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양도 막기위한 방안으로 국립공원지정 추진돼
 
지난 2011년 12월 28일자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백운산을 둘러싼 광양시민과 서울대 법인간의 갈등이 수년째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 법의 제정으로 광양시의 상징과도 같은 백운산의 대부분이 서울대법인으로 소유권이 이전될 것이라며 법안의 폐기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고, 해당 법률안의 폐지는 지역 정치권의 단골 공약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지역출신 정치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률안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대학의 자율권 강화를 명분으로 한 개정안은 서울대 법인에 더욱 큰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발의되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유기홍(서울 관악구갑)의원 외 28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했다가 쟁점법안으로 분리돼 폐기된 서울대법인화법 일부개정안이 20대 국회 들어 조정식(경기 시흥시 을)의원 외 10명의 국회의원에 의해 재발의되자 광양백운산지키기협의회는 지난 11일 국회를 찾아 이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광양만신문은 지역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서울대 법인화법과 서울대가 관리권을 행사하고 있는 서울대 남부학술림이 소재한 백운산의 효율적인 이용 방안 등에 대해 기획취재를 통해 그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또, 서울대 법인화법에 의해 영향을 받는 광양시와 경기도 광주시, 안양시, 구례군의 대응방안을 알아보고, 광양시가 백운산의 서울대법인 양도를 막기 위해 추진했던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에 따른 문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백운산과 광양
 
백운산은 명실상부하게 광양을 상징하는 산이다. 백운산 계곡이 빚어낸 4대계곡은 광양시민은 물론 전남 동부권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기능해 왔으며, 백운산의 풍부한 생태자원은 광양시민들의 자긍심이기도 했다.
또한, 백운산(1222m)은 전라남도에서 지리산 노고단 다음으로 높은 산으로 남한에서는 한라산 다음으로 식생이 다양하고 보존이 잘되어 있어 자연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백운산은 백운란·백운쇠물푸레·백운기름나무·나도승마·털노박덩굴·허어리 등 희귀식물과 함께 900여 종의 식생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어느 산보다 생물종의 다양성이 뛰어난 산이다.
단위면적당 생물종 다양성은 국내 최고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백운산의 생태적 특성 때문에 백운산은 일제시대부터 학술림으로 운영되어 왔다.
백운산은 일제강점기인 1912년부터 동경제국대학에서 34년간 연습림으로 관리·운영하다 해방 후 미군정청이 서울대에 2026년까지 80년간 학술림으로 대부했다. 이를 근거로 지역 시민단체들은 “광양 백운산은 서울대학교가 국가로부터 무상대부 받아 2026년 까지 학술림으로 사용한 후 광양·구례 시·군민에게 넘겨주어야할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서울대 측은 “이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고 반박한다.
서울대 남부학술림의 박종영 임장은 “백운산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 농림부 소관 국유림으로 전환되면서 서울대 학술림으로 지정됐고, 정부수립과 함께 미군정청의 대부계약은 무효가 됐다”며, “백운산 학술림 사용이 한시적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말한다.
백운산은 농림부 소관 국유림에서 1958년, 다시 교육부로 소유권이 이관되면서 계속 서울대가 관리권을 행사해 오고 있다는 것.
백운산은 광양시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요즘은 고로쇠 수액 채취지역이 크게 늘었지만, 백운산은 고로쇠 수액 채취의 원조지역으로 꼽히는 산이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백운산의 고로쇠 수액은 광양시민들의 소중한 소득원이기도 했다.
광양시의 산림 면적은 3만428㏊로 광양시 전체 면적의 66.7%를 차지한다. 이 중 광양에 속한 백운산의 면적은 약 1만9천㏊로 추정되며, 이는 광양시 전체 산림면적 대비 62.4%에 해당한다.
백운산의 전체 면적은 약 240㎢(2만4천㏊)로 이 중 광양시에 속한 면적이 1만9천㏊, 구례군 4400㏊, 순천시 600㏊로 추산된다.
 
서울대 법인화법과 백운산
 
대학 운영의 자율성 확보를 통한 대학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은 지난 2010년 12월,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한 법이다. 이 법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1년 12월 본격적으로 발의됐다. 날치기로 통과된 법이다보니 지역에서는 법안 통과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쟁점화된 것은 법 시행을 4개월여 앞둔 2011년 8월부터였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백운산 지키기 시민행동을 결성해 정치권의 역할을 촉구하며 백운산지키기에 나섰다.
문제가 된 조항은 이 법 제22조(국유재산ㆍ공유재산 등의 무상 양도) ①항이었다.
이 조항은 ‘국가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 당시의 서울대학교(이하 "종전의 서울대학교"라 한다)가 관리하고 있던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를 제외한 국유재산 및 물품에 관하여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운영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국유재산법」 및 「물품관리법」에도 불구하고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에 이를 무상으로 양도하여야 한다. 이 경우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해당 재산이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운영에 필요한지 여부에 대하여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총장의 의견을 듣고, 기획재정부장관과 미리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를 경우 서울대가 관리하고 있는 남부학술림에 속한 백운산의 소유권이 국가 소유에서 서울대 법인 소유로 이관되게 되는 것이다.
백운산 전체 면적 중 서울대가 학술림으로 관리하는 면적은 1만960㏊로 백운산 전체 면적의 45.7%에 해당한다.
법 조항에 충실할 경우 백운산 전체 면적의 45.7%가 국유림에서 서울대 법인으로 소유권이 이관되는 셈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2011년 9월 2일 국회에서는 ‘백운산과 지리산 서울대 양도,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를 계기로 백운산의 소유권이 서울대 법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광양지역 시민단체들은 구례지역 단체들과 연대해 ‘지리산-백운산 연대회의’를 구성해 ‘남부학술림 무상양도 포기 촉구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2011년 11월 18일에는 광양시의회와 지역 137개 단체로 구성된 백운산 지키기 시민행동이 백운산 무상 양도를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민관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대 법인화법의 시행을 앞둔 2011년 11월부터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 서울대 등지에서 1인시위를 벌이며 압박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 운동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운동은 2010년 6월부터 지역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추진준비위가 구성되는 등 논의되어 왔다. 일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국립공원 지정문제는 문제 제기 초기 찬반양론이 강력하게 충돌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이 문제는 서울대법인화법이 본격 시행된 2011년 이후 지역현안으로 급부상했다.
2012년 4월 3일 열린 ‘백운산의 생태적 가치와 보존방안 토론회’에서 순천대 조계중 교수는 발제를 통해 “백운산의 생태적 가치를 고려할 때 효율적인 보존방향은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 문제는 백운산의 보전과 서울대법인으로의 소유권 양도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백운산지키기 시민행동은 이 토론회 이후 백운산의 국립공원 지정을 공식 건의했다.
광양시 역시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이 시민들이 원하는 서울대법인으로의 소유권 이관을 막을 수 있는 묘안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문제는 고로쇠 채취 농민 등 산자락에 사는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이어졌다. 국립공원 지정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백운산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공청회를 실력행사를 통해 막기도 했다.
그러나, 광양시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공청회를 개최했고, 공식적으로 백운산의 국립공원 지정을 시 차원에서 건의하기에 이른다. 백운산을 학술림으로 활영하고 있는 서울대 입장에서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은 족쇄가 될 것이 뻔한 이치다. 서울대는 백운산의 국립공원 지정을 반대하고 나섰고, 이는 다시 광양시민과 서울대의 불화로 이어졌다.
 
 황망기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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