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예술고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 어려움 가중…학교 신설이 기존 예술고 존립기반 위협해선 안돼

전북지역에는 모두 4개의 예술계 고등학교가 있다. 에술교육 특수목적고인 전주예술고등학교와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전환한 원광정보예술고등학교, 남원국악예술고등학교,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가 그것이다.
순수 예술고등학교인 전주예술고의 경우 자립형사립고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립인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나 일반계고등학교에서 전환한 남원국악예술고, 익산의 원광정보예술고와 달리 전남도교육청이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광양의 예술고 신설에 대해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전주예술고의 조명지 교장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예술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신설되는 예술고가 음악, 미술 등 일반적인 예고에서 모두 운영하는 학과 위주로 설립된다면 나눠먹기가 될 수 밖에 없다. 창의적인 분야의 예술교육이 필요하고, 기존 예고에 없는 특화된 학과 설치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한다. 예술고 신설이 공약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지역적으로만 보지 말고 전체를 아울러 보는 시각 필요하다는 것.
조 교장은 “예술고를 새로 만든다면 미래산업과 접목된 특성화 된 예술교육, 산업과 연계되는 예술교육을 추진한다면 예술의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호남권 예술고 중 광주예고와 전주예고의 신입생 상당수는 전남동부권 출신 학생들이다. 예술계고 관계자들은 전남도 교육청이 설립을 추진하는 가칭)창의예술고가 개교할 경우 이들 학교의 신입생 모집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실제로 전주예고의 조명지 교장은 광양에 신설이 추진되는 예술고와 관련, “기존 예고로서는 존립을 위협받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기존 예술고들이 가뜩이나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쟁 학교가 등장하는 것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처지인 것이다.
예술 특성화고로 지정된 학교들은 세부전공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음악과와 미술과, 무용과 등의 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 학생들의 국악 수업 모습.
이런 가운데 일반계 고등학교들 중 일반 예고에서 운영하는 학과들을 설치해 예술 특성화교육을 추진하는 학교들이 생기고 있고, 또 다른 예술고가 신설되는 것은 결국 예술고끼리의 학생쟁탈전을 심화시킬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기존의 예술고들 중 지방예술고들은 수도권 예술고와의 경쟁에서도 열세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전주예고의 경우 같은 재단에서 예술중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예술중학교 졸업생 중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은 상당수가 같은 재단 산하의 전주예고를 진학하는 대신 수도권 예술고 진학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예술고에 지역 인재를 빼앗기고, 일반계 고등학교 중 예술 특성화학과를 운영하는 학교들과 예술교육 희망 학생들을 나누어야 하는 이중고 속에 새로운 예술고가 신설된다는 것을 기존 예술고들이 반길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 조명지 전주예고 교장은 “예술고를 신설해야 한다면 예술의 질적인 발전을 위해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기존의 예술고와 중복되지 않고, 예술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방안,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 예술교육의 외연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존의 예술고들은 클래식을 가르치는데 특화된 학교들인데, 정통예술교육 하는 학교를 죽이는 학교 신설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학생들의 예술교육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지방에도 예술고가 설립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 원광정보예술고등학교
전북 익산에 소재한 원광정보예술고는 학교법인 원창학원 산하의 원광여상에 음악과와 미술과가 설치되면서 교명을 변경했다. 이 학교 최재석 교감은 “음악과 2학급과 미술과 1학급을 예술특성화학과로 운영하고 있는데, 당초 학급당 30명 정원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을 점차 줄이는 추세”라며, “현재는 학급당 27명을 정원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반예고가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고 있는데 반해 원광정보예술고의 경우 전북도 단위에서 학생을 모집한다. 이 학교는 현재 학년당 7개 학급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중 4개반은 상업계이고, 3개반이 예술계로 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술계통 학과 신입생들의 대부분은 익산을 비롯한 군산, 정읍 등 주변지역 출신들이라고 한다.
원불교 계열의 학교법인인 원창학원은 당초 독립된 예술고를 설립하려 했으나 신입생 확보의 어려움으로 종합고 형태로 운영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최재석 교감은 “지역에서는 순수 예술고보다 종합고 행태로 운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재석 교감은 “재단에서 예술고를 신설할 경우 학생모집 등을 감안해 수도권에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지방자치시대 지역의 교육수요도 생각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를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방학생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지역에서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해 지방 예술고 신설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종합고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원광정보예술고 역시 정통예술 교육을 고집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 교감은 “정통 예술교육을 고집하다 보니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있어 다각도로 고민은 많이 하고 있다”며, “신입생들 중 상당 수는 예술교육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입학한다. 이런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희생하고 있다. 선생님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아이들을 지도한다”고 말했다.
지방예술고에 진학하는 학생들 중 일부는 예술적 재능보다도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실력이나 여건이 안되는 학생들이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원광정보예술고는 음악과의 경우 자체 음악교사 6명이 학생들의 실기수업을 담당하고, 세부 전공의 경우 외부강사를 방과후학교 강사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음악과는 관악, 현악, 국악, 성악 등 세부전공으로 다시 나뉘는데, 학생들이 방과후 수업을 신청할 경우 각각의 악기별로 외부강사를 초빙해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
외부강사는 학교가 소재한 익산을 중심으로 군산, 전주 지역의 예술인들을 활용한다. 외부강사 수급은 지방예술고의 공통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원광정보예술고의 음악과 교사 대부분은 외국 유학 경험이 있는 실력 있는 교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최 교감은 이러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사립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 국악기 만들기
이러한 교사들의 인적 네트워크가 외부강사 초빙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최 교감의 설명이다.
“지방자치 시대라 하지만 예술교육의 경우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 예술대학도 수도권 대학에 편중되어 있지요. 그렇지만, 이제는 이러한 편중현상을 해소해야 합니다. 시골 아이들이 예술교육을 위해 수도권으로만 가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최재석 교감은 “생활수준이 향상 될수록 예술교육의 수요 늘어날 것”이라며, “직장인들도 악기 하나는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추세이고, 앞으로의 삶 자체가 예술을 통해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지역아이들에게도 예술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주어질 수 있는 여건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학생모집이 쉽지 않아 어렵다. 예술교육을 특화시킬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교감은 “종합고 시스템으로 예술특성화학과를 운영하다 보니 지원이 잘 안된다. 원광정보예술고를 정통예술고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며, “그렇지만, 올해의 경우 교육부 공모를 통해 음악수업을 전체 학생들에게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미술과도 마찬가지로 전공을 하지 않는 아이들도 특화된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다양성을 추구하는 교육이 가능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예술고의 경우 지역단위 각종 행사에 학생들의 공연협조 요청이 쇄도하는데, 학교 측은 아이들의 무대경험을 키워준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전북도내에 소재하고 있는 예술 특성화고등학교들의 경우 정통 예술고든,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전환된 예술고든 대부분 유사한 학과를 편제해 운영하고 있다.
예술계 특수목적고인 전주예고는 음악과와 디자인미술과, 공연예술과 3개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음악과는 다시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으로 나뉘며, 공연예술과는 무용과 연기/뮤지컬, 실용음악으로 세부전공이 나뉜다.
예술특성화고인 남원국악예술고등학교는 국악성악과와 국악기악과, 무용과, 연기영상과, 실용음악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공립인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는 조리과학과, 공예디자인과, 한국회화과, 한국음악과가 개설되어 있다.
예술특수목적고와 예술특성화고들이 개설해 운영하는 학과들만을 보면 양자의 경계가 모호해 지기도 한다.
 
황망기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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