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至有感(동지유감)
                                     叙光 張喜久

동지가 걸어와서 음이 다해 양이 생겨
근심 면할 부적 붙여 무사를 기원하며
집안에 팥죽 뿌리며 자네 재앙 물리치길.
無違冬至輒今回   陰極陽生始展開
            무위동지첩금회   음극양생시전개
            着戶桃符希免患   撒家豆粥願排災
            착호도부희면환   살가두죽원배재
 
동지 문득 돌아오니 음이 다해 양이 오네, 
면할 근심 부적을 팥죽 뿌려 재앙 물리쳐
 
동지는 양력으로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24절기로 12월 22일경에 든다. 입춘과 춘분을 은근하게 기다리는 인간의 심리처럼 동지도 그렇랬을 것이다. 묵은 해의 악귀를 쫒아내고, 새해를 맞아하는 경건한 마음을 다졌음도 생각할 일이다. 부적을 붙이면서 좋은 일들이 있기를 빌면서 기다렸다. 이때는 늘 크리스마스와 겹쳐서 연하장과 문안인사들이 오고간다.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다. 시인은 동지가 문득 어김없이 금년에도 돌아와서, 음이 다하고 양이 비로소 생기면서 전개될 수 있겠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집안에 팥죽 뿌려 재앙을 물리칠 일을 원하네(冬至有感)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동지가 문득 어김없이 금년에도 돌아와서 / 음이 다하고 양이 비로소 생기면서 전개될 수 있겠네 // 문에 부적을 붙여서 근심을 면할 것을 바라고 / 집안에 팥죽을 뿌려 재앙 물리칠 일 원하네]라는 시상이다. 시인과 따스한 대화 한마디는 평설의 요체임을 알면서 간추린다. ‘동지 문득 돌아오니 음이 다해 양이 오네, 면할 근심 부적을 팥죽 뿌려 재앙 물리쳐’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동지를 보내면서 한 생각이 있어]로 의역된다. 동지와 섣달그믐은 이웃 동네에 존재한다. 동지가 돌아오면 연중행사처럼, 민간 의식이 성행하면서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설계한다. 문기둥에 부적을 붙이고, 동지팥죽을 써서 집안팎에 뿌리면서 잡귀들이 물러가기를 바라는 민간의식도 치루었다. 이렇게 보면서 금년에도 어김없이 맞이하는 동지의 심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겠다.
시인은 동지가 돌아오면 음이 최고조에 달하다가 점점 양이 성해가는 계절인 의미에 무게를 두는 시상을 이끌어냈다. 동지가 어김없이 문득 금년에도 돌아오면서, 음이 다하고 양이 비로소 생기어 전개된다고 했다. 입춘과 입추엔 음과 양이 같고, 하지와 동지엔 그 반대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밤낮의 길이가 뒤바뀌면서 일정하게 같음을 뜻하고 있겠다.
화자는 남다른 동지의 의미는 민간의 단순한 행사에 그 연원을 두고 있음을 알게 한다. 문에 부적을 붙여서 근심 면할 것을 바라고, 집안에 팥죽을 뿌려 재앙을 물리칠 일을 원한다고 했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270도일 때이고,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을 기점으로 하여 한다는 민간신앙이 어쩌면 꼭 맞는 상황을 연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렇게 보면 동지의 민간의식의 의미는 새로울 수밖에 없다.
 
【한자와 어구
無違: 어김이 없다. 冬至: 동지. 輒: 문득, 갑자기. 今回: 이번에도. 陰極: 음이 다하다. 陽生: 양이 성하다. 始展開: 비로소 전개되다. // 着戶: 문에 붙이다. 桃符; 부적. 希免患: 근심 면할 것을 바라다. 撒家: 집에 뿌리다. 豆粥: 팥죽. 願: 원하다. 排災: 재앙을 물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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