閔輔國永煥(민보국영환)[2]
/ 매천 황현

귀하게 자랐었던 그 어린 소년 시절
잘못이 어찌 없어 용케도 벗어났지
한 마리 학 인정받아 닭 가운데 우뚝해.
少年生貴甚    未必無鑄錯
소년생귀심    미필무주착
亦能兔大過    已認鷄群鶴
역능토대과    이인계군학
 
소년 시절 귀히 자라 잘못 어찌 없겠는가, 
큰 잘못은 용케 벗어 한 마리 학 인정받고
 
1861년 민겸호(閔謙鎬)의 맏아들로 태어났으며 이후 '아들이 없던' 큰아버지 민태호(閔泰鎬)에게 입양되었다. 민겸호 집안의 뒤는 둘째 아들인 민영찬이 잇는다. 민영환은 1878년에 문과에 장원급제하고,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민씨 일가의 후광을 업고 쾌속 승진을 거듭해 1881년 동부승지, 1882년 성균관 대사성등의 요직을 두루 거친다. 같은 여흥 민씨 일족인 명성황후와 민영환의 관계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시인은 어린 소년 시절에는 귀하게 자라났으니, 잘못이야 어찌 그리 없을까 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닭 가운데 한 마리 학이라 인정을 받았다네(閔輔國永煥2)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배율이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어린 소년 시절에는 귀하게 자라났으니 / 잘못이야 어찌 그리 없을까마는 // 그래도 큰 잘못만은 용케도 벗어났으니 / 닭 가운데 한 마리 학이라고 인정을 받았었다네]라고 번역된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소년 시절 귀히 자라 잘못 어찌 없겠는가, 큰 잘못은 용케 벗어 한 마리 학 인정받고’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민영환의 자결을 슬퍼하며2]로 번역된다. 민영환이 러시아 니콜리아 2세 대관식 참석했던 여행은 반년간의 긴 여정이었다. 대관식에 참석한 이후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기에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블라디보스토크로 와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흔히 이야기하는 지구를 한 바퀴 돈 셈이 되었다 한다. 민영환은 이 여행이 한국 최초의 세계 일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은 여행을 하는데 총 걸린 시간이 6개월 2일이었다고 그는 술회하고 있다. 이때의 기록을 낱낱이 정리한 여행기가 [해천추범(海天秋帆)]이다.
시인은 시적 상관자인 민영환이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할 것이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음을 떠 올렸다. 충정공은 어린 소년 시절에는 귀하게 자라났으니, 행여 꾸중이나 회초리를 맞지 않고 듣지도 않았으니 잘못이야 어찌 그리 없을까라는 반신반의를 한다. 잘못 저지른 일도 있겠지만 그래서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일을 했다는 선경의 시상을 담아냈다.
화자는 시상의 완만함을 보이는 시심 속에는 늘 긍정적임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른 큰 잘못만은 용케도 잘도 벗어날 수 있었으니, 닭 가운데 한 마리 학이라고 잘도 인정을 받았었다고 했다. 평생의 조그마한 잘못도 저승을 향하는 길에 뿌린 시상은 늘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겠다.
 
【한자와 어구】
少年: 소년 시절, 生貴甚: 매우 귀하게 자라다. 未必: 반드시 그렇지 않다. 無鑄錯: 잘못이 없다. // 亦能: 또한 능히. 兔大過: 커다란 화를 면하다. 已認: 이미 알다. 鷄群鶴: 닭 가운데 한 마리 학이다. 곧 특별한 재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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