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후 야경으로 유명한 하버시티로 향했다. 해안을 따라 위풍당당한 고층빌딩들이 저마다의 조명으로 몸단장을 하고 있다. 장관은 장관이구나! 수많은 빌딩 중에 섞여있는 삼성과LG를 보며 한국이 저력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선배 집에서 챙겨온 캔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야경을 즐겼다. 한국을 떠나온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여유를 즐겼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고 또 다른 하루가 밝았다. 홍콩 여행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쇼핑이다. 어젯밤 야경을 즐긴 하버시티는 사실 홍콩 최대의 쇼핑몰이다. 하버시티는 4개의 아케이드로 이루어져있으며 내부로 연결되어있다. 입점한 매장 수만 700개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쇼핑몰이다.
첫 월급도 탔겠다. 이제 슬슬 날씨도 추워지겠다. 옷을 사려했다. 아……. 하지만 너무 크다……. 너무 커서 어디를 가야할지 갈피가 잡히질 않는다……. 선배의 안내를 따라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 힘들어 금방 옷을 사버렸다. 보통 남자들의 쇼핑이 다 이런 것 아니겠는가?
침사추이에서 볼일을 끝냈기 때문에 배를 타고 홍콩 섬으로 향했다. 센트럴이라고도 불리는 홍콩 섬은 홍콩의 정치/상업의 중심지이다. 배를 탄다는 개념도 그냥 버스와 동일하다. 배편도 굉장히 자주 있고 그 거리도 5분여 정도만 소요된다. 가격은 홍콩달러 2불정도이다. 배를 타면 별 시설 없이 좌석이 쫙 깔려있고 지정석 없이 자유롭게 앉아서 이동한다. 배를 타고 들어간 홍콩 섬에서 장국영이 자주 갔다던 국수집을 찾았다.
홍콩음식과 중국음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향인 것 같다. 홍콩음식에서는 중국음식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누린내나 기름 맛을 느끼지 못했다. 국수 맛은 훌륭했고 홍콩 섬의 분위기도 활기차서 좋았다. 홍콩 섬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소호로 향했다.
소호는 예술가들이 작업을 하고 자신들의 작품을 파는 공방이 몰려있고 다양한 술집과 맛집이 있는 거리다. 그림과 액세서리 그리고 다양한 작품들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흘러갔다. 소호 다음으로 향한 장소는 란콰이펑이었다. 란콰이펑은 소호와 멀지않은 곳에 위치해있다.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다. 란콰이펑과 소호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란콰이펑은 소호에 비해 대중적인 느낌이 있다. 저녁과 술을 해결하기 위해서 란콰이펑의 한 식당에 자리를 잡고 음식과 와인을 시켰다.
수많은 인파속에서 즐기는 음식과 술은 여행자가 느낄 수 있는 색다른 특권이다. 홍콩의 술집들은 대부분 6시에서 10시 사이를 해피아워라고 부르며 술을 반 정도 가격에 내놓는다. 부담이 조금은 줄어든 가격으로 술과 음식을 즐기니 더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한동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선전과 홍콩은 크게 세 가지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첫째, 홍콩은 선전보다 복합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선전은 그냥 선전이다. 중국의 다른 도시와 다르다고는 하나 그냥 선전이다. 하지만 홍콩은 그렇지 않다. 다양한 유동인구를 통해 받아들인 다양한 문화를 멋지게 융합시켰다. 소호가 그러했고 란콰이펑이 그러했다.
둘째, 산업구조 자체의 차이이다. 선전은 아직까지 제조업의 비중이 높다. 하지만 홍콩에선 제조업의 비중보다 금융, 관광과 같은 3차 산업이 융성했다. 언젠가 선전도 3차 산업을 향해 그 기수를 돌릴 것이다. 그때 홍콩의 사례를 참고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셋째, 사람이다. 중국 사람과 다르게 홍콩 사람은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거리낌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마도 높은 3차 산업비중이 스스럼없는 홍콩 사람을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선전과 홍콩을 비교해 보며 돌아가는 길은 즐거웠다. 게다가 새삼스럽긴 하지만 중국으로의 귀국(? )길이 한국으로의 귀국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중국이 내 집이 되어가는 생각에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황준영(경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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