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 보다는 질 위주의 농업을 실천하겠다는 여성 농부인 알리 이체씨는 자신의 농장에서 재배하는 모든 작물을 유기농으로 생산한다.
▲ 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아주 만토바에 위치한 농장에서 허브식물을 재배하는 알리씨가 자신이 가꾼 작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대학 졸업 후 밀라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알리 이체씨는 귀농 후 조부모 소유의 방치된 농장을 혼자 개간해 오고 있다. 자연과 함께 열린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공짜로 태닝과 사우나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는 사회적농업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만토바에서 허브작물과 복분자, 불루베리, 오디 등 작은 과실류를 재배하고 있는 알리 이체(33)씨는 귀농한 청년 농업인이다.
원래 대학을 졸업하고 밀라노에 소재한 가구회사와 무역회사 등지에서 일한 바 있는 알리씨는 도서관 사서와 유치원 교사로도 활동한 바 있는 캐리어 우먼이었다.
그런 그녀가 귀농을 선택한 것은 2년 전이라고 한다.
“도시의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것이 항상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자연 속에서 열린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따라 귀농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귀농을 결정한 계기는 조부모 소유의 농지가 방치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손녀가 갑자기 농사를 짓겠다고 하자 조부모들은 모두 반대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도시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선택을 적극 응원해 주었다고 한다.
“항상 열려있고,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으며 땀 흘려 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는 알리씨는 자신의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작물을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
두 살 난 딸을 두고 있는 알리는 2016년 3월 시골에 정착해 그해 5월 딸을 출산했다고 한다. 그녀의 농장에 자라고 있는 작물들은 그녀가 갓난아기를 데리고 직접 식재하고 개간한 땅에서 자라고 있는 셈이다.
시골에 정착하면서 그녀의 관심은 사회적 농업의 실천이었다.
이탈리아는 사회적농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한 자격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러한 자격은 일정 수준의 보수교육을 받아야 주어진다.
사회적 농업 실천의 전단계로 알리는 ‘코르쏘 오페라디테 파토리아 디다디카’라는 예비 교육을 통해 지역내 학교 등지를 방문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했다. 이는 농부가 지역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바른 먹거리와 자연생태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마치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사회적농업 과정을 이수하면 학생들을 농장으로 데려와 직접 교육을 시키거나 알콜중독자나 장신장애인 등을 농장에 머무르게 하면서 사회적농업을 실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농사를 짓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양 보다는 질 위주의 농사를 실천하고, 하나 하나 경험해 보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사회적농업에 대한 법이 제정되고 난 후 조금씩 변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국가지원 프로그램을 통한 자격증 취득이 가능해졌고, 사회적농업을 가르치는 학교도 생기고 관련학과도 생기고 있습니다. 사회적농업 코스를 이수해 복지차원에서 치유와 힐링을 주는 농업을 실천하고 싶어요.”
귀농한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는 알리씨는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일을 하면서 공짜로 태닝도 하고 사우나도 할 수 있어 피부미용에도 좋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여전히 조부모들은 “지난 2년동안 경험을 쌓았다 생각하고 공부한 것을 살려 도시에서 살아라”고 말하지만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알리씨의 건강한 미소에서 이탈리아 농업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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