晩秋1(만추)
                                     叙光 張喜久

    넓은 들 늦가을에 오곡이 익어갈 때
    만상의 영화로움 시들음 어찌 알리
    갈대꽃 우거진 매 따라 나라 태평 기원해.
    碧天野闊晩秋時   萬象榮枯豈不知
    벽천야활만추시   만상영고기부지
    際此蘆江見鹰隨   民安國泰太平期
    제차노강견응수   민안국태태평기

넓은 들판 늦가을에 영화로움 어찌 알리, 
우거진 강 매 따르고 나라 편안 백성 태평

시제하고는 알맞겠지만, 소제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 작품이지만 얼마 전에 화제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 [만추晚秋(Late Autumn)]에 한 바탕 취해본다. 1966년 ‘동명’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현빈(한국인)과 탕웨이(중국인)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이 작품은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되었고, 2011년 2월에 국내 개봉되었으며 중국에는 2012년 3월에 개봉되었다. 시인은 이 때에 갈대꽃 우거진 강 매가 따르는데, 나라가 편안하고 백성이 태평을 기약하겠다고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만상의 영화로움과 시들음 어찌 알지 못하리(晩秋1)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푸른 하늘의 넓은 들판에 늦가을이 익어갈 즈음에 / 만상의 영화로움과 시들음을 어찌 알지 못하리 // 이 때 갈대꽃 우거진 강 매가 따르고 있는데 / 나라가 편안하고 백성들이 태평을 기약하겠네]라는 시상이다.  ‘시인이여, 상상력을 발휘하라!’ 상상했던 시주머니를 펼쳐보니… ‘넓은 들판 늦가을에 영화로움 어찌 알리, 우거진 강 매 따르고 나라 편안 백성 태평’이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어느 한 해의 늦가을1]로 의역된다. 서문에서 리허설처럼 보였던 [만추晚秋(Late Autumn)] 작품의 내용 에 빠져 들어본다. 미국 시애틀의 어느 주택가가 영화의 배경이 된다. 완전히 넋이 나간 한 여자가 도로를 서슴서슴 내려온다.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한 남자가 그만 길바닥에 쓰러져있었다. 그로부터 7년 뒤, 애나는 교도소에서 잠시 보석으로 풀려난다. 어머니의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사흘의 휴가를 받는다. 다음 [만추晩秋2]로 이어진다.
시인은 만추가 주는 영화의 한 장면이나 되는 것처럼 늦가을의 소묘 한 줌을 그려낸다. 푸른 하늘 넓은 들판 늦가을 익어갈 즈음, 만상 영화로움과 시들음을 어찌 알지 못하리라고 했다. 만상의 영고(榮枯)를 어찌 알겠는가 하면서 털어낸다. 시인의 상상이 깊이 무르익어 갈 무렵에 가슴 부푼 한 소회(所懷)를 토로한다. 시상의 한 멋이 흐른다.
그리고 화자는 강가의 매를 따르다가 문득 자신도 생각하면서도 다른 시상에도 푹 빠지면서 마음을 물씬하게 적신다. 이 때 갈대꽃 우거진 강 매가 따르고 있는데, 나라가 편안하고 백성이 태평을 기약해야겠다는 한 마디를 쏟아내고 만다. 만추가 무르익어가는 가을에 나라와 백성만 편안하기를 어찌 바랄 수 있겠는가. 사랑이 있고, 정감이 흐르는 것을.
【한자와 어구
碧天: 푸른 하늘. 野闊: 넓은 들. 晩秋時: 늦가을에. 萬象: 만상. 榮枯: 영화롭게 마르다. 豈不知: 어찌 알겠는가. // 際此: 이 때에. 蘆江: 갈대 우거진 강. 見鹰隨: 매가 따르는 것을 보다. 民安: 백성을 편안하게 하다. 國泰: 나라가 태평하다. 太平期: 태평을 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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