旱中澍雨(한중주우)
                                    叙光 張喜久

    여윔을 면했었나 반가운 비 소리치고
    산과 들 끼인 이끼 초목들 환호성에
    신공의 큰 덕을 입어 농촌 후일 기약해.
    旱中喜雨免今臞   遠近山郊草木蘚
    한중희우면금구   원근산교초목선
    造化神功披大德   西疇後日繼歌呼
    조화신공피대덕   서주후일계가호

 

반가운 비 여읨 면해 초목 이끼 끼었구나, 
신공 큰덕 우리 땅에 농촌 후일 노래 소리

 

여름에 긴 장마가 드는 경우가 많지만, 가뭄이 드는 경우도 빈번하다. 쇠를 녹일만큼 가뭄이 들어 온 대지를 푹푹 찌게 한다. 땅이 갈라지고 개미들도 목을 쭉빼고 물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모습도 본다. 논에 물이 말라 벼는 벌써 터들어 가고, 먹을 물이 없어 관정을 파고 물이 나올만한 곳을 호비작거리면서 땅을 판다. 이럴 때 단비 한 줌은 목마른 대지를 푹신하게 적신다. 시인은 가뭄 가운데 반가운 비가 지금의 여윔(臞)을 면하게 하니 멀고 가까운 산과 들에 초목에 이끼를 끼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조화로운 신공의 큰 덕 우리 땅에 나누었으니(旱中澍雨)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가뭄 가운데 반가운 비 지금의 여윔을 면하였고 / 멀고 가까운 산과 들에는 초목에 이끼가 끼었구나 // 조화로운 신공의 큰 덕을 우리 땅에 나누니 / 농촌(西疇)에는 후일 계속해 노래를 부르겠네]라는 시상이다. 평설은 감상을 앞선다. 시인과 대화하면서 가만히 시상을 들춘다. ‘반가운 비 여읨 면해 초목 이끼 끼었구나, 신공 큰덕 우리 땅에 농촌 후일 노래 소리’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오랜 가뭄에 내린 단 비]로 의역된다. 쨍쨍 비추던 햇빛을 받다가 단비 한 줌이 내리면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듯 목말라 애태우던 땅바닥이 촉촉해진다. 이 비를 흔히 ‘단비’라 하면서 한자어로는 ‘주우(澍雨)’라고 했다. 우리 국어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아서 상용어휘는 아니겠지만 선현들의 싯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어휘다. 모진 가뭄에 단비 한 줌에 내리다는 뜻으로 쓰여 그 정을 도탑게 했다.
오랜 가뭄을 참아가면서 한 줌의 비가 내리는 그런 장면을 목격했던 모양이다. 농사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의 마음도 시원해 진다. 시인은 가뭄 가운데에 반가운 비가 지금의 여윔을 면하게 했으니 멀고 가까운 산과 들 은 물론 초목까지도 이끼를 끼었다는 시상을 일구어 낸다. 가뭄에 들어 온 대지를 태운다는 선경의 시상 속에는 시원하다 못해 막혔던 속에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을 만끽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듯이 기다리던 단비를 흠뻑 적신 화자는 조화로운 신의 공의 큰 덕으로 돌리는 시상을 엮어 보인다. 신공이 우리 땅에 촉촉하게 나누니 농촌(西疇)에는 후일 계속해 노래를 부르겠네는 후정으로 화자의 깊은 의지를 내 보인다. 가뭄 속의 애타는 농심을 단비 한 줌이 푹신하게 적시었으니 필연코 금년 농사에 크게 기대되겠다.

【한자와 어구】
旱中: 가뭄가운데. 喜雨: 반가운 비. 免:면하다. 今臞: 지금은 여위다. 遠近山: 멀고 가까운 산. 郊: 교외. 草木: 초목. 蘚: 이끼가 끼다. // 造化: 조화롭다. 神功: 신의 공. 披: 나누다. 大德: 큰 덕. 西疇: 서주, 곧 농촌. 後日: 후일. 繼歌呼: 계속 노래를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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