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발낙지는 산 것을 통째로 한입에 먹어야 제맛이다. 그렇다고 영화 올드보이의 최민식처럼은 아니다.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먹는다. 쇠 젓가락에선 낙지가 미끄럼을 탄다. 
나무젓가락은 덮어놓고 가운데를 쪼개버리면 안 된다. 맨 윗부분 1cm 정도만 벌린 뒤 그 사이에 산낙지 머리통 아래 목 부분을 잽싸게 끼워 넣는다. 그런 다음 낙지의 8개 다리를 손으로 한두 번 훑어 내린 뒤, 돌돌 감아 참기름장에 찍어 먹는다. 
한입에 날름, 머리통부터 우걱우걱 천천히 씹는다. 다리부터 먹다간 숨이 막힐 수도 있다. 낙지다리는 새끼 꼬듯 지그재그 식으로 혹은 어긋버긋하게 감아야 풀리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세발낙지는 ‘손으로 훑어 먹는 맛’이다. 
찬바람이 불면 개펄 속의 낙지들이 준동한다. 세발낙지들이다. 개펄은 세발낙지들의 놀이동산이다. 손가락만한 칠게나 작은 조개들을 잡아먹으러 온 세발낙지들이 개펄을 헤집고 다닌다. 세발낙지는 다리가 3개가 아니다. 가늘 ‘세(細)’자의 세발이다. 
다리가 가늘고, 머리통이 작다. 개펄을 미꾸라지처럼 요동치고 다닌다. 힘이 천하장사다. 살이 부드러워 달고 고소하다. 갯가사람들은 주저 없이 세발낙지를 ‘뻘밭의 산삼’이라고 부른다. 주낙이나 통발로 잡는 큰 낙지 열 점과 개펄에서 손으로 잡는 세발낙지 한 점을 바꾸지 않는다. 
낙지는 ‘더위 먹은 소도 일으킨다.’는 속설처럼 무기질과 필수 아미노산, 필수 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한국지역신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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