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裏山茶(설리산다) 
                                     叙光 張喜久

    눈 속의 고운 동백 해변가 수를 놓고
    선홍빛 꽃떨기가 연이어서 꾸민 해변
    추위를 견디어 낸 노래 윤기 절로 흐르네.
    雪裏山茶繡海邊    鮮紅數朶眼中連
    설리산다수해변    선홍수타안중연
    耐寒潤葉粧沿逕    此誦騷人樂自然
    내한윤엽장연경    차송소인락자연

고운 동백 해변가를 연이어진 꽃떨기에, 
해변 연안 윤기 꾸며 시인들은 노래하며

동백의 고장으로 알려진 여수 오동도를 비롯해서 남해안에서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 하여 설리산다(雪裏山茶)라 한다. 한국에서는 제주도 및 중부 이남의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는데 바닷가를 따라 서해안 어청도, 동의 울릉도까지 올라와 자란다. 분재로 활용되는데 생장속도는 느리지만 그늘지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잘 자라고 가지치기를 많이 해도 잘 견딘다. 시인은 눈 속에 곱게 핀 동백이 해변가에 수를 놓으니, 선홍빛 많은 꽃떨기가 연이어서 보인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추위를 견딘 윤기가 난 잎들이 연안을 꾸미니(雪裏山茶)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눈 속에 곱게 핀 동백 해변가 를 수 놓으니 / 선홍빛 많은 꽃떨기가 연이어서 보이구나 // 추위를 견딘 윤기가 난 잎들이 해변의 연안을 꾸미니 / 시인들은 이를 노래하며 저절로 즐거워하는구나]라는 시상이다. 이어진 오른쪽 평설에서 시상의 범상함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고운 동백 해변가를 연이어진 꽃떨기에, 해변 연안 윤기 꾸며 시인들은 노래하며’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눈 속에 핀 동백꽃을 보며]로 의역된다. 동백은 공해나 소금기에 강하단다. 옛날에는 동백나무 씨에서 기름을 짜서 등잔기름·머릿기름, 약용으로 쓰기도 했다. 대나무·소나무·매화나무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듯이, 다른 꽃들이 지고 난 겨울에 피는 동백꽃을 추운 겨울에도 정답게 만날 수 있는 친구에 빗대어 세한지우(歲寒之友)라고 부르기도 한다. 분재(盆栽)로도 활용되는데, 생장속도는 느리지만 그늘지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자란다.
시인은 동백의 특징을 잘 인식하면서 눈 속에서도 곱게 피어난 꽃임을 떠올리면서 [山茶]의 의미를 도탑게 했다. 동백은 눈 속에 곱게 피면서 해변가를 수 놓고 있으니 선홍빛 많은 꽃떨기가 연이어서 보인다고 했다. 대체적으로 동백은 붉은 꽃이 많은 점을 들어서 선홍빛이라고 했음도 알 수 있다. 선홍빛은 여자들이 바르는 연지도 뜻한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는 동백을 외부적으로만 보고난 다음에 일군 선경에 이어 다복한 후정을 담아 놓으려고 한다. 추위를 견디는 윤기 난 잎들이 연안을 곱게 꾸미었으니 시인들은 이를 노래하며 저절로 즐거워한다고 했다. 동백의 순백성에 대한 자기 감정을 묶어서 후정의 다복함을 엮어 두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빨간 볼이 여간 귀엽지 않았음을 내비치고 있다.
【한자와 어구】
雪裏山茶: 동백의 이칭(山茶:차나뭇과에 속한 상록 활엽 고목) 繡海邊: 해변을 수놓는다. 鮮紅: 선홍 빛. 數朶: 두어 송이. 眼中連: 눈 가운데 연이어 있다. // 耐寒: 추위를 참다. 潤葉: 윤기가 나다. 粧沿逕: 해안 길 장식하다. 此誦: 이를 노래하다. 騷人: 시인들. 樂自然: 자연스럽게 즐겁다.

저작권자 © 광양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