哭勉菴先生(곡면암선생)[10]

                                      매천 황현
천정은 아픔 없고 냉산 주검 애통했네
사는 건 칠십년이요 오는 건 천년일세
공처럼 좋은 명운은 역대에도 드무리니.
天定幸無柴市痛   人憐死自冷山歸
천정행무시시통   인련사자냉산귀
過年七十來千歲   歷數如公命好稀
과년칠십래천세   력수여공명호희
 
천정 요행 아픔 없고 죽어 귀향 애통했네, 
사신 칠십 오는 천년 공의 명운 드물겠네
 
시어로 쓰인 ‘柴市痛(시시의 아픔)’은 감옥에서 혹독하게 형벌을 받다 못해 죽는 것이다. 면암이 일본 대마도의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일본인이 요구하는 단발을 거부하면서 단식을 하면서 버티다가 결국은 병을 얻어 죽었다. 이같은 현상은 시시가 송나라 말기의 재상이자 충신인 문천상이 적들의 회유에 굴하지 않고 사형을 당했던 북경의 시시를 가리키면서 자기의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것과 그 궤를 같이한다. 시인은 천정하여 다행히 시시의 아픔 없으나, 냉산에서 죽어 돌아옴을 사람들 애통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사신 것은 칠십 년이요 오는 것은 천년이니(哭勉菴先生10)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 열 번째다. 작자는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천정이 요행히도 시시의 아픔 없으나 / 냉산에서 죽어 돌아옴을 사람들 애통해했네 / 사신 것은 칠십 년이요 오는 것은 천년이니 / 공처럼 좋은 명운은 역대 드무네]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천정 요행 아픔 없고 죽어 귀향 애통했네, 사신 칠십 오는 천년 공의 명운 드물겠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면암 최익현 선생의 죽음을 통곡하며10]로 번역된다. 시어로 쓰인 ‘천정(天定)’은 어긋났던 천도가 원래대로 회복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사기 오자서열전’에 “사람의 수가 많은 경우에 하늘을 이길 수도 있지만, 하늘이 정해지면 또한 사람을 무너뜨리는 법이다(人衆者勝天 天定亦能破人)”라고 했던 데서 보인다. ‘냉산(冷山)’은 외국의 감옥을 뜻한다. 남송 고종 때의 충신인 홍호가 금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억류되어 15년 동안 냉산에 갇혀 있다가 돌아왔는데 온갖 위협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으니, 당시 사람들이 송나라의 소무(蘇武)라고 칭송했다고 하는 데서 보이는 시어다.
시인은 하늘의 뜻이 이미 면암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했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 아픔과 통정을 다 참아 냈음을 보이고 있다. 다행히도 시시의 아픔은 없었겠지만 차디찬 감옥에서 얼어서 죽어 돌아옴은 온 국민을 더욱 애통하게 했었다고 했으니 적절한 중국 고사의 인용은 어휘의 충만함 때문에 혀를 내두를 정도임을 알게 한다.
화자는 그래서 면암의 노구를 이끌었던 나이와 그의 의기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모습을 보이는 선경이다. 그래서 세상에 태어나 사신 것은 칠십 년이요 오는 것은 천년이라고 하면서 공처럼 좋은 명운은 역대 드물 것이라는 시상을 일구고 말았다. 속세의 칠십년과 영원의 천년의 대비다.
 
【한자와 어구】
天定: 천정하다. 幸無: 다행히 ~이 없다. 柴市痛: 시시가 아파하다. 人憐: 사람들이 애통해 하다. 死自冷山歸: 죽어서 냉산으로 오다. 
過年七十: 산 것은 칠십년이다. 來千歲: 오는 것은 천년이다. 歷數: 역대. 如公: 공(면암)과 같다. 命好稀: 좋은 명운이 드물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