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漢詩講座(제한시강좌)
                                     叙光 張喜久

    해동의 최고조는 한시문화 으뜸이고
    성황 속 강좌 경청 선비 대열 즐비했네
    책 열고 좋은 글귀로 이뤄가는 한시 흥.
    漢詩文化最吾東   講座傾聽士滿叢
    한시문화최오동   강좌경청사만총
    討案揮毫成秀句   挑燈開卷振良風
    토안휘호성수구   도등개권진양풍

한시문화 최고조에 강좌 경철 최고조에, 
문안 토론 글귀 이뤄 책을 여는 좋은 풍속

 

한시가 어렵다는 말은 어제 오늘만이 아니다. 우리 선현들도 한시를 배우고자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숱한 일화들도 있다. 운통(韻統) 혹은 운목(韻目)에 의한 운자(韻字)를 따라야 하고, 고저장단이라는 평측(平仄)이 맞아야 한다. 근체시 이전에는 고저를 그리 중요시하지 않았지만 근체시로 넘어오면서 평측의 중요성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시는 창(唱)을 전제로 하여 얽혀지기 때문이다. 시인은 한시문화가 우리나라에 최고조에 달했는데, 강좌를 경청하는 선비들이 가득 모여든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문안의 토론 글씨를 쓰면서 좋은 글귀를 이루니(題漢詩講座)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한시문화가 우리나라에 최고조에 달했었는데 / 강좌를 경청하는 선비들이 가득 모여 성황 이루네 // 문안 토론 글씨 쓰며 좋은 글귀 이루고 / 등불 켜고 책을 열어 좋은 풍속을 떨치겠네]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한시문화 최고조에 강좌 경철 최고조에, 문안 토론 글귀 이뤄 책을 여는 좋은 풍속’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진지한 한시 강좌를 들으면서]로 의역된다. 고저장단에 맞추는 평측은 평의 흐름과 측의 흐름을 타는 방법이 있다. 평으로 시작되는 [平(평)-平(평)-仄(측)-仄(측)]으로 이루어진 평기식으로 짓는 흐름이 있는가 하면, 측으로 시작하는 [仄(측)-仄(측)-平(평)-平(평)]으로 리듬을 타는 측기식으로 한시를 얽히는 방법이 있다. 뿐만 아니라 율시의 경우 함련과 경련에서는 반드시 대구(對句)를 놓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어 한시가 어렵다는 관념을 더욱 고착시킨다.
시인은 한시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보인다. 절구의 평측보다는 율시의 대구가 어렵다는 것을 잘 인지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시문화가 우리나라에 최고조에 달했는데, 강좌를 경청하는 선비들이 가득 모여들었다고 했다. 그것은 우리 문화의 기둥을 유지하였기 때문이며, 우리 문화의 정수(精髓)를 유지하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화자는 이와 같이 문학의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한시를 홀대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래서 화자는 한시를 공부하면서 문안을 토론하고 글씨를 바르게 쓰면서 좋은 글귀 이루면서 등불을 켜고 책을 열어 좋은 풍속을 떨치겠다고 했다. 뼈대 가리는 역할을 한시인들이 나서서 해야 한다는 뜻을 담는다.

【한자와 어구】
漢詩文化: 한시 문화. 最吾東: 우리나라 최고조에 달하다. 講座: 강좌. 傾聽: 경청하다. 士滿叢: 선비들이 가득 모이다. // 討案: 문안을 토론하다. 揮毫: 붓을 휘두르다. 成秀句: 좋은 글귀를 이루다. 挑燈: 등불을 켜다. 開卷: 책을 열다. 振良風: 좋은 풍속을 떨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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