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明鄕村(청명향촌)
                                    叙光 張喜久

    청명의 좋은 계절 봄 가운 따뜻하고
    승지를 구경하니 마음 속 흥이 솟아
    주막집 붉은 깃발이 객을 오라 부르네.
    淸明好節四方瞻   地上氤氳萬物霑
    청명호절사방첨   지상인온만물점
    勝地遊人心自興   鄕村酒幕喚紅帘
    승지유인심자흥   향촌주막환홍렴

청명 계절 사방 보며 봄 기운이 만물 적셔, 
승지 구경 흥이 나고 시골 주막 붉은 깃발

청명(淸明)은 24절기 중 다섯 번째에 드는 절기다. 대부분 농가에서는 청명을 기하여 봄 일을 시작하므로 이 날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농사력으로는 청명 무렵에 논밭둑의 손질하는 가래질을 시작한다. 이것은 특히 논농사의 준비 작업이다. 다음 절기인 곡우 무렵에는 못자리판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농사를 많이 지으면 일꾼 구하기가 어려워서, 청명·곡우 무렵이면 서둘러 일꾼을 구했다. 시인은 청명의 이 좋은 계절에 사방을 바라보니, 땅 위에 따뜻한 봄기온이 만물을 적신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승지를 구경한 사람들은 마음 스스로 흥이 나고(淸明鄕村)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광 장희구(張喜久:1945∼ )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청명의 이 좋은 계절에 사방을 바라보니 / 땅 위에 따뜻한 봄 기온이 만물을 적시네 // 승지를 구경한 사람들은 마음 스스로 흥이 나고 / 시골 마을 주막에서는 붉은 깃발이 객을 부르네]라는 시상이다. 이어진 오른쪽 평설에서 시상의 범상함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청명 계절 사방 보며 봄 기운이 만물 적셔, 승지 구경 흥이 나고 시골 주막 붉은 깃발’이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청명을 맞이한 고향의 농촌]로 의역된다. 청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한식을 생각하지 아니 할 수 없겠다. 또한 불은 한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니, 한식조에 기록하는 것이 옳다 하겠다. 육당 최남선은 한식의 풍속을 고대의 종교적 의미로 해석하여, 해마다 봄에 신화(新火)를 만들어 구화(舊火)를 금지하던 예속에서 나온 것으로 보았던 일도 기억할 일이다. 이와 같은 청명의 풍속도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네 향촌의 풍습이기도 했다.
시인은 봄의 서기와 함께 청명의 의미를 어느 절기보다 깊이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청명의 이 좋은 계절에 사방을 바라다 보니, 땅 위에 따뜻한 봄 기온이 만물을 적신다고 했다.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촌의 사정과 청명의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었음이 선경의 시상을 푹신하게 적시는 느낌을 받는다. 시낭을 흔드는 시인의 시적인 구성을 그랬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는 농부들이 바쁘게 농사를 재촉하는 가운데 승지의 구경하면서 후정에 취한 모습을 본다. 승지를 구경한 사람들은 마음 속으로 스스로 흥이 나고, 시골 마을 주막에서는 붉은 깃발 객을 부르고 있다고 했다. 붉은 깃발은 나그네들이 출출할 때 [酒]자란 글자와 함께 주막을 표시했던 색깔로 시인 묵객은 물론 나그네들의 보금자리 자기매김했다.
【한자와 어구】
淸明: 청명. 好節: 좋은 시절. 四方瞻: 사방을 바라보다. 地上: 지상에. 氤氳: 따뜻한 봄기운. 萬物霑: 만물이 적시다. // 勝地: 승지. 遊人: 관광객들. 心自興: 마음으로 흥이 나다. 鄕村: 시골 마을. 酒幕: 주막. 喚紅帘: 붉은 깃발이 부르다. 붉은 깃발에 [酒]자를 써서 주막임을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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