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국립서양미술관은 도쿄의 우에노공원에 소재해있다. 일본 국립서양미술관 본관(사진제공-일본국립서양미술관) -무단도용 금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미술관이 예술 그 자체

일본 도쿄여행을 다녀온 이들에게 여행지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우에노 공원이 빠지지 않는다. 공원의 푸르름과 함께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문화를 향유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 우에노 공원이기 때문이다.
우에노 공원은 도쿄 도립 미술관, 도쿄 국립박물관, 국립과학박물관, 동물원 등 많은 문화 공간이 자리하고 있어 우에노 문화지구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
그 중에서도 특별한 곳이 하나 있는데, 바로 서양 미술의 전반을 넓게 소개하는 국립서양미술관이다.
국립서양미술관은 14세기부터 20세기 초의 회화와 조각품 등 서양 미술 전문 미술관으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지옥의 문’을 비롯해 르누아르, 고갱, 밀레, 고흐 등 거장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초기의 국립서양미술관은 인상파 회화·조각을 중심으로 한 ‘마츠카타 컬렉션’이 주였다. 마츠카타 컬렉션이란 주식회사 가와사키 조선소 현재(가와사키중공업 주식회사)의 사장이었던 마쓰카타 고지로가 유럽에서 수집한 서양미술 작품들을 의미한다.
가와사키 조선소는 메이지 시대의 일본을 대표하던 선박 기업으로, 이 회사가 개인 기업에서 주식회사로 발전 할 때 초대 사장에 오른 이가 바로 마쓰카타 컬렉션을 만든 마쓰카타 고지로다.
그는 메이지시대 정치가의 아들로 예일 대학과 소르본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16년부터 약 10년간 유럽 미술품, 공예품과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는 우키요에를 수집했다. 마쓰카타는 자신이 모은 작품들을 기반으로 도쿄에 미술관을 만들려고 했으나, 뒤를 이은 경제 공항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그의 컬렉션은 프랑스 정부에 귀속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 정부의 국유재산이었던 컬렉션을 마쓰카타 컬렉션으로 기증・반환을 받기 위해 1959년 설립된 곳이 국립서양미술관이다. 1959년 프랑스 정부에서 반환받은 370여 점의 작품이 현재는 5500여 점까지 늘어났으며, 국립서양미술관 컬렉션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국립서양미술관의 목적은 대중에게 서양 미술 감상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관 이래 국립서양 미술관은 서양 미술과 관련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전시품은 마쓰카타 콜렉션 뿐 만 아니라 14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만들어진 작품들로도 이루어져 있다. 
또한, 국립서양미술관은 영구적인 소장품을 만들기 위해 매년 미술 작품을 구입해 오고 있다.
국립서양미술관 앞마당에 자리한 ‘지옥의 문’ 또한 원래 프랑스 정부에서 장식미술관의 문으로 쓰기 위해 로댕에게 주문한 것 이였지만, 장식미술관 건설계획은 좌절됐다. 이후 이 문은 석고 상태로 방치됐는데, 로댕 사후에 마쓰카타의 후원을 받아 브론즈로 주조되었다고 한다.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연중 내내 공개하고 있는 상설전에는 중세 말기부터 18세기까지의 올드 마스터 회화, 19세기 후반의 사실주의, 인상파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근대 회화, 로댕을 중심으로 한 근대 조각 등, 컬렉션 중의 대표적인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수시로 개최하는 소 기획전에서는 전시에 따라 테마를 두고 판화․소묘․공예 등을 포함한 컬렉션의 다양한 측면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국립서양미술관에는 회화와 조각만큼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미술관의 건축물이다. 미술작품 뿐 만 아니라 작품들을 보존·공개하는 건물이 볼만하다는 것이다.
1959년에 완성된 국립서양미술관은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에 의해 설계됐다.
미술관의 본관은 컬렉션의 증가에 따라 건물을 확장하는 ‘무한성장 미술관’이라는 아이디어를 기본으로 건설됐고, 르 코르뷔지에가 건물을 설계할 때 추구해 온 이론과 시스템이 집약되어 있다.
기둥․바닥․계단이라는 단순한 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도미노 건축양식, 옛 서양 석조건축에서는 실현할 수 없었던 건축의 가능성을 통합한 ‘근대 건축의 5요소’, 건축과 신체의 조화를 목표로 고안한 '모듈러' 등이다.
도미노 건축양식은 철근 콘크리트제 기둥과 마루판으로 건물의 하중을 견디게 하고, 계단으로 상하층을 이어주는 단순한 구조로 건물을 만드는 발상인데, 돌과 벽돌을 쌓아 올린 후 벽을 세워서 건물을 지탱하던 예전의 건축 방식과는 달리, 기둥이 마루를 지탱하게 하면 외벽과 간막이벽(내벽)은 떼었다 붙였다 하거나 옮길 수도 있게 돼 있어 자유롭게 방을 배치 할 수 있다.
근대 건축의 5요소는 필로티, 옥상 테라스, 자유로운 평면, 수평창, 자유로운 파사드인데,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 재료와 건설 방법 등의 기술적인 측면과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구조,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으로 근대 건축을 성립할 수 있는 요소 5가지로 정리 한 것이다. 
또, 르 코르뷔지에는 인간의 몸에 맞는 건축을 지향하며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척도인 ‘모듈러’를 고안한다. 남성의 신장 183cm, 배꼽까지의 높이 113cm의 비율이 황금비율 1.618:1이 되는 것과 113cm의 2배로 이 남성이 손을 뻗은 높이인 226cm를 기준으로 잡아 붉은색과 파란색 2종류의 척도를 만들었다. 이 모듈러의 수치를 이용하게 되면 건축에 통일감 및 리듬감이 생겨난다.
따라서 건물 천장의 높이도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에 따라 제작됐고,  천장이 낮은 공간에 인공광을 설치한 것 역시 르 코르뷔지에의 의도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2007년에는 일본 중요문화제(건축물)로 지정됐고, 2016년에는 국립 서양 미술관에 건립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작품이 근대건축운동에 공헌의 구성자산의 하나로써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됐다.
미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자체적으로 예술품이 되어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훌륭한 예술작품도 중요하지만 미술관 하나를 잘 짓는다면 그 또한 예술이 되지 않겠는가?
 

 

도쿄 - 양재생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