다.

예술촌이 강연과 공연의 공간이자 시민들을 위한 쉼터로, 가족간의 정을 나누는 힐링의 장소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

이러한 구상에 따라 조 씨는 예술촌이 지역의 역사를 담아내는 아카이브 공간으로, 발표 및 교육공간으로, 예술가들과 시민들의 예술창작공간으로, 시민들의 공동체험공간으로 기능하도록 하고, 예술품의 소비와 놀이공간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예술촌에 부여된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관건은 재정문제이다.

광양시는 예술촌 운영에 대한 재정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운영자는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예술촌 운영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그렇지만, 예술촌 자체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할 것인가가 운영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

박물관 특구고을로 지정된 강원도 영월군에 소재한 민간 박물관들의 경우 영월군이 폐교 등을 제공함에 따라 박물관을 개설했다가 불과 6개월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박물관들이 많았다고 한다. 인근 여수시의 경우도 당초 시에서 시설을 리모델링해 미협에 위탁운영을 맡기면서 운영비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올해부터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인근 남해의 경우 비교적 빨리 예술촌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러한 문제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지만 예술촌 운영을 위한 재원조달은 가장 현실적인 장애가 될 수 있다.

특히, 신설 예술촌의 경우 이러한 재정적 압박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예술촌 운영은 공익목적과도 맥이 닿아있다. 결국 운영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프로그램 운영이나 예술촌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러한 능력이 결국은 운영능력과 연계될 수 밖에 없다.

청소년이나 시민 대상의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얻는 체험 수수료는 예술촌의 주요한 수입원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지역내에는 평생교육기관이 산재되어 있고, 이러한 평생교육기관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종류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평생학습기관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예술촌이 운영하고자 하는 프로그램과 경쟁관계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결국은 보다 좋은 프로그램의 발굴과 중앙정부나 문화재단 등의 프로그램 공모사업을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가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얼마나 획득할 수 있느냐도 과제가 될 것이다.

예술촌의 편의시설이 될 카페나 매점, 식당과 같은 판매시설 등은 예술촌 운영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수입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익시설의 운영은 지역사회의 이해와 부딪치는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폐교라는 공간적 특성상 지역민들이 이러한 사업에 대한 참여권리를 주장하고 나서는 상황도 예견할 수 있다.

결국 지역사회와의 융화, 예술촌 운영을 통해 폐교 지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떠한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와 귀결된다.

운영자로 선정된 조주현 씨는 예술촌에서 고정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면서 문화교실과 학생들의 진로체험교실, 각종 단체의 연수공간, 지역 작가들의 작품 판매 등이 당장의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2년차부터는 국도비 지원사업 공모와 지역연계 프로그램 운영, 각종 외부기관이 지원 등이 예술촌 운영의 재정조달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관광공예품 개발과 브랜딩 개발사업, 이벤트 프로그램 개발 등도 창의적인 재정조달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원조달은 가장 현실적인 과제이지만, 예술촌에 주어진 가장 큰 역할은 창작공간으로의 기능이다.

조 씨는 사라실예술천의 창작공간 활성화의 목표를 “세계적인 예술가 배출과 문화관광상품 개발, 지역활성화”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사라실예술촌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중류의 지역축제를 개발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조 씨가 제시한 이러한 축제에는 사라실의 옛 지명을 딴 비단길 축제, 지역의 경관농업 자원을 활용한 라벤다 힐링축제, 동서통합 순례길 움직이는 미술관 등이 있다.

이제 운영자가 선정됨에 따라 사라실예술촌은 개관만 기다리게 됐다. 지난해 말 공사를 마무리하고 6개월째 활용되지 못하고 있지만, 개관을 서두르다 보면 더 큰 부담을 떠안아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차질없는 준비를 마친 후 시민들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사라실예술촌이 당초 조성목적처럼 광양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기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끝)

황망기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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