榴夏1(류하)
                                    叙光 張喜久

    무더위 찌는 찜통 류화의 정성 담아
    숲 속엔 비가 내려 큰 강은 넘쳐나고
    삼림욕 산그늘에 묻고 팔방 승지 발자국.    
    蒸炎榴夏至吾邦   林雨霏霏滿大江
    증염류하지오방   임우비비만대강
    林浴携筇林陰往   八方勝地數賓跫
    임욕휴공임음왕   팔방승지수빈공

근역하늘 더위 유화 비가 내려 큰 강 넘쳐, 
삼림욕에 산그늘을 팔방 승지 발자국에

이영도의 석류 작품은 ‘다스려도 다스려도 못 여밀 가슴 속을 / 알알이 익은 고독 기어이 터진 추정 / 한 자락 가던 구름도 추녀 끝에 머문다’고 했다. 위 작품을 두고 다음 화음시조로 음영했다. ‘못 여밀 가슴 속을 다독여 보았지만 / 기어코 터진 추정秋睛 고독을 꿰매면서 / 추녀 끝 머문 구름에 맴을 돌고 있구나.’ 정지용의 ‘석류’, 안도현의 ‘석류’, 한흑구의 ‘석류’ 작품과도 비교된다. 시인은 찌는 듯한 무더운 더위 유화가 우리나라에 이르니, 숲 속에 부슬부슬 비 내려 큰 강이 넘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삼림욕을 하고자 지팡이 끌고 산그늘에 머물고(榴夏)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찌는 듯한 무더운 더위 유화가 우리나라에 이르니 / 숲 속에 부슬부슬 비가 내려 큰 강을 넘치네 // 삼림욕을 하고자 지팡이 끌고 산그늘에 머물고 / 팔방 승지를 찾는 사람들은 발자국소리 잦네]라는 시상이다. ‘시인이여, 상상력을 발휘하라!’ 상상했던 시주머니를 펼쳐보니… ‘근역하늘 더위 유화 비가 내려 큰 강 넘쳐, 삼림욕에 산그늘을 팔방 승지 발자국에’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석류나무를 보면서]로 의역된다. 시인은 오래 전에 이영도의 석류작품을 두고 감상시조를 쓰면서 다음과 같이 한시로 번안해 두었다. [어루만져 보았지만 가슴을 여미지 못하고(不整胸襟雖按撫) / 마침내 터진 가을 눈동자 고독을 꿰매네(秋睛竟綻獨孤縫) / 추녀 끝에 잠시 머물던 한조각 구름조차(檐端暫駐一雲片) / 빼곡히 박힌 얼굴 보고파 맴돌고 있었네.(欲見旋回疊疊容)]라고 했다. 우리 선현들은 이렇게 작품을 일구는 것을 차운시라고도 했다.
석류가 빨갛게 익어가는 계절은 한 여름이다. 익어가는 정도가 어느 정도 성숙되면 가슴이 터지고 만다. 얼마나 속이 차고 가슴이 미여져 터지고야 말았을까 한 생각도 한다. 시인은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찌는 듯한 무더운 더위에 유화인 석류가 우리나라에 이르니, 숲 속에 부슬부슬 비 내려 큰 강 넘친다는 시상을 일구어낸다. 우리나라 곳곳에선 여름이면 무럭무럭 석류가 자라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유화가 무럭무럭 익어가는 계절에 그늘을 배경삼아 삼림에 들어가고자 했던 모양이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는 삼림욕 하고자 지팡이 끌고 산그늘 머물고, 팔방 승지 찾은 사람들은 발자국소리 잦다고 했다. 석류가 익어가는 류화의 계절에 산림에 들어 편안한 시간 속에 익어감을 보고자 했을 것이다.
【한자와 어구】
蒸炎: 찌는 듯한 더위. 榴夏: 석류나무. 至吾邦: 우리나에 이르다(피다). 林雨: 숲속에 비가 내리다. 霏霏: 부슬ㅂ부슬. 滿大江: 큰 강에 가득차다. // 林浴: 숲욕. 携筇: 지핑이를 끌다. 林陰往: 산그늘이 머물다. 八方: 사방. 勝地: 좋은 땅. 數賓跫: 발자국 소리가 잦다. 跫: 발자국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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