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春(삼춘)
                                     叙光 張喜久

순식간 삼춘가절 봄 보내기 아깝더니
봄 꽃아! 잘 가거라, 머물 생각 하지 말고
시비만 배우느니라, 먼지 세상 더 머물면.
佳節三春瞬息歸   惜春堂養意中薇
가절삼춘순식귀   석춘당양의중미
春花好落無留意   塵世久留知是非
춘화호락무유의   진세구류지시비
 
삼춘가절 아까워서 마음 속에 장미 길러, 
봄꽃에게 인사하며 시비 배울 먼지 세상
 
세상을 살아가는 자체를 먼지 세상이라 하여 흔히 진세(塵世)라고 했다. 오염으로 뒤범벅이 된 먼지도 묻지만, 인간관계를 하면서 묻지 말아야 할 먼지가 온 몸에 뒤범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찌 장미에만 진세를 뒤집어씌울 수가 있으랴. 이는 분명 아름답고 깨끗한 장미를 깨끗한 인간이 오욕(汚辱)을 뒤집어쓰면서 같이 더럽혀진 그런 상황을 비유적으로 한 시상의 덩이로 보인다. 시인은 삼춘가절이 이리 순식간에 돌아가고 말았으니, 봄 보내기가 아깝다면 마음속으로 장미 기르겠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먼지 세상에 오래 머물면 시비만을 배우나니(三春)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삼춘가절이 이리 순식간에 돌아가고 말았으니 / 봄을 보내기가 아깝다면 마음속으로 장미나 기르지 // 봄꽃아, 잘 가거라. 더 머무를 생각일랑 하지를 말고 / 먼지 세상에 오래 머물면 시비만 배우나니]라는 시상이다. ‘화자’가 떠받친 반전은 시의 격을 높이는 큰 요채가 되고 있다. ‘삼춘가절 아까워서 마음 속에 장미 길러, 봄꽃에게 인사하며 시비 배울 먼지 세상’ 이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봄의 석 달. 곧 3,4,5월 3개월]로 의역된다. 시제와 같이 보면 삼촌(三春)은 봄 3개월을 아우르는 뜻을 담는다. 어깨를 움츠렸던 겨울동안에는 포근한 봄을 기다린다. 온 대지는 봄을 기다렸다는 듯이 제법 빨리 찾아온 봄맞이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재롱둥이 꼬마 녀석들도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어 어깨에 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모습이 여간 대견해 보이지 않는다.
시인은 이 같은 봄이 성큼 다가오더니만 어느새 훌쩍 지나치면서 꼬리를 감추려는 태세를 보인다. 봄 보내기를 무척 아쉬워하는 모습을 은근하게 보인다. 그래서 삼춘가절이 이렇게 순식간에 돌아가려고 하니, 봄 보내기가 차마 아깝다면 마음속의 장미를 기르겠다는 엉뚱함을 내보인다. 뜨거운 뙤약볕에서 맞이할 여름이 싫었던 모양이다.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봄장미를 기르겠다는 시상을 쏟아냈다.
화자는 부여잡고 싶은 봄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붙잡을 수가 없다. 명년을 다시 기약하며 보내야 한다는 서운함을 간직하면서 봄꽃에게 하소연한다. ‘봄꽃아 잘 가거라!’ 하는 아쉬움과 함께 이제 더 머무를 생각일랑 말고, 먼지 많은 이 세상에 오래 머물면 시비만을 배우게 된다는 시상을 일구어내고 만다. 깨끗한 봄이 진세의 먼지를 행여 뒤집어쓸까 두려워하는 근심을 담아낸 시적 구성이겠다.
【한자와 어구】
佳節: 아름다운 계절. 三春: 봄 삼개월. 瞬息: 순식간. 빨리. 歸: 돌아가다. 혹은 돌아오다. 惜春: 봄 보내기 아깝다. 堂: 마땅히. 養: 기르다. 意中: 마음 속. 薇: 장미. // 春花: 봄꽃. 好落: 떨어지다. 無留意: 마음에 두지 말라. 塵世: 먼지 세상. 久留: 오래 머물지 말라. 知是非: 시비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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