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을 앞두고 호텔 로비에 세워진 귤나무. 중국인들은 귤나무가 행운을 불러온다고 믿는다.
▲ 진달래나무 역시 중국의 설 풍경을 장식하는 소품이다.

민족의 대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인의 가장 큰 명절은 설날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의 가장 큰 명절 또한 설날이다. 하지만 설을 맞이하고 보내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설날이 임박해오면 ‘민족 대이동’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간다. KTX표를 구하기 위해서 예매 시간을 기다리고 실패하면 버스표를 알아보는 모습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매 한가지다. 하지만 그 표를 구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며 이동하는 거리가 다르다. 
나와 함께 근무하는 동료 중 한명은 중국 항저우 출신이다. 그녀는 이번 기차표 구매에 한 번에 성공했다며 나에게 자랑했다. 나는 축하해주며 ‘몇 시간이나 걸리니?’하고 물었다. 고속철을 타고 10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비행기에 대한 질문에는 비용으로 일축했다. 평소 항공요금의 2~3배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필자의 한국인 친구들도 이번 설을 위해 잠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 또한 1.5~2배정도 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기차표는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은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10시간이 소요되든, 20시간이 소요되든 기차표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기차로 4시간 거리에 돌아가야 하는 동료는 결국 기차표를 구하지 못하고 포기했다. 
그의 선택은 ‘카풀’이었다. 그의 고향 쪽에 사는 택시기사와 연락을 해서 그와 택시기사를 포함한 4명이 같은 차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법이다. 
기차에 비해서 요금도 저렴하고 잘만 구하면 괜찮은 차를 타고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편법이기에 그렇게 선호되는 방법은 아니란다. 우선적으로 운전자를 믿을 수 없고 동승자를 믿을 수 없다는 것.
이렇게 힘들게 고향에 돌아가기 때문일까? 중국인들의 설 연휴는 상상이상으로 길다. 필자와 같은 팀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동료는 총 7명이다. 이번 설을 위해서 7명 모두 연차와 월차를 모두 쏟아 부었다.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소 10일정도의 휴가를 받아뒀다. 
7명이 한꺼번에 10일을 쉴 수는 없기에 3명이 먼저 쉬고 그 중간에2명 그리고 또 중간에 2명이 휴가를 시작하는 방식으로 근무 표를 정리했다. 7명 모두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2월이 끝나고 3월이 다가오는 시점이었다.
특히, 선전은 이민자들의 도시다. 지난번 추석에 이미 경험해 보았지만 연휴가 다가오면 유령도시가 되어버린다. 각자의 고향에 돌아가 도시는 텅 비게 된다. 이번 설에도 그렇게 될 것을 생각하니 서둘러 생필품을 사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설은 추석보다 유령도시화가 더욱 빨랐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1월 24일에도 대부분 아니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다. 열 집중 한두 집만 영업 중이다. 이런 상황이 2월 중순까지 지속될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호텔도 설날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호텔로비에 귤나무와 복숭아나무 그리고 진달래를 세워두었다. 또한 벽과 다양한 장소에 中国节(ZhongGuoJie)라고 불리는 빨간색 노리개를 걸어두며 건물 밖은 홍등과 폭죽으로 장식했다.
귤나무의 의미는 행운을 불러오는 것이고 진달래는 중국인들이 제일 선호하는 붉은색이다. 복숭아나무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섣달 그믐날 밤 복숭아나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 돌아오는 새해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시집/장가를 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사원식당에도 설날 특별 메뉴가 준비되었다. 우리나라에 떡국이 있듯이 중국에는 饺子(JiaoZi)라는 만두가 있다. 설날 온가족이 모여서 같이 반죽을 하고 만두를 빚어 함께 먹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추석은 지방마다 먹는 음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설에 먹는 이 만두만큼은 어느 지방이나 같다고 한다.
설이 다가오고, 주위사람 모두가 고향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주변 환경들이 설을 위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필자도 설레었다. 온가족이 모여 함께 떡국을 먹고 성묘를 가고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시골집이 생각난다. 이렇게 다들 저마다의 설풍경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각각인 설 풍경에도 가족의 사랑과 따뜻함이 제일 중요한 것임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같다고 본다. 
 
황준영 / 경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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