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 (필명 장강)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시조시인 / 문학평론가 / 문학박사
元宵(원소)[2]
/ 매천 황현

마을 앞 모여 앉아 뜨는 달 기다리며
이마에 손을 얹고 달 크기 가늠하네
둥근달 풍년 점치기 관곡 기대 마시게.
千家待月出村前   額手齊瞻圓未圓
천가대월출촌전   액수제첨원미원
大似有人來館穀   莫將圓月待豐年
대사유인래관곡   막장원월대풍년
 
마을 앞에 나와 서서 달 크기를 가늠하네, 
관곡 기대 똑 같으니 풍년 점치지 말게
 
위안샤오의 기원은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소왕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초나라의 소왕이 정월대보름에 양자강을 지나다가 강물에 떠다니는 겉은 희고 속은 단맛이 나는 과일을 발견하고 공자에게 물으니 공자는 이것을 부평과(浮萍果)로 국가 부흥의 길조라고 하였다. 이로부터 민간에서 부평과의 모양으로 음식을 만들어 복을 기원하면서 먹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위안샤오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인 집집마다 달을 기다려 마을 앞으로 나와서, 이마에 손을 얹고 달 크기를 가늠해 본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둥근달로 인해 풍년일랑 점치지들 마시게나(元宵2)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집집마다 달을 기다려 마을 앞으로 나와서 / 이마에 손을 얹고 달 크기를 가늠해 보네 // 누군가가 관곡 주길 기대함과 꼭 같으니 / 둥근달로 인해 풍년일랑 점치지들 마시게나]라는 시상이다. 이어진 오른쪽 평설에서 시상의 범상함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마을 앞에 나와 서서 달 크기를 가늠하네, 관곡 기대 똑 같으니 풍년 점치지 말게’라는 화자의 상상력이다.
위 시제는 [음력 대보름날2]로 의역해 본다. 원소절 아침, 중국의 각 가정에서는 정성껏 만든 원소(元宵 yuánxião)를 먹는다고 한다. 팥이나 설탕, 깨 등의 소를 넣어 찹쌀로 동그랗게 빚어 따끈하게 쪄낸 음식인데, 바로 이 동글동글한 모양 때문에 '탕원(汤圆 tãngyuán)'이라고도 부른다. 원소를 먹는 풍습은 송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며, 가정의 화목과 단란함을 상징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원소도 그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맛의 설탕, 대추 소로 된 원소가 있는가 하면 요즘에는 야채와 고기소로 만든 원소도 있다.
원소절에서 달을 기리는 민속에 무게를 담았던 시인은 그 행위들에 대한 시심을 담기에 분주해 보인다. 집집마다 달을 기다려서 마을 앞으로 나와서 이마에 손을 얹고 달 크기를 가늠해 보았다는 풍속은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국민화합을 가져오게 된 점도 깊게 생각했을 것이다. 주민들 행동으로 보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주된 시적인 상관물은 어디까지나 둥근 보름달임을 알도록 초점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여기에서 초점을 잃지 않으려는 화자는 누군가가 관의 곡식을 주기를 기대함과 꼭 같다고 했으니 둥근달로 인해 풍년일랑 점치지들 마시라는 청유형 한 마디를 잘 포장시키고 만다. 풍년들기를 기다리는 화자의 염원을 담았다.
 
【한자와 어구】
千家: 집집마다. 待月: 달을 기다리다. 出村前: 마을 앞에 나오다. 額手: 이마에 손을 얹다. 齊瞻: 나란히 보다. 圓未圓: 둥그런가 둥글지 않는가. // 大似有人: 사람이 있는 것 같다. 來館穀: 와서 관곡을 주다. 莫將圓月: 장차 둥근 달을 ~하지 말라. 待豐年: 풍년을 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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