哭勉菴先生(곡면암선생)[4]

                                      매천 황현
바다 밖 세월 찾아 기러기 적었겠고
하늘가 지는 별이 높은 곳을 보지말라
대마도 푸른 산일랑 지겹도록 보았겠지.
海外光陰來雁少   天涯消息落星寒
해외광음래안소   천애소식락성한
招魂且莫登高望   厭見靑蒼馬島山
초혼차막등고망   염견청창마도산
 
세월 찾는 기러기도 하늘 소식 차가운 별, 
높은 곳을 보지 말라 대마도 산 지겹도록
 
1876년 1월 일본과의 통상조약 체결이 추진되자 면암은 도끼를 지니고 궁궐 앞에 엎드려 화의를 배척하는 상소를 올렸다. 이른바 ‘위정척사론’이다. 
우리 역사에서 첫 번째의 도끼를 들고 임금 앞에 나아가 상소를 올린 것은 고려 말 우탁의 지부상소(持斧上疏)다. 고려 말 충선왕은 1308년 8월에 즉위하여 10월 24일에 부왕인 충렬왕의 후궁인 숙창원비를 범간(犯奸)하는 패륜을 저지른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 시인은 바다 밖 세월은 찾아오는 기러기도 적었겠고, 하늘가 소식은 지는 별이 차갑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대마도 푸른 산을 지겹도록 보았겠네(哭勉菴先生4)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 네 번째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바다 밖 세월은 찾아오는 기러기도 적었겠고 / 하늘가 소식은 지는 별이 차갑다네 // 초혼하려고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보지 말라 / 대마도 푸른 산을 지겹도록 보았겠네]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세월 찾는 기러기도 하늘 소식 차가운 별, 높은 곳을 보지 말라 대마도 산 지겹도록’ 이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면암 최익현 선생의 죽음을 통곡하며4]로 번역된다. 면암은 상소에서 첫째, 일본과의 강화는 일본의 위협에 굴복하는 것으로, 무비(武備)를 갖추지 못하여 강화를 추진한다면 앞으로 적의 무한한 탐욕을 당해낼 수 없다고 했다. 둘째, 일본의 물화는 모두가 요사기완(搖奢奇玩)으로 유한한 농업생산품으로 적의 무한한 공업생산품과 교역하게 되면 경제적 파탄을 초래한다. 셋째, 일본을 왜라고 일컬었으나 실은 양적과 다름이 없는 것이니 일단 강화가 성립되면 금수와 같은 양인의 사교가 들어와 전통적 질서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위엄을 보였다.
 시인은 시적상관자인 면암이 위와 같은 뚜렷한 자기 소신과 철학을 보인데 대하여 커다란 찬사를 보내는 선경의 그림 한 폭을 그려내고 만다. 바다 밖에서 세월을 찾아오는 기러기도 적었겠는데, 하늘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지는 별이 차갑기만 한다는 소회를 엮어 냈다. 일본에서의 외로운 생활, 대화의 상대가 없이 적적함을 상상의 그대로 내타내고 있다.
화자는 이런 점을 감안하면서 시적 상관자인 면암을 향해 자기 소망을 펼친다. 굳이 혼을 불러내려고  높은 곳에 올라가 바라보지 말라고 당부했으니 대마도 푸른 산을 지겹도록 보았겠다고 했다. 대마도의 산을 지겹도록 보았을 것이니 굳이 높은 곳에 오를 필요가 있었겠는가를 묻고 있다. 
 
【한자와 어구】
海外: 바다 밖. 光陰: 세월. 來雁少: 오는 갈매기도 적다. 天涯: 하늘가. 消息: 소식. 落星寒: 떨어지는 거리기도 차다. // 招魂: 혼을 부르다. 且莫: 또한 ~하지 말라. 登高望: 높은 곳을 오르지 말라. 厭見: 싫증나게 보다. 靑蒼: 푸른 산, 馬島山: 대마도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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