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江秋月(한강추월)
                                     叙光 張喜久

    한강의 가을 달은 그 모양 사람 얼굴
    달빛은 상쾌하고 달빛 얼굴 휘황찬란
    흥취에 취했었구나! 돌아가기 어렵네.
    漢江秋月似形容   携杖閒翁是景從
    한강추월사형용   휴장한옹시경종
    養魄輝煌爽快胸   吟詩興趣叵歸儂
    양백휘황상쾌흉   음시흥취파귀농

 

한강 가을 달은 밝고 늙은이들 경치 따라, 
달빛 휘황 가슴 상쾌 돌아가기 어려워라

 

남한강 물과 북한강의 물이 합수되는 곳을 순 우리말로 ‘두물머리’라고 작명했단다. 이곳을 한자로는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兩水里)가 아닌가 싶다. 민족의 대동맥을 이어갈 수 있는 수도의 젓줄 한강의 합수다. 수퍼문이라고 했던가. 가을에 한강을 걸으면 대낮을 방불케한다.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한강변에서는 여기저기서 축제의 장이 열리고 있다. 가을밤을 수놓는 장관이다. 시인은 한강의 가을은 달 사람 얼굴 모양 같고, 한가한 늙은이 지팡이 휴대하여 경치를 따른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흥취를 더해 시 읊으니 나 돌아가기 어려워라(漢江秋月)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한강의 가을 달은 사람 얼굴 모양 같고 / 한가한 늙은이가 지팡이를 휴대해 경치를 따르네 // 달빛은 휘황찬란해 가슴을 상쾌하게 하고 / 흥취를 더해 시를 읊으니 나(儂)는 돌아가기 어려워라]라는 시상이다. 오른쪽 면 감상적 평설문을 통해서 시인의 시상을 요약해 본다. ‘한강 가을 달은 밝고 늙은이들 경치 따라, 달빛 휘황 가슴 상쾌 돌아가기 어려워라’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한강에 비친 가을 달을 보면서]로 의역된다. 가을 달밤 한강을 넘실거리는 물결은 글자 그대로 금물결이다. 미풍에 흔날리는 잔물결의 모습을 낱낱이 주머니에 주워 담으면 모두가 시가 되고, 노래가사가 될 듯하다. 애잔한 우리 민족의 기상을 아낌없이 발산할 태세다. 우리 선현들도 그랬을 것이고, 나도 그러하며, 후진들도 우리의 젓줄을 그렇게 아끼고 사랑할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한강의 가을 달은 마음을 시원하게 했으리라.
시인은 위와 같은 상념에 젖어가면서 민족의 대동맥을 이어갈 수 있는 우리의 한강을 노래했을 것이다. 한강의 가을 달은 마치 사람 얼굴 모양과 같아서 한가한 늙은이가 지팡이를 휴대하고 고운 경치를 따른다고 했다. 아름다운 경취에 취한 시인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한강의 가을 달을 감상하는 모든 시민들의 한결같은 감정이자 몸에 젖어드는 황홀감이었으리라.
화자는 이와 같은 한강의 도취에 벅차오르는 감정을 다 억제하지 못한 채 후정의 무거운 저울추를 매달아 본다. 달빛은 휘황찬란하기만 한데 가슴을 상쾌하게만 하고, 흥취를 더한 가운데 시 한 수를 읊조리면서 얼른 발길을 돌려 나의 생각은 차마 돌아가기 어려웠다고 했다. 시상의 멋이 한강의 깊은 물속으로 자맥질하는 상상을 했을 것임을 느끼게 한다.

【한자와 어구】
漢江: 한강. 秋月: 가을 달. 似形容: 사람의 얼굴과 같다. 携杖: 지팡이를 휴대하다. 閒翁: 한가한 노인. 是景從: 경치를 따르다. // 養魄: 달빛. 輝煌: 휘황찬란하다. 爽快胸: 가슴을 상쾌하게 하다.  吟詩: 시를 읊다. 興趣: 흥취. 叵歸儂: 나(儂)는 돌아가기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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