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이 내용을 구속하거나 규정하는 것은 낯선 개념은 아니다.
좋은 외양이 실질을 지배하기도 한다. 이는 디자인의 중요성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종종 형식에 치우치다 보면 요란한 빈깡통이 되기도 한다.
공산품의 과대포장 문제가 그렇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목적에 걸맞는 조직을 갖춰야 효율적인 업무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이든, 행정이든, 정부든 그 지향점에 걸맞는 조직을 갖춰야 함은 당연한 논리이다.
그러기에 새정부가 출범하면 새로운 부처가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하는 일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행정조직도 마찬가지이다.
낡은 조직으로 변화하는 행정수요에 적응이 어렵다면 당연히 조직개편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진단과 업무진단을 실시하고 주어진 업무수행에 가장 효율적인 조직구조를 갖추려 한다.
물론 이러한 조직개편은 비용이 수반된다.
행정조직이 개편되는 경우는 수장이 바뀌어 조직의 경영철학이 변경되거나 업무환경의 변화가 직접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올들어 새로운 수장을 맞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조만간 조직개편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새로운 기관장이 취임했으니 새 기관장의 경영의도에 맞는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그 시기이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이미 올해 한 차례 조직을 개편한 바 있다.
기관장이 공석이었지만, 핵심 간부들이 모두 바뀌면서 기존의 조직으로는 효율적인 업무추진이 어렵다는 생각에 따라 조직을 개편했다는 명분을 수긍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지난 3월, 광양경제청은 기관장 부재 상태에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조직개편은 투자유치본부를 ‘세일즈형 마케팅에 최적화된 보다 유연한 조직’으로 개편하겠다며, 기존의 국내유치부(4개팀)와 해외유치부(3개팀), 투자기획팀으로 나뉜 투자유치본부를 투자유치 1·2단으로 개편했다.
부장의 명칭이 단장으로 바뀌고,  각 단장 직할체제로 대과주의를 채택한 것이 당시 조직개편의 핵심이었다.
당시 조직개편에서는 투자유치의 국내외 구분을 없애고, 투자유치 1단은 여수지구와 광양지구의 국내외 투자유치를 관할하도록 했으며, 투자유치 2단은 순천지구와 광양지구의 투자유치를 전담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야심차게 추진했던 당시의 조직개편은 새로운 청장의 취임과 함께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광양경제청은 오는 10일 열리는 조합회의에 새로운 조직개편안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조직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모르지만, 5개월만에 뜯어고쳐야 하는 조직개편을 보는 내외부의 시선은 곱지않다.
지지부진한 투자유치 활동으로 조직의 존재이유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드는 경제자유구역청이 조직개편을 통해 새로운 투자유치의 동력을 만들기를 바라지만, 조직만 새로 만든다고 실질적인 투자유치로 이어질까 하는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형식보다는 내용이고, 외양보다는 실질이다.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조직에 대해 평가할 수는 없지만, 5개월만에 다시 추진되는 조직개편을 마냥 마음편하게 지켜볼 수만은 없는 것을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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