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ners maketh man"
몇 년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락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대표적인 명대사이다. 아니 이 영화가 위의 세 단어의 명대사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피가 튀기지만 화끈하고 유쾌한 이 영화에서 전형적인 영국 신사로 나오는 콜린 퍼스의 대사이다.
매너의 사전적 의미는 행동하는 방식이나 자세로써 태도의 보편적인 가치기준, 즉 ‘예의범절’을 뜻한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나타내는 인간의 행동방식을 말함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매너는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인격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매너가 없는 사람들은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나는 어떨까. 매너에 대해서 상기시켜 주는 일이 발생하였다. 지난 주말 직접 면전에 대고 매너없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이렇게 모욕적인 말을 들은 건 살면서 처음이다. 상황은 이렇다.
다음 주말에 사랑하는 조카의 결혼식이 있다.
서울의 유명한 호텔에서 식을 한다고 하니 들뜨기도 하고, 콧대 높은 서울 사람들 속에서 촌뜨기 기죽을까봐 옷을 하나 사려고 광양에 있는 쇼핑몰 LF아울렛을 찾았다. 2층 여성의류 매장을 둘러보다가 L*** 매장에서 빨간색 트위드 자켓을 골랐다. 평소 내 스타일은 전혀 아니었지만 조카의 결혼식이니 화려한게 좋겠다 싶어 트위드 자켓과 블라우스를 세트로 사고, 50대 여주인의 적극적이고 유려한 판매 화술에 넘어가 추가로 가디건류의 옷을 2개 더 구입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집에 와서 옷장을 보니 비슷한 자켓이 있는게 아닌가. 그 역시 몇 년 전에 결혼식용으로 구입한 옷이었다. 색상만 다르고 느낌이 흡사해서 좀 더 무난한 체크 자켓이나 평상시에 입을 수 있는 니트류로 교환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날 토요일. 마침 마음에 드는 다른 옷이 있어 교환하면 된다지만 소심한 마음에 빵까지 사들고 매장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내가 옷을 내놓자마자 주인은 환불하러 왔다고 지레짐작하고 불같이 역정을 내는 게 아닌가. 
태풍 콩레이가 전남지역을 강타중이라 비바람을 뚫고 거주지역인 순천에서 광양까지 왔는데 다짜고짜 “매너 없게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핀잔을 늘어놓았다. 그것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연신 “손님 정말 매너 없네요.”
순간 ‘내가 엄청난 잘못을 하였나~’ 혼란스러웠다.
주인은 이어서 “남의 장사 망칠 일 있냐! 오전엔 기분 나빠서 절대 환불 못해주니 오후에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매장에 들어선 시간은 11시 50분. 딴에는 점심시간에 주인이 식사가셨을까 봐 일부러 점심 직전에 온 것이다. 주인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이면 처리하기 곤란할 수도 있고, 어제 판매를 한 사람이 주인이었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주인 얼굴을 보고 기뻐하기까지 한 것이다. 
여기서 분명한 건 그 주인은 아마 오전이 아니라 오후에 갔어도 냉담하게 대했을 것이란 점이다. 시간은 핑계였고, 단지 낙장불입이 판매신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사람에게 나는 소심한 마음에 집에 비슷한 자켓이 있다며 핸드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보여주기까지 하였다. 
어제 산 4개의 품목 전부를 가져온 것도 아니었고, 비슷한 옷이 있어 다른 자켓으로 교환할 생각이었는데 교환할 마음이 싹 가셔버렸다. 
역지사지로 입장 바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여주인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환불하더라도 앞으로 그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는데 지금 당장 기분 나쁘다고 손님을 내쫓다니 그런 근시안적 사고로 어떻게 장사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비단 나한테만 그랬을까. 그 주인은 판매할 때는 ‘손님에게 딱이다, 맞춘거처럼 잘 어울린다’ 등의 온갖 감언이설로 아첨해대다가 혹여 교환·환불하러 오는 고객에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람을 대놓고 무시하며 저주를 퍼부을 사람임에 틀림없다. 옛 말에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더니 정말 옛 말들은 테트리스 조각들처럼 우리 생활에 딱딱 들어맞는다.
 
주인은 이런 말까지 했다
“이 자켓은 비싼거라 더 환불해주기 싫다. 어제 찾는 손님이 있었는데 그쪽이 가져가는 바람에 못 팔았다”고.
나도 비싼 옷이라 고심 끝에 교환·환불하러 거기까지 간 것이라고 했더니 “신중히 사지 그랬냐”는 대답이 돌아 왔다. 무슨 배우자 고르는 것도 아니고 옷 하나 사면서 손님에게 신중을 요구하다니 판매할 때도 
“손님 아주 신중하게 고르셔야 합니다. 우리집은 교환·환불은 재수 없으니까 절대 안됩니다.” 
이러시지 비아냥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내가 옷을 가져가서 못 팔다니 이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본사에 주문이 안되는 상품도 아니고.
“지금은 12시 전이라 기분 나빠서 환불 못해주니 무조건 오후에 다시 오라”며 나를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것이었다. 그 자리서 싸우면 나도 그 여주인과 똑같은 사람이 되기에 아무 말 없이 매장을 나왔다. 내가 바보 같아서가 아니라 나는 저 사람과 똑같아지기 싫은 것이다. 하릴없이 이 매장, 저 매장 서성이다가 한 시간 후 다시 그 매장을 갔다. 역시 본체만체하다가 귀찮다는 듯이 다시 기다리란다.
부글부글 화가 끓어올랐지만 앞으로 두 번 다시 안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대거리하기 싫었다. 매장 내 작은 소파에 손님이 앉아 있길래  그 옆에 앉았더니 뒤에서 주인이
“좁아요!” 내가 잘못 들었나 하는 순간 다시 한 번, “좁아요!!” 이러는 것이다.
세상에나 내가 빚쟁이도 아니고 어떻게 손님에게 이럴 수가 있는지 참을 수가 없어 벌떡 일어났더니,
“줘봐요!” 
카드를 달라는 소리였다. 용광로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애써 꾹꾹 누르는 상황이라 ‘잘 못 들었겠지’ 하였지만 그렇다고 다짜고짜 “줘봐요” 라니!!!!
12시 직전에 갔지만, 오전에 손님이 한명도 없어서 ‘첫 손님이 환불한다고 하면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가정하고 백번 양보하여도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며 이런 대접을 받다니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다.
화장도 안하고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가서 그러나, 스모키 화장에 라이더 자켓을 입고 래퍼처럼 하고 갔어야 했나, 아니면 진주 목걸이를 두르고 청담동 며느리처럼 잔뜩 꾸미고 갔어야 했나, 한 팔로 소파를 든다는 배우 마동석 닮은 사람과 동행했어야 했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결국 환불 처리했지만 주말 기분을 망쳐버렸다.
그 매장은커녕 LF몰 자체를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그 50대 여주인에게 외치고 싶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이 글은 독자 서정미 (광양읍)씨가 보내 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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