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자동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고용…사회적 타협 필요

스마트항만 구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기존 항만과는 새로운 차원의 일자리 창출 가능
 
▲ 광양항의 활성화를 위해 항만관계자들은 선사에 대한 인센티브와 함께 대형화주들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인센티브 강화 영향으로 지난 해 광양항의 환적화물이 크게 늘어났는데, 선사 입장에서 환적항 선적의 최우선 고려요인은 비용이다. 사진은 광양항 전경.
상하이항은 양산신항과 구항의 물동량 처리량이 비슷한데, 메인항로에서 상하이 구항으로 입항하려면 4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양산항은 1시간이면 접안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양산신항은 내륙운송에 따른 물류비가 구항에 비해 훨씬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우리의 경우 부산항과 광양항의 항만이용료가 다르고, 광양항 내에서도 어떤 부두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항만 이용료가 다르다. 하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하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렇지만, 중국은 부두 운영을 정부가 맡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항만이든 항만이용료가 동일하다고 한다. 상하이항을 운영하는 운영사가 하나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양산항을 이용하던, 구항을 이용하던 항만이용료는 동일하다고 한다. 따라서 선사 입장에서는 내륙운송료가 저렴한 구항을 선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상하이항을 취항하는 선사가 마음대로 접안항구를 선택할 수 없다고 한다. 부두는 물론 선석 배정도 운영사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느 날 갑자기 부두 운영사가 “내일부터 유럽 쪽으로 가는 화물은 양산항을 이용하라”는 결정을 내리면 유럽 쪽으로 가는 화물을 취급하는 선사는 양산항으로 뱃머리를 돌려야 한다. 치열한 경쟁을 하는 선사 입장에서 이러한 조치들이 부당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모든 선사에게 동일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크게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는 구조라고 한다. 여기에 항만이용료 결정도 사실상 정부가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이와 관련, 현대상선 중국본부의 조재병 부장의 말을 들어본다.
“상하이항의 항만이용료가 비싸다는 여론이 있었는지 2018년 말 중앙정부가 하역료를 12% 인하하라는 지시를 내렸어요. 선사 입장에서는 대단히 환영할 만한 조치였지요. 그런데, 하역료만 내린다고 선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화주에게는 혜택이 없습니다. 이러한 조치가 있고, 며칠 후 이번에는 당국에서 선사들을 불렀습니다. 당신들도 같은 수준으로 선비를 내려라고 요구했고, 결국 그 혜택은 화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선사 입장에서는 좋다가 말았지요.”
조부장은 중국 항만정책의 흐름에 대해서도 들려주었다.
“중국정부가 항만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닝보-저우산항의 경우 닝보항과 저우산항을 통합 운영하고 있는데, 상하이항과 닝보-저우산항의 경우 거리가 50㎞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요. 닝보-저우산항과 상하이항을 통합할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문제는 우리 개념으로 말하면 지방정부가 다른데, 이 역시 중국정치의 특성상 중앙정부가 결정하면 현실화 될 수 있습니다. 조선소가 난립하자 중앙정부가 개입해 이를 통폐합한 사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항만의 자동화, 스마트화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동화항만 구축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보다도 고용의 문제이다. 부산신항의 경우 새로 건설하는 항만을 자동화부두로 건설한다는 정책결정은 이미 되어 있지만, 자동화항만을 건설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고용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부산항은 현재 도심에 소재한 북항을 전면 재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항만재개발 사업은 항만종사자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부산항운노조의 한 관계자는 “북항에 종사하는 우리 조합원이 약 1,500명정도 되고, 연관된 인력까지 포함하면 2천명 정도 된다”며, “항만을 재개발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고용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의 공식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견해”라는 전제를 붙였다.
항만의 재개발이 추진되더라도 기존 항만종사자들에게 동일 조건의 노동과 동일임금을 제공하는 고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현장은 신항만이다. 북항종사자들을 신항만으로 전환배치하면서 신항만을 완전자동화 할 수는 없다. 또, 자동화항만에서 요구하는 인력과 기존항만에서 근무하는 인력에게 요구되는 기능수준이 동일할 수 없다.
자동화항만에서는 트레일러 운전원이나 크레인 운전원 보다 IT기술에 정통한 인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고용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부산신항의 경우 자동화항만 시설을 구축하고도 이러한 시스템을 전면 운영하지 못하고 기존 항만처럼 인력에 의존한 항만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항만을 운영하는 항만공사 관계자들이나 노조 관계자 모두 극도로 말을 아끼지만 공통적인 견해는 노사정 대화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부산신항의 일부 터미널이 야드 자동화를 도입해 운영하자 고용에 불안을 느낀 야드 크레인 운전원들이 대거 항운노조에 가입했다고 한다. 자동화시설 도입은 하역사 입장에서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방안이지만 기존 항만의 경우 이를 도입하는 문제는 비용에 앞서 고용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셈이다. 물론, 자동화항만은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새롭게 창출되는 고용은 기존의 항만노동자들에게 요구하는 기능과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기능을 요구한다. 이는 기존 노동자들을 재훈련시켜 자동화항만에 투입하는 것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니라는 점과 연계된다.
▲ 트리거룰에 따라 광양항3-2단계는 상부시설물 공사가 중단된 채 자동차부두로 활용되고 있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자동차부두는 2-1단계로 이전하고, 이 부두를 자동화부두로 건설하는 것을 제4차항만기본계획에 반영해 줄 것을 해양수산부에 건의하고 있다.
부산신항과 같이 물동량이 넘치는 항만의 경우 기존 항만을 자동화항만으로 전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자동화항만 시설 구축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과 별개의 문제로 기존 시설로도 물동량 처리가 포화상태인데, 자동화항만 전환을 위해 부두를 폐쇄하고 장기간 공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결국 항만자동화는 새로 건설되는 항만에 도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의 스마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물류나 항만분야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용의 문제, 비용의 문제 등을 이유로 이를 늦추거나 외면할 경우 치열한 글로벌 항만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광양항의 경우 오랫동안 국내 2위의 컨테이너부두 자리를 고수해 왔지만, 인천신항 개장 이후 인천항에 2위 자리를 내주고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배후물동량 창출에 한계가 있는 광양항의 여건에서 활성화를 위한 해답은 환적화물 유치에서 찾아야 하지만 이를 유치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광양항의 뛰어난 여건에도 불구하고, 물동량 유치가 지지부진한 이유의 하나로 “지리적으로 부산항과 너무 가깝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실제 국적선사의 한 관계자는 “광양항을 북중국 화물의 환적항만으로 검토하기도 했지만, 광양에 선복량이 없어 이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선사 입장에서 환적항을 선정할 때 최우선 고려 요인은 비용이다. 지난 해 광양항의 환적화물이 크게 늘어난 요인은 광양항이 선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관련, 현대상선 조재병 부장은 “광양항의 경우 선사에게 주는 것도 있지만 화주에 대한 인센티브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운업계의 특성상 항만을 선택하는 것은 화주의 의중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대형화주에 대한 인센티브를 도입한다면 선사의 광양항 기항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조 부장의 설명이다.
국내 항만경쟁에서 인천항에 2위 항만자리를 내주었지만, 광양항은 어떤 의미에서 기존 항만들 중 자동화항만을 도입하기에 가장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유휴선석이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투자가 소요될 수도 있지만 자동화항만 도입과 물류의 스마트화 구축은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황망기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인터뷰 / 최연철 YGPA 경영본부장
 
“광양항 3-2단계 부두
최첨단항만으로 건설 정부에 건의”
 
 
“스마트항만은 친환경항만과도 연계됩니다. 우리 공사에서도 스마트항만 구축을 위해 광양항 3-2단계 부두의 자동화항만 건설을 정부의 제4차 항만기본계획에 반영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최연철 경영본부장(부사장)은 “광양항의 스마트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한다.
자동화항만은 기존 항만에 도입하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 결국 새로 건설되는 항만에 최신 설비를 도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트리거룰에 따라 하부공사가 완료된 광양항 3-2단계 부두를 첨단항만으로 건설하는 것을 2021년 시작되는 정부의 제4차항만기본계획에 반영해 줄 곳을 요청하고 있다. 5만톤급 3개선석과 3만톤급 1개선석으로 구성된 광양항 3-2단계 부두는 현재 자동차부두로 활용되고 있는데, 자동차부두를 2-1단계로 이전하고 이 부두에 첨단설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여수광양항만공사의 복안이라는 것.
“해수부가 이러한 건의를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인데,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건의가 받아들여진다면 3-2단계 부두는 최첨단 항만으로 건설될 것입니다. 현재 광양항에서 진행 중인 테스트베드 구축과정에서 이에 필요한 기술은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항만자동화 추세에 발맞춰 항만의 스마트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등 발굴에 나서고 있다. 또, 친환경항만 구축을 위해 육상전원공급장치(AMP)를 구축하고 있으며, 경유에 의존하고 있는 야드트랙터의 동력을 전기로 전환하는 EYT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최연철 본부장은 “항만운영에 첨단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현재 1대를 운영 중인 드론을 올해 내에 2대를 추가로 도입하고, 접안과정에서 선박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장기적으로 선박모션감지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말했다.
 
황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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