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희 구 (시조시인 / 문학평론가문학박사 / 필명 장 강(張江)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哭勉菴先生(곡면암선생)[2]

                                      매천 황현
문장은 경륜 사업 벗지도 않았었고
명절은 원래부터 도학의 근원따라
해동 땅 천추에 빛나 변함없이 공론되리.
文章不出經綸業   名節原從道學源
문장불출경륜업   명절원종도학원
宰相儒林都結局   海東千載有公言
재상유림도결국   해동천재유공언

문장 경륜 사업불출 명절 도학 근원따라, 
재상 유림 대미 해당 해동 천추 공론이리
 
면암은 경기도 관찰사 등에 임명되었으나 모두 사퇴하고, 향리에서 후학을 가르쳤다.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창의토적소’를 올리고 항일의병운동을 전개했다. 74세의 고령으로 태인과 순창에서 의병을 이끌고 관군 및 일본군에 대항하여 격렬하게 싸웠으나 패전한 후, 체포되어 대마도(對馬島)에 유배 생활하던 중에 ‘유소(遺疏)를 구술(口述)’하고, 병마와 싸우다가 세상을 떠났던 우국지사다. ‘면암집(勉菴集)’이 전한다. 시인은 재상으로나 유림으로나 대미에 해당함은, 해동 땅 천추토록 변함없는 공론이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문장은 경륜의 사업에 벗어나지 않았고(哭勉菴先生2)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 두 번째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문장은 경륜의 사업에 벗어나지 않았고 / 명절은 원래부터 도학의 근원을 따랐네 // 재상으로나 유림으로나 대미에 해당함은 / 해동 땅 천추토록 변함없는 공론이리]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문장 경륜 사업불출 명절 도학 근원따라, 재상 유림 대미 해당 해동 천추 공론이리’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면암 최익현 선생의 죽음을 통곡하며2]로 번역된다. 시어로 나온 문장(文章)은 면암의 탁월하고 달변한 문장을 가리킨다. ‘명절(名節)’의 본래의 뜻은 명일을 중심으로 한 좋은 철이나 민속적으로 해마다 일정하게 지키어 즐기는 날인 설날이나 한가위 날 같은 날이겠으나, 여기에서는 면암의 높은 이름과 절개를 뜻한다. ‘도학(道學)’은 도덕에 관한 학문으로, 유학, 특히 송대 정주학파의 학문인 심성ㆍ이기의 학을 가리키고 있다. ‘해동(海東)’은 조선이었던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결국(結局)’은 일의 끝장 혹은 일의 귀결이 되는 마당을 뜻하겠지만, 여기에서는 마지막을 뜻하는 대미(大尾) 쯤으로 보았으면 더욱 좋겠다.
시인은 고사에 읽힌 여러 이야기며 인명들과 함께 안고 도는 여러 가지를 감안하면서 일으킨 시상은 완만해 보인다. 그래서 탁월한 문장은 경륜의 그 사업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고, 명절은 원래부터 도학의 근원을 따랐었다고 했다. 대인다운 올바름을 바르게 나타냈다고 볼 수 있겠다. 독실한 자기 학문의 경지였음을 알게 한다.
화자는 자신의 안위에 만족하지 않고 학문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저기 처신에 몰두하면서 흐트러짐이 없었다. 재상으로나 유림으로나 대미에 해당함은, 해동 땅 천추토록 변함없는 공론이라는 한 차원 높은 경지에 이르렀던 그 시상을 말해 준다 하겠다.
 
【한자와 어구】
文章: 문장. 不出: 벗어나지 않았다. 經綸業: 경륜과 사업. 名節: 명예와 절개. 原: 본래부터. 從道學源: 도학의 근원에 따르다. // 宰相: 재상. 儒林: 유교의 도를 닦는 학자들. 都結局: 대미에 해당하다. 海東千載: 해동(우리나라 별칭)의 천추토록 변함없이. 有公言: 공적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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