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인프라 교사들의 열정으로 극복…낮은 강사 수당 등 현실적인 문제 극복 위한 노력 필요

전라남도교육청이 광양시에 건립하기로 한 동부권 예술고, 가칭)창의예술고는 기존 예술고들에게 상당한 위협요인이 될 수도 있다. 광주, 전남에는 모두3개의 예술고가 있다. 광주에 소재한 광주예술고와 무안의 전남예술고, 진도의 진도국악예술고다.
전남지역에 있는 예술고는 모두 서부권에 소재하고 있는데, 예술고의 서부권 편중이 동부권 예술고의 설립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남도 교육청 관계자는 광양에 설립할 예술고는 “동부권 학생들에게 예술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광양에 설립될 동부권 예술고의 성공적 정착과 운영 준비를 위해 전남지역 예술계 고등학교의 운영 실태를 알아본다.
 
▲ 전남예술고 미술과 학생들의 실기수업 모습.
전남예술고등학교(교장 위홍주)는 1989년 목포예술학교로 설립인가를 받았다, 1992년 6월, 예술계열 특수목적고등학교로 지정된 이 학교는 1998년 전남예술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했으며, 올해 2월 제26회 졸업식을 가지며 3,853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전남지역 유일의 종합 예술고등학교이다. 미술과와 무용연기과, 음악과를 운영하고 있는 전남예술고는 2017년 현재 459명의 학생 중 남학생이 120명, 여학생이 339명이다. 40명의 교직원과 116명의 전공실기 지도교수들이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재학생들을 출신지역별로 살펴보면 학교가 소재한 무안 출신이 47명, 목포출신이 195명으로 목포출신 학생이 전체학생의 4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남도내 타 시군 출신이 125명, 전남지역 이외의 학생들이 9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국단위 학생 모집이다 보니 광주출신 학생들의 지원이 증가 추세이다.
전체 학생 구성면에서 보면 목포를 중심으로 한 무안, 영암, 영광 등 전남 서부권 학생들의 비중이 6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전남 동부권의 예술영재들은 도내에 있는 전남예술고보다 광주예술고나 전주예술고를 진학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분석이다.
지방에 소재한 예술고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전남예술고의 위홍주 교장은 ‘학생모집’을 꼽는다.
“특수목적고이기 때문에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다 보니 제주도에서도 우리 학교로 진학해 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취학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감소 추세입니다. 다행히 올해는 정원을 채우고도 일부 학생들이 탈락하기도 했는데, 학생모집이 가장 큰 애로입니다.”
전남예술고는 남도지역의 전통예술을 보전하고 지키는 것을 학교 운영의 목적으로 설정해 두고 있다.
그렇지만, 전통예술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현실적인 학교 운영과 이상 사이의 고민은 상존해 있다.
이 학교 위홍주 교장은 “추세에 맞게 새로운 학과의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실용음악과나 댄스, k-팝을 뒷받침 하는 과를 준비하고 있지만, 정통 예술이나 음악을 하시는 분들의 반발도 우려된다”고 말한다.
전남예술고는 3개 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세부 전공으로 들어가면 훨씬 다양한 전공으로 나뉜다.
미술과의 경우 조소, 서양화, 한국화, 서예, 영상미술, 디자인으로 세분화되며, 무용연기과는 한국무용과 발레, 현대무용, 연기로 나뉜다.
또, 음악과는 국악과 성악, 관현악, 작곡/지휘, 피아노로 세분화되며, 국악은 다시 판소리, 거문고, 가야금, 대금, 해금, 아쟁, 피리, 국악타악, 가야금병창, 국악작곡 등으로, 관현악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풀룻, 클라리넷, 오보에, 바순, 하프, 트럼펫, 트럼본, 호른, 섹소폰, 타악 등으로 세분화된다.
이러한 예술교육의 특성상 정규 교사 이외의 다양한 강사요원을 필요로 하는데, 지방이다 보니 유능한 강사 모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위홍주 교장의 고백이다.
“우선은 강사 수당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예술분야 교육의 경우 학교 지도에 한계가 있어 학생들도 학원과외를 선호하는데 이 역시 지역이어서 한계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 진학이 목적인데 예술계통에는 류가 있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류를 타지 않으면 선발을 안해 주는 룰이 있어 아이들이 방학을 이용해 서울로 유학을 떠나야 합니다. 가급적 학교에서 소화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시설의 문제도 있습니다. 개인 레슨실이나 방음실 등에 대한 지원이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애정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 전남예술고의 건물 벽에 그려진 벽화는 학생들의 작품이다. 예술고이다 보니 학교를 꾸미는 것은 학생들의 작품활동의 일환으로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다.
예술교육은 기본적으로 일반 교육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교육이다. 더욱이, 특성화고인 일부 예술고들은 자립형사립고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럴 경우 학비 부담은 일반고에 비해 훨씬 가중된다.
일반고보다 비싼 수업료에 더해 레슨비와 방과후학교 수업료 등 사교육비 부담이 더해지고, 일부 전공의 경우 악기 하나 구입하는데도 수 천만 원이 들어가기도 한다. 결국 학부모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데, 전남예고의 경우 자립형사립고 형태로 운영되는 학교들에 비해 이러한 수업료 등의 부담은 절반 수준이다.
지방 예술고이지만 전남예고의 경우 수도권 유명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고, 입시 결과가 좋아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지방 예술고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애로 중의 하나는 학생 수급 못지않은 강사수급 문제이다.
음악과의 경우 악기 하나 하나가 다 세부전공으로 나뉘는데, 이러한 세부전공은 강사를 초빙해 운영할 수 밖에 없다.
위홍주 교장은 “120여명의 강사를 채용해 운영하고 있는데, 강사수당이 한정되어 있어 우수한 강사를 수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대부분 목포권과 광주권 등 인근 지역에서 강사를 수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예술교육 기피현상으로 인한 학생수급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예술은 미래사회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지만, 창의성이 근본이 되는 예술의 경우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 전남예술고의 건물 벽에 그려진 벽화는 학생들의 작품이다. 예술고이다 보니 학교를 꾸미는 것은 학생들의 작품활동의 일환으로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다.
예술교육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은 자원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예술교육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고 있다. 생활수준과 문화수준의 향상이 예술수요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
특히, 지역에 소재한 예술고들은 지역사회 문화예술의 일반화에도 큰 기여를 해오고 있다.
전남예술고 역시 지역과 함께 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위홍주 교장은 “인근 학교의 행사를 지원하고, 지역사회 위문공연 등에 꼭 참여해 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아이들에게도 무대경험을 제공해 주려 한다”고 말한다.
또, 전남예술고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2회 체험할동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체험활동은 학생들의 진로선택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전남예술고는 이탈리아의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중국 상해의 라점고등학교, 중국 절강성 의오시의 의오고등학교, 중국 천진시의 해하중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으며, 예술공연단을 운영하고 있다.
전남예고 예술공연단은 우즈베키스탄 한민족 문화의 날 초청공연을 비롯해 중국 의오시 한인교포 위문공연, 일본 오노조시 대양성축제 초청공연, 일본 사가현 후리아이페스타축제 초청공연, 중국텐진시의 해하중학교 초청공연 등이 참여하면서 국제간 교류에도 적극 참여해 오고 있다.
또, 매년 1회 2일에 걸쳐 전남예고 예술제를 개최해 오고 있는데, 이 행사를 교내에서 개최하지 않고 외부시설을 활용함으로써 지역사회와 적극 소통하고 있다.
미술과 학생들은 찾아가는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터미널 등의 공간을 활용해 개최해 오고 있으며, 동아리활동으로 벽화봉사활동 등에 참여하면서 지역내 예술의 저변확대와 지역사회 발전에 노력해 오고 있다.
전남도내 유일한 공립예술고인 진도국악고등학교(교장 이숙희)는 국악에 특화된 예술고이다. 접근성이 열악한 진도에 소재한 진도국악고 역시 가장 큰 애로는 학생수급과 강사 수급인데,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부터 정원을 모두 채웠다.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고 있지만, 전남 출신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학생모집을 위한 홍보도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데 올해 입학한 학생 40명 중 8명은 타 시도 출신이라고 한다.
이숙희 교장은 “학생수급이 어렵다 하지만, 전국 단위 모집이다 보니 잘 가르친다는 소문만 나면 학생들이 안 올 리 없다”며, “일반 외고에서 국악을 전공하는 것보다 국악고에서 국악을 전공하는 것이 학생들에게도 더 유리하다”고 말한다.
이 교장은 “국악에 특화된 학교라는 점에서 전국 단위 홍보가 이뤄질 경우 학생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학생수급과 함께 우수한 강사를 초빙하는 것은 학교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그렇지만, 공립예술고의 경우 교육청에서 정해둔 강사수당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러한 강사수당이 낮아 좋은 강사를 모시기가 어렵다고 한다.
진도국악고는 이러한 애로를 타개하기 위해 강사로 초빙된 교사들에게 더 많은 수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적정 수준의 수당이 돌아가도록 배려하고 있다.
한 명의 강사가 전학년을 모두 지도하도록 하여 수업시간을 많이 갖도록 하고 있는 것,
또, 원거리에서 오는 강사들을 위해 기숙사를 제공해 학교에서 일정기간 머물면서 아이들을 지도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실제 서울에서 오는 강사들의 경우 일요일 오후에 진도에 와서 월요일부터 수요일 오전까지 학생들을 지도하고, 수요일 오후에 서울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수업을 편성해 준다고 한다.
진도국악고 역시 높은 진학율을 자랑하고 있는데, 이숙희 교장은 “학생자원이 미달이었을 때는 아무나 다 들어왔는데, 입학과정에서 경쟁이 이뤄지다 보니 학생들의 질이 확 달라졌다. 학교가 좀 더 홍보가 되면 좋은 학생들이 많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도국악고는 현재 11개의 국악 전공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전공 지도는 기간제교사를 포함한 7명의 내부교사와 13명의 외부강사가 지도하고 있다.
외부강사는 서울과 광주, 목포 등지에서 오고 있다고 한다.
 
황망기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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