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단오절 연휴를 이용, 중국의 유명관광지인 장가계를 다녀왔다. 
모든 여행이 그렇겠지만 이번 여행도 쉽지 않은 여행이었다. 
금요일 오후 기차를 예매한 필자일행은 학교수업을 마치고 선전북기차역으로 이동했다. 택시를 타고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차가 막혀 결국 기차를 놓치게 되었다.
처음 계획은 선전에서 장사로 이동한 뒤 장사에서 다시 장가계로 이동하려고 했었다. 
그렇지만 장사로 출발도 못한 상황에 일행들은 ‘멘탈붕괴’상태가 돼 버렸다. 바로 다음 기차표를 구하려고 했지만 단오절 연휴로 관광객이 많아서 이미 매진상태였다. 
버스 또한 급하게 알아보았지만 역시 해결책이 되어주진 않았다. 망연자실, 이미 떠나버린 기차표를 손에 쥐고 역사에서 해결법을 찾는 동안 한 아저씨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어디까지 가는지를 묻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한 뒤 다음 기차를 탈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그 아저씨는 암표상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중국에서 생긴 버릇 중 하나는 길거리에서 파는 것에 신뢰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 
아저씨도 길 위의 사람이었고, 이미 매진된 표를 구해준다는 대목에서 부터 이미 신뢰는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는 장가계가 가고 싶었고, 아저씨가 파는 암표가 유일한 방법이었다.
아저씨가 제시한 방법은 우리의 기차표를 자신에게 주고 웃돈 450위안을 추가하면 다음기차표를 구해준다는 것이었다. 
3명이었기에 1인당 150위안의 추가요금을 내고 다음기차를 바로 탈 수 있다니 구미가 당겼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고 ‘밑져야 본전이지’라는 생각으로 아저씨와 손을 잡기로 했다. 
우선 아저씨는 우리의 여권을 요구했다. 여권에 적힌 우리의 영문명을 알아야 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만든다’는 말이 조금 이상했다.
잠시 후 의문이 풀렸다. 
아저씨는 스마트폰에 저장되어있던 다른 이름의 기차표에서 본래의 이름을 지우고 우리의 이름을 넣었다. 중국인의 이름이 적혀있던 칸에 우리의 영문명을 전부 집어넣기 힘들었는지 필자의 경우에는 ‘HWANG JUNYEONG’ 중 뒤를 생략하고 성만 적어 넣었다. 
다른 두 친구는 이름을 적어 넣었다. 이렇게 조잡하고 통일성 없는 기차표가 먹힐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기차 개찰구를 무사히 지나기 전까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개찰구까지 동행한 아저씨는 세 명이 이어서 들어가지 말고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통과하라고 했다. 
첫 번째 친구가 들어간 뒤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나머지 둘이 이어서 통과했다. 
놀랍게도 이 조잡한 표로 무사히 통과한 것이다. 
통과직후 개찰구 옆에 서 있던 아저씨에게 위챗페이를 통해서 450위안을 송금했다.
이제 문제는 기차 내에서의 표검사였다. 
중국의 기차들은 표검사를 철저하게 한다. 필자일행은 암표이기에 불안함에 떨었다. 
검표원이 지나가며 우리에게 표를 요구했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었다. 
‘우리 내리게 시키려나?’,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하나?’, ‘벌금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은 운임의 10배였던 것 같은데, 그러면 3800위안이 되는 건가?’, ‘괜히 암표를 사서 탔나......’
하지만 이 불안함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검표원은 우리의 여권과 이름이 일치하는지만 확인하고 그냥 지나쳤다. 표에 성만 적혀있건 이름만 적혀있건 상관하지 않았다. 
알면서도 모르는척한건지 아니면 정말 몰랐던 건지 확인할 도리는 없으나 천만다행으로 우리의 장가계여행은 시작될 수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확인해본결과 이미 떠난 기차표는 동일한 등급의 기차표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마 암표장사를 하는 그 아저씨는 우리의 기차표로 다음날짜의 새로운 기차표로 교환하고 또 다시 암표로 팔 것이다.
황준영(선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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