閔輔國永煥(민보국영환)[1] 
/ 매천 황현

작게만 보지 말게 외척이라 괄시말게
민씨네 집안에서 이런 사람 냈었다오
큰 소리 동이 땅 흔들어 용서받은 민비도.
戚畹不可小    閔姓此人作
척원불가소    민성차인작
轟然動夷貊    宛轉購呂霍
굉연동이맥    완전구여곽
 
외척인들 작겠는가 민씨 집안 큰 사람이, 
동이 땅을 흔들더니 민씨왕비 용서받고
 
민충정공에 대한 서지적 자료는 많지만 매천의 혈죽(血竹)과 관련된 내용과 중복성도 있겠다. 
가계 일부와 행적 및 그의 자결, 다른 찬반의 자료를 정리한다. 
민충정공은 여흥(驪興) 민씨로 대한제국 성립 후 육군 부장(현재의 중장에 상당)의 지위에 올랐으나 본래는 과거에 급제해 관료 문신이었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 직후 자결함으로써 순국한 애국지사이다. 호는 계정(桂庭) 시호는 충정(忠正)이다. 시인은 외척이라고 해서 작게 볼 것만도 아닐세, 민씨 집안에서 이와 같은 사람을 내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큰 소리 한번 내서 東夷의 땅을 흔들더니만(閔輔國永煥1)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배율이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외척이라고 해서 작게 볼 것만도 아닐세 / 민씨 집안에서 이와 같은 사람을 내었군 // 큰 소리 한번 내서 동이(東夷)의 땅을 흔들더니만 / 부덕했던 왕비까지 용서 받았네]라고 번역된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외척인들 작겠는가 민씨 집안 큰 사람이, 동이 땅을 흔들더니 민씨왕비 용서받고’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민영환의 자결을 슬퍼하며1]로 번역된다. 
이 시는 오애시에 포함되어 있다. 오애시(五哀詩)는 민영환, 홍만식, 조병세, 최익현, 이건창 등 5명의 충신들을 슬퍼하고 노래한 시이다. 매천이 이 시를 짓게 된 사연은 을사년(1905) 10월의 변고에 조병세 이하 삼공이 죽었다. 내가 듣고서 감모하여, 고인의 시 [팔애시(八哀詩): 당나라의 시인 두보의 ‘팔애시’]를 모방하여 시를 짓는다. 최익현에 대해 범범하게 언급한 것은 그러기를 바라는 것이고, 이건창를 언급한 것은 오늘날 인물이 아주 적기에 추억해 본 것이라 했다.
시인은 시적 상관자인 충정공 민영환의 오애시 중 처음에서 보인 내용을 시상으로 떠올리고 있다. 그가 고종의 민비의 외척이라고 해서 작게 볼 것만도 아니라는 시상에 이어 민씨 집안에서 이와 같은 훌륭한 사람을 내었다는 것은 대단한 인연이었음을 떠 올리고 있다. 그는 민씨 집안에서 걸출한 인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시인의 화자의 입을 빌려 국모시해사건이 났을 때는 단발령과 함께 노한 분위기를 띠더니만 이제는 국민의 여론의 진지한 뜻을 여지없이 갈파해 보인다. 충정공이 큰 소리 한번 우렁차게 내서 동이(東夷)의 땅을 사정없이 흔들더니만, 부덕했던 왕비까지도 용서 받았다는 후정을 담아냈다. 그의 자결로 말미암아 국모의 용서까지도 받을 수 있었음을 보였다.
 
【한자와 어구】
戚畹: 외척. 키가 적다. 不可小: 작게 볼 수는 없네. 閔姓: 민씨 집안. 此人作: 이런 사람을 내다. 나오다. // 轟然: 큰 소리를 내다. 動夷貊: 동이(조선)를 움직이다. 宛轉: 부덕하다. 완고했다. 購呂霍: 용서를 받다(呂藿: 변변치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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