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등성이에 위치한 지우펀은 한때 금광도시로 번성했던 곳이었으나 최근에는 관광명소로 이름나 있다.
▲ 지우펀의 상가 입구
▲ 산등성이에 위치한 지우펀의 상가는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아담한 상가가 계속 이어져 있다.
▲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는 지우펀 상가의 모습.
관광객 끌어들이는 가장 강력한 유인요인은 스토리…스토리와 경관 조성 접목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만 여행을 할 때 인기있는 관광지 중의 하나가 지우펀과 스펀이다. 타이베이 시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곳은 모두 쇠락한 광산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쇠락한 광산도시에서 관광명소로
이중 지우펀은 1920~1930년대 금광 채굴로 번성을 누리던 도시였다고 한다. 기륭항이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위치한 지우펀은 원래 9가구가 살았던 마을에서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금광이 발견되기 전 이 산속에 살던 9가구의 주민들은 멀리 기륭시에 위치한 시장까지 가서 생필품을 구입해야 하는데, 9집이 돌아가면서 당번을 정해 시장을 가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 오곤 했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이 마을 사람들은 시장에서 구입한 물건을 항상 9 등분으로 나누었는데, 여기에서 유래된 지명이 지우펀(九亻分)이다.
9가구가 살던 한적한 산골마을은 금광이 발견되면서 왁자지껄한 금광도시로 변신했다. 금광이 번성하던 때에는 조그만 산등성이에 3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았고, 이렇게 모여든 사람들을 위한 상가가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 요즘 관광지로 각광받는 지우펀이다.
지우펀은 30여년 전 광산이 폐광된 이후 한적한 시골 마을로 쇠락했다가 지난 1989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 촬영지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우펀의 옛 상점가들은 이후 사진작가들의 배경으로 인기를 끌다가 한국인들에게는 SBS 드라마 ‘온에어’ 촬영지로, 일본인들에게는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장소로 유명해졌다.
지우펀은 일본 관광객들에게는 새로운 의미에서 명소가 되고 있는데, 그것은 이곳에 위치한 황태자회관이다.
지우펀이 금광개발로 한창 전성기를 누릴 당시 아키히토 일왕이 황태자 시절 이곳에서 1개월정도 머물렀다고 한다. 당시 아키히토 일왕이 머물렀던 곳이 바로 황태자회관이라는 것.
산자락에 위치한 지우펀의 상점가는 온갖 기념품과 먹거리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좁은 골목길을 중심으로 이어져 있다.
이러한 상가 자체가 관광상품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야기가 있는 체험행사 - 풍등날리기
▲ 지우펀의 옛 상가거리에 위치한 작은 암자의 모습. 한때 광부들의 무사귀환을 빌었을 이 암자는 이제는 여행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지우펀은 쇠락한 금광촌이고, 스펀은 탄광촌이다. 스펀의 경우 현재도 열차가 다니는 철길 바로 옆에 조성된 상가건물이 인상적인데, 이곳 역시 산속마을이었다고 한다. 이웃 마을과 왕래가 힘든 산골마을에서 풍등은 주요한 소통수단이었다. 마을의 변고나 소식을 알리기 위해 이용한 것이 풍등이었는데, 이것이 하나의 관광상품이 되면서 스펀을 타이베이 근교의 유명관광지로 만들었다. 스펀의 철길에는 바로 인접해 상가가 형성되어 있다. 철길 인근에 형성된 상가건물은 열차가 다니면 거의 스칠 듯이 가깝게 조성되어 있다. 이 철길에서는 열차가 다니지 않는 시간을 이용해 풍등을 날린다. 대만사람들은 이를 천등(天燈)이라고 하는데, 관광객들은 등에 자신의 소원을 적어 등올 날려 보내고, 이러한 풍등 날리기는 주민들의 주요한 수입이 되고 있다.
대만정부는 스펀 일원을 풍등을 날릴 수 있는 일종의 특구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날릴 수 있는 풍등의 규격까지 정해 고시해 운영하고 있다. 쇠락한 탄광촌이 풍등날리기 명소로 관광명소가 된 것은 풍등과 이곳에 얽힌 옛 이야기가 배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오랜 옛날 이 지역 사람들이 풍등을 이용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는 스토리텔링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 스펀 철길에서의 풍등날리기는 외지 관광객을 유인하는 관광상품이자, 주민들의 중요한 수익원이다. 풍등날리기를 준비하는 관광객들.
▲ 철길과 상가가 거의 맞닿아 있는 스펀의 모습.
특색있는 경관 만들기를 위한 제언
어떤 지역에 외지 방문객들이 몰리기 시작하면 그 곳은 자연스레 관광지가 되고, 해당지역 주민들은 외지에서 지역을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내게 된다. 외지인들이 찾아오는 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관광지로 알려진 곳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뛰어난 자연경관이나 역사유물을 간직하고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자연경관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이 만들어 내는 경관들, 특히 농촌의 경우 농업경관 자체가 새로운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우리 지역의 경우도 매화라는 농업경관이 매년 1백만명 이상의 외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전국의 지자체들은 앞다퉈 계절 꽃들을 식재해 공공장소의 경관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계절마다 거의 별다른 특색없는 꽃길이나 꽃동산이 전국에 넘쳐난다.
봄철이면 유채와 꽃양귀비 등이 전국의 하천변에 조성되고, 가을이면 코스모스와 메밀꽃 등이 넘쳐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전국 어디를 가든 비숫한 풍경이 펼쳐진다.
경관만들기는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다. 그리고, 성공적인 경관만들기는 새로운 관광명소를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새로운 관광명소를 만드는 것이 익숙한 것에 또 하나를 보태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
농촌경관 조성의 경우 도시관광객을 농촌으로 끌어들여 농촌체험과 관광을 함께 하도록 하여 농촌지역민의 소득향상과 도시민의 농촌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지만, 별다른 특징없는 경관조성으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농업경관이든 자연경관이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과 접목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의 메밀이 대표적이다. 메밀의 주산단지도 아니고, 메밀재배에 유리한 여건을 지닌 지역도 아닌 봉평이 메밀꽃으로 매년 수십만명의 관광객을 유인하는 것은 봉평의 메밀이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필무렵의 배경이라는 스토리텔링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관조성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경관에 스토리를 입히는 것은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일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첨언할 것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만드는 방식의 경관조성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경관,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도의 경관조성으로는 감동을 줄 수 없다. 구절초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전북 정읍시의 경우 구절초라는 친숙한 꽃을 집단적으로 재배했기 때문에 차별화된 경관을 만들고, 그러한 경관을 이용한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고 있는 것이다.
 
황망기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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